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조중동과 한경서, 둘 다 외눈박이 보도?

기록하는 사람 2008. 12. 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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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재단이 매월 발행하는 [미디어인사이트] 12월호를 통해 2008년 5월 1일부터 7얼 31일까지 촛불집회 기간 동안의 조·중·동(조선, 동아, 중앙)과 한·경·서(한겨레, 경향, 서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보도'를 비교 분석했네요.

황치성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이 분석과 집필을 맡은 이 논문은 조중동이나 한경서 양측의 보도행태가 모두 "다양하면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한국언론의 갈등보도 행태는 심각한 상황이며 촛불정국에서 '외눈박이 저널리즘'이라는 부끄러운 호칭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을 유심히 보면 비록 조중동과 한경서 양측이 다 '외눈박이 저널리즘'이었을지언정, 중대한 차이도 드러났습니다.


우선 5, 6, 7월 3개월 중 조중동은 6월에 미국 쇠고기 수입 보도의 1면 보도가 집중됐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6월은 물론 5월의 기사빈도도 조중동보다 월등히 많아 이 문제의 이슈를 한경이 초기부터 선도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에 나타난 비판대상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는데요. 조중동이 제목을 통해 '정부'를 비판한 건수는 모두 12건으로 평균 4건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33건과 27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서울신문 역시 조중동보다 많은 8건의 '정부 비판' 제목을 내보냈습니다.


또 조중동은 '촛불시위대와 관련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제목 28건을 내보냈던 반면, 한경 및 서울신문은 '촛불시위대'를 비판하는 제목이 1건도 없었습니다. 조중동은 또 '인터넷 괴담 유포자'를 대상으로 16건의 비판적 제목을 달았으나, 한경서는 전혀 제목에서 비판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기사에서 다양한 취재원을 이용하는 것은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한 바로미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기사 한 건당 취재원 수는 역시 한겨레와 경향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경은 1건당 2.4명의 취재원을 이용했던 반면 서울신문은 2.1명, 동아일보 2.0명,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9명이었습니다.


어떤 취재원이 많이 등장했는지를 보면, 조선일보는 '정부여당' 인사(82.7%)를 가장 많이 이용했습니다. 반면 촛불시위자나 광우병대책본부, 촛불지지 시민단체 등을 취재원으로 이용한 비율은 22.4%로 6개 일간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촛불시위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이용한 비율이 31.4%로 낮았으나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단체 인사'를 취재원으로 한 비율은 6.7%로 다른 신문보다 많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정부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이용한 비율이 무려 107.8%로  높았으며, '촛불시위 반대단체' 취재원도 6.7%였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촛불시위자' '광우병대책본부' '촛불지지 시민단체'의 취재원이 73.4%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도 '시위관계자' 취재원 이용비율이 67.6%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논문에서 '주관적 판단을 제목으로 올림으로써 갈등을 부추긴 사례'들로 거론된 것들입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권을 비판하는 듯한 제목이라도 시위대의 폭력을 부각시키는데 활용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 이라는 제목이 그렇습니다. 이 주제목의 부제는 '광화문은 한달넘게 밤마다 무법천지' 입니다. 청와대만 지키지 말고 광화문 시위대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인듯 합니다.

한겨레와 경향도 주관적 판단을 부여한 제목으로 지적받은 게 적지 않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나도 잡아가라" 시민 불복종 점화

위 제목에 대해 황치성 연구위원은 "본문에서 변해가는 시위행태와 참가자 구성도 촛불집회가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서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관적, 자극적 제목 게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6월 11일자 경향신문의
'21년만의 함성, 제2의 민주화' 라는 제목도 문제삼습니다. "6월 10일에 개최된 촛불시위의 의미를 부각시키려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제목에 게제"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시민불복종 점화'라든지 '제2의 민주화'라는 제목들이 주관적, 자극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볼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땐 언론재단 연구위원이 양측 모두를 공정(?)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기계적 중립의 강박관념에 빠진 나머지 한겨레와 경향에 다소 무리한 잣대를 댄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가령 <'100만 저항' 예고>라는 경향신문의 제목에는 "저항이라는 자극적인 단어 사용"이라는 지적이 붙어 있습니다. 따옴표까지 한 '저항'이라는 단어가 과연 '자극적'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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