지역에서 본 세상

가스값 폭등 따른 택시 기사 피해액은 얼마?

김훤주 2009. 1.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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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택시를 타고 가는데 운전하시는 분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아니 어떻게 1년 소득 2400만원이 기준이 될 수 있어?” 라디오에서는 자치단체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확대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기준이 2400만원이었습니다.

잘 모르면서도 저는 그냥 맞장구를 쳤지요. 저도 사실 연봉 2400만원이 안 되는 수준이거든요.(아닌가?) 나중에 확인하니 필요한 제도 같아 보였는데, 종합소득 2400만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도 휴업 폐업으로 내몰리면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여기 얘기 핵심은 그게 아닙니다. 택시 운전기사 소득이 핵심입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택시 운전하면 적어도 한 달에 200만원은 넘게 벌겠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2400만원이 기준이면 나도 빈민층이야. 지난해 수익이 1600만원을 좀 넘어요. 수리 정비하는 데 130만원 정도 들었으니까 그것 빼면 1500만원이 되지.”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이의 차는 개인택시였습니다.

“택시 감가상각비도 쳐야지. 현금으로 딱 1403만원 줬는데, 7년 몬다 보면 한 해 200만원이니 이걸 빼면 1300만원이 순수익이 되네. 한 달에 20일 날마다 아침 7시 30분에 나와 밤 11시 30분까지 일하는 대가요.”

회사택시 아닌 개인택시다 보니 사납금 부담이 없어서, 그리고 회사택시 운전기사들 눈치도 보이고 해서 아등바등 애면글면 기를 쓰고 운전을 하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저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이가 개인택시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개인택시 전체 평균보다 조금 낮은 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도 한 달 100만원 남짓 하는 수준이라니 저까지 속으로 짜증이 났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이는 사정이 이렇게 된 까닭으로 정부 가스 요금 정책을 꼽았습니다. “리터당 요금이 500원 올랐어요. 휘발유의 70%인가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잖아요. 오를 때는 그렇게 했는데 정작 더 올랐을 때는 내리도록 하지 않았거든.”

뒤에 찾아보니 500원까지 오르지는 않았습디다. 경남의 경우 LPG 가격이 2006년 5월 682.74원에서 2008년 10월 1061원으로 378.26원‘밖에’ 오르지 않았더군요. 그이는 하루에 50리터 정도 넣고 300km 남짓 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리터당 500원 오른 차액 하루 2만5000원, 20일 50만원이 두 눈 멀쩡하게 뜨고 남의 주머니로 날려 보내 버렸다고 푸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택시기사들 왜 들고 일어나지 않는지 모르겠어!” 얘기했습니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책을 하나 세워 실행하면서, 택시 운전기사의 이익만 챙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택시회사와 가스 회사도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스 값 폭등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택시 운전기사에게만 떠넘기는 것도 옳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마음먹고 따져 봤습니다. 한 달 50만원 피해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금액입니다. 그러나 실제 오른 차액 리터당 378.26원으로 셈해도 한 달 피해는 37만8260원에 이릅니다. 그러면 기사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피해액은 453만9120원이 됩니다.

물론, 아시는대로, 378.26원이 단번에 오르지 않았고 이태 동안 올랐으니 여기에는 분명 거품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추세를 얘기해 주는 데는 전혀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조금을 조금 올리는 것 말고는 별 대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한 달 37만8260원 한 해 453만9120원이라 하니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은가요? 그러면 그런 개인을 한 데 모아 셈을 한 번 해 보지요. 2009년 1월 현재 경남에는 회사택시가 5446대 개인택시 7833대가 있습니다.

개인택시랑 회사택시는 다르니까, 일단 개인택시를 먼저 해 보겠습니다. 개인 한 해 피해액이 453만9120원이라면 개인택시 모는 7833명이 한 해 동안 가스 값 폭등으로 날려버린 규모는 453만9120원 곱하기 7833명 해서 355억5492만6960원입니다.

회사택시를 모는 선배한테 알아봤더니,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회사택시는 둘이서 24시간씩 맞교대를 한다고 보면 된답니다. 그러니까 회사택시 운전으로 밥 벌어 먹는 사람은 5446대 곱하기 2 해서 1만892명이 됩니다.

회사마다 기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하루 24시간 400km 남짓 운전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 사납금 12만원을 내고 나면 집에 10만원 가져가기도 어렵고, 월급은 30만원 남짓인데 가스는 40리터가 회사에서 주어진다고 합니다.

40리터로 운전할 수 있는 거리가 230~240km 정도니까, 나머지 운전 거리 160~170km에 해당하는 가스 값은 기사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30리터 정도. 그런데 회사택시는 한 달 근무 날짜가 12~13일밖에 안 된답니다.

그러면 한 사람의 하루 피해 정도가 30리터 곱하기 378.26원 하면 1만1347.80원이고 한 달 피해액은 12일 일하는 셈 치면 13만6173.60원이 됩니다. 여기에 다시 12개월은 곱하면 한 개인의 한 해 피해액이 되겠지요. 163만4084.20원입니다.

경남의 회사택시 기사 전체의 한 해 피해액을 산출하려면 여기에 다시 기사 숫자 1만892명을 곱해야 합니다. 177억9843만4214.40원입니다. 여기에 다시 개인택시 기사 전체 피해액과 더하면 경남 택시 기사 전체 피해액이 됩니다. 무려 533억5336만1174.40원입니다.

이를 대한민국 전체로 넓혀서 보면 어떻게 될까요? 전국택시연합회 개인택시연합회에 따르면 2008년 11월 현재 회사택시 9만1761대 개인택시 16만335대입니다. 이를 바탕삼아 같은 방식으로 한 번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개인택시 기사 전체 피해액 = 가스 값 오른 차액 378.26원×50(리터)×20(일)×12(개월)×160335(명) =
7277억7980만5200원.
회사택시 기사 전체 피해액 = 가스 값 차액 378.26원×30(리터)×12(일)×12(개월)×91761(대)×2(명) =
2998억9040만552.40원.

둘을 합하면 1조276억7020만5752.40원, 대한민국 택시기사들이 한 해 동안 다른 무엇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가스 값 폭등으로 날린 돈만 이렇습니다.

물론 이 금액에는 넘나듦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리 엄청난 손해를 보고도 어제 탄 개인택시 운전기사 그이 말씀대로 대한민국 택시기사들은 들고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 해 택시 기사 전체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데도 말입니다.

가스 회사는 환율이나 원가가 오르면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니까 손해 보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릴 때는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다고들 하지요. 택시회사는 회사대로 사납금을 남김없이 챙깁니다. 빈곤과 고통은, 몸소 운전대를 잡고 노동하는 사람에게만 돌아옵니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입니다. 돈 있고 힘 있는 이에게만큼은 말입니다. 빈곤의 쏠림이요 풍요의 편중입니다. 이를 정부가 조금이나마 풀어줘야 마땅할 텐데 이번에도 요금 인상으로 끝입니다. 양극화가 따로 있나요? 바로 이것이 양극화의 현장입니다.

게다가 2008년 11월 12월에 내렸던 가스 값이, 올 들어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2월에는 다시 오르게 됐다네요. 택시 요금 올랐다 해도, 택시 기사들 피해는 앞으로 아무래도 커지게 생겼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정부가 피해 완화 대책을 알아서 내놓을 리는 전혀 없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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