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전주의 독특한 '가맥' 술집 아세요?

기록하는 사람 2008. 11. 25. 14:10
반응형

전라북도 전주는 음식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전주비빔밥이 그렇고, 한정식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또 전주의 술집문화로는 1만2000원 짜리 막걸리집도 유명하다더군요. 전주 막걸리집은 전북원음방송 김사은 PD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는 전주 막걸리집의 특징을 이렇게 썼습니다.

"전주 막걸리의 특징은 1만2천원하는 막걸리 주전자가 추가될 때마다 특별 안주가 코스별로 따라온다는 것. 다른 업소에서 한 장 당 최하 5천원인 파전은 기본안주에 속하고, 연하고 큼직한 소고기에 국산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 정통 육개장쯤 되어야 품위있는(?) 국물로 인정받으며 전주 막걸리 안주로 쳐준다. 막걸리 주전자를 두어개 비우고 싱싱한 게장에 김가루까지 뿌린 밥이 나온데 이어 급기야 막걸리 안주로 낙지회에 삼합이 딸려 나올 즈음, 일행들은 얼콰해진 기분에서 각자 전공영역과 사회현상과 추억을 넘나드는 풍만한 주제로 분위기 급상승하면서 술값을 서로 내겠다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43)

최근 시민언론학교 강의차 전주를 방문했고, 김사은 PD도 만났습니다. 하지만 전주막걸리는 맛보지 못했습니다. 강의를 마친 후 1차로 저를 초대해주신 전북민언련 김환표 사무국장과 박민 정책실장, 그리고 전북대 강준만 교수와 제 강의를 들으러 와주신 수강생들과 함께 전북대 근처의 실내포장마차에서 소주와 맥주로 술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김사은 PD와 선샤인뉴스의 박주현 대표, 성재민 박창우 기자 등과 2차로 간 집이 바로 '가맥'의 원조라는 전일슈퍼였습니다.


알고보니 '가맥'이란 '가게에서 파는 맥주'의 준말이더군요. 몇 년 전 한때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비어마트도 아마 전주 가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한데요. 요즘은 비어마트도 거의 사라졌더군요.

그런데 유독 전주 가맥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습니다. 그 비결은 과연 뭘까요?

겉으로 보기엔 그저 허름한 동네 슈퍼마켓과 같습니다.


내부 역시 좌우로 동네 슈퍼에서 파는 각종 과자류가 즐비합니다.



또한 담배도 팔고 있습니다. 담배는 선불이라는 안내문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헉! 가운데 저 분, V자 사인을 하고 있네요.


그러나 널찍한 가게 안은 테이블마다 손님으로 가득 차 앉을 곳이 없습니다. 2층도 있다고 합니다.


전주 가맥이 이렇게 인기가 높은 비결은 바로 맥주 안주에 있었습니다. 황태를 어떻게 두들겼는지 아주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또한 고소합니다. 이걸 연탄불에 살짝 구워서 내놓습니다.

제 기억으론 아마 6000원을 받은 것 같습니다. 희한하게도 맥주와 궁합이 딱 맞습니다. 이거 한 마리면 맥주 열 병도 먹을 만 했습니다.



비결은 또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황태를 찍어먹는 소스였습니다. 그냥 고추장이 아니라 이 가게만의 비법으로 제조한 특유의 맛이었는데, 여기에 풋고추를 잘게 썰어넣고 깨소금을 가득 부어줍니다.

황태 뿐 아니라 이 가게의 또다른 별미인 갑오징어도 여기에 찍어 먹습니다. 갑오징어나 황태가 슬슬 싫증나거나 배가 출출하면 계란말이도 있습니다.

맥주는 그냥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손님이 직접 꺼내 먹으면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주인이 빈병 숫자를 세어 계산합니다. 병당 2000원입니다.


물론 슈퍼에서 계란말이처럼 음식을 조리해서 팔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중음식점 신고도 함께 해놓으면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전일슈퍼가 이렇게 인기를 얻자 전주시내 많은 슈퍼들이 비슷한 메뉴로 같은 형태의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좋은 황태와 소스만 확보할 수 있다면 요즘같은 불황에 다른 지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문화체험, 고마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