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과거사 14개 위원회 통폐합되면?

기록하는 사람 2008. 11.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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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가 보도한 기사 중 이슈가 될만한 내용에 대해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전화로 참여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쓴 기사를 방송원고 삼아 하다 보니 글로 따로 정리하지는 못한 채 그냥 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문득 이것도 정보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방송원고를 좀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은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등이 발의한 과거사 관련 14개 위원회 통폐합 법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여에 걸쳐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민간인 학살 매장지에 대해 유해발굴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시작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과거사 관련 기구를 통폐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예, 안녕하십니까?"

-최근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가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예,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각 대학에 용역을 의뢰해 올해 경남 함양군과 전남 영광군 등 여섯 개 군 지역에 대한 피해자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고요.
산청 외공리처럼 암매장된 유해에 대한 발굴작업도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 4월까지로 한정된 진실위 활동기간 안에 모든 조사와 발굴을 마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제야 집단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는가 했더니, 최근 정부가 과거사 관련 기구에 대해 통폐합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죠?

"그렇습니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대표발의와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 등 14명이 과거사 관련 14개 기구를 통폐합하는 법안을 냈는데요.
이에 대해 유족과 관련단체들은 4·19혁명 이후 46년만에 다시 찾아온 집단학살 진상규명이 진실화해위 설치 2년 만에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희생자를 세 번씩이나 죽이는 일이며, 두 번째 부관참시나 다름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우선 활동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12개 위원회와 일제강점하강제동원위는 진실화해위로 통합하고요. 올 연말로 시한이 끝나는 군의문사위는 폐지하는 대신 미결사건은 진실화해위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친일반민족진상위와 친일재산조사위, 10·27법난위는 기한까지만 존속시킨 후 폐지됩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기구들을 구성하고 있는 위원들에 대해서도 교체가 이뤄지겠군요?

"그렇죠.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을 맡고 있는 진실화해위의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은 물론 비상임 위원들도 모두 교체되거나 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과거사 청산과 집단학살 진상규명에 반대해온 친한나라당 성향의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겠죠.
그리고 흡수되는 다른 위원회는 아예 위원장과 위원들의 자리가 없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진실 규명 활동이 중단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까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가 취해온 입장을 볼 때, 친한나라당 성향의 위원들이 통폐합된 위원회를 장악하게 되면 진상규명활동은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명맥만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물리적으로도 그 많은 위원회가 해오던 일을 하나의 위원회가 다 해낸다는 건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우선 군의문사위원회는 다른 위원회와 달리 과거사를 다루는데가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의문사 사건을 다루는 곳이라는 점에서 유족들의 반발이 가장 거셉니다.
또 법안이 발의된 뒷날 민간인학살 진주유족회 강병현 부회장을 만났는데요. 그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불법학살을 해놓고도 또다시 진상규명마저 무산시키려는 게 과연 국가가 할 일이냐"고 분개했습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도 성명을 냈는데요. 이 단체는 성명에서 "진실화해위는 자체 사안만으로도 예산과 조사인력 부족 등으로 신청사건의 30%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각 위원회들도 각기 입법목적과 규정에 따라 국회가 승인한 예산범위 내에서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는 피해자와 유족들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모독하며 과거 국가폭력을 은폐하려는 부당한 횡포"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일부 몇 군데만 발굴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머지를 그대로 둔다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경남만 해도 최소 열 군데 이상의 암매장 추정지가 있는데요, 그 중 마산 여양리는 민간단체가 2004년 발굴을 했고, 산청 외공리가 올해 처음으로 국가에 의해 발굴됐습니다. 남아 있는 전국 수십 군데의 암매장터를 모두 발굴하는 데는 약 10여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일 이런 식으로 한 두 곳만 발굴하고 나머지는 버려두게 된다면 행정의 형평성이나 신뢰성은 물론 국가에 대한 관련자들의 불신도 심각할 겁니다.
그래서 유해발굴과 처리에 대해서는 별도로 유해발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일부에서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다시 불거지게 될 거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예 무엇보다 역사라는 것은 일부러 덮는다고 해서 덮어지는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더 큰 부담과 비용을 안게 된다는 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 해결하는 게 다음 정부에도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는 건데요.
스페인의 경우에도 망각협정으로 덮어두자고 했다가, 최근 기억법이라는 게 제정돼 다시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아르헨티나도 한창 진실화해작업이 진행되다가 유야무야됐으나, 이후 진보적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가해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처럼 미진하게 되면 언젠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게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입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는 민간인학살 피해가 많은 지역의 국회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에 이름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경남 출신 국회의원 이름도 일단은 없는데요.
하지만 한나라당과 현 정부의 기조가 과거사를 들추지 말고 덮자라는 거라면 결국 무리를 해서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걱정입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였습니다.

진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매거진-진주 투데이 
담당  PD : 김진호 , 진행 :  김하희
담당 작가 : 신미연
방송일시 :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오후 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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