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야당과 진보세력, 반대만 외쳐선 안된다

기록하는 사람 2008. 11. 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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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 불, 세계 7대 경제강국 달성)은 이미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1987년 6월항쟁 이후 20년 동안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명박산성'으로 일컬어지는 국민과의 소통거부로 시작된 민주주의 유린은 정권의 언론 장악과 인터넷 통제에 이어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 봉쇄와 교과서 및 교실에 대한 통제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 걱정은 단순히 경제가 어려워지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1차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해 나타날 2차적 문제입니다.

우선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분배와 복지에 대한 요구가 차단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복지가 다 뭐야"하는 논리가 득세하게 된다는 겁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희망세상] 11월호.


아울러 유린된 민주주의로 인한 국민들의 패배감이 팽배하게 되면 그 결과 '강력한 지도력'을 내세운 파시즘이 출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명박 정권은 이처럼 경제 불황을 역이용해 강력한 파시즘 체제를 구축하기로 방향을 정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국정원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그런 수순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야당과 진보세력은 정권의 공세를 수세적으로 막기에만 급급한 반대투쟁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FTA반대, 종부세 폐지 반대, 과거사위 통폐합 반대, 교과서 수정 반대, 국정원법 개악 반대 등 오로지 반대, 반대만 외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무력감과 패배주의만 심의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럴 땐 반대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세적 대안을 내놓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즉 경제 불황에 대한 정부의 책임만 묻기보다는 불황일수록 더 극한적인 고통으로 몰리는 빈곤층에 대한 보호대책을 내놓고 정부의 수용을 요구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불경기에 오히려 이득을 보는 부유층의 불로소득을 차단시킬 정책을 입안하고, 부유층의 고통분담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종부세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제혁신안을 내놓고 요구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따로 놓고 보지 않으며, 양극화 해소와 기득권 부패 일소를 민주주의 발전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리서치플러스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매월 발행하고 있는 [희망세상] 11월호를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국민의 65%가 '민주주의 발전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은 16.6%, '민주발전과 경제성장은 무관하다'는 응답은 11.4%에 그쳤습니다.


또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과제로는 가장 많은 30.9%가 '비정규직, 빈곤층 등 사회양극화 해소'를 꼽았고, 다음으로 '기득권의 부패 일소와 사회투명성 제고'(26.8%), '언론, 집회, 표현의 자유 등 민주적 기본권 보장'(17.9%),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공권력의 독립성 보장'(17.5%)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국민의 다수는 양극화 해소와 기득권 부패 일소를 요구하고 있다.


요체는 경제가 불황일수록 양극화 해소와 분배정의가 가장 중요한 국민의 요구라는 겁니다. 저는 그래서 '백성은 가난한데 분노하는 게 아니라 불공평한데 분노한다(民은 不患貧이요, 患不均이다)'는 말을 지금이야말로 야당과 진보세력이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함께 어려우면 별로 어려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되고, 잘 사는 사람은 불경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불로소득을 누리는 건 참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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