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시향 지휘자가 본 베토벤 바이러스

기록하는 사람 2008. 11. 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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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교향악단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지난 5월부터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만 시리즈로 연주해오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됐지만, 베토벤 시리즈를 하겠다는 계획은 정치용 상임지휘자가 취임하던 올 연초부터였다.

그는 지난 5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2번과 교향곡 제1번에서 시작, 6월에는 전원교향곡을 연주했으며, 7월에는 운명교향곡, 10월에는 교향곡 4번, 11월에는 교향곡 8번을 연주했다.

오는 12월 9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연주될 예정이다.

이후 공교롭게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창원시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휘자인 정치용 교수(한국예술종합대)의 스타일이 드라마 속 강마에처럼 원곡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그가 가진 정통 코스의 경력이나 카리스마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정치용 지휘자 "다소 과장됐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

※관련 기사 : '시향 연주자들이 본 베토벤 바이러스'

지난 6일 다섯 번째 베토벤 시리즈 '로맨틱 베토벤!' 리허설을 막 마친 그를 무대 뒤 지휘자실에서 만났다.


그는 드라마의 성공에 대해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참 고맙고 흐뭇하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의 특성상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극적 구성을 위해 어느정도 과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예전엔 충분히 있었고, 지금도 있을 만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극 중 강마에처럼 단원들에게 심한 모욕적인 말을 하는 지휘자도 있나.
△그 정도는 없지만, 예전엔 있었다. 음악은 굉장히 혹독한 작업이고, 그래서 강한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하게 감싸고 보살필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지휘자의 역할이다. 실제 드라마 속에서 심한 말이 많이 나오는데, 옛날엔 토스카니니도 이태리어로 막 욕을 하면서 했고, 카랴얀도 실제로 그랬다. 90년대 들어 지휘자의 스타일도 많이 변함으로써 드라마가 과장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에 입각한 것임은 공감한다.

드라마 속 강마에(김명민 분)의 지휘 모습.


-김명민의 지휘하는 모습을 보니 어땠나.

△상당히 훈련을 많이 했다는 생각을 했다. 엉터리가 아니라, 정말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 보였다.

-드라마에서 나온 시립교향악단의 모습이 현실과 좀 동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시향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서울도 40~50년 전 초창기에는 그렇게 시작했다. 물론 다들 음대 나온 사람들이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시장과 지휘자간에 갈등도 있나.

△그런 일도 있을 수는 있다. 지휘자와 행정가는 보는 시각과 쓰는 단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은 시장이나 행정가들의 문화예술을 보는 눈이 과거에 비해 많이 깊어졌다.

-프랑스와 같은 유럽에서는 음악인에 대한 대접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던데.
△독일도 그렇고, 우리는 상상도 못할 정도인 게 사실이다. 우리는 5천 년 문화 운운하며 자랑을 하면서도 정작 문화예술에 뒷받침하는 걸 보면 참 답답하다.

우리나라는 퇴근 후의 문화가 전무한 나라이다. 대부분 유흥가에서 술을 마시거나 비즈니스 접대를 하면서 보낸다. 그걸 건전한 문화 쪽으로 바꾸려는 정부시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투자는 없다.

예술은 경제논리로 따질 일이 아니다. 공공의 정신적 이익에 관한 문제다. 물질적 풍요뿐 아니라 정신적 풍요를 공공의 이익으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태평한 시대라는 영·정조 시대도 문화예술이 꽃피었던 시기다. 문화예술이 풍요로워지면 범죄도 줄어들게 된다. 그게 공공적 이익이다.


-당신은 드라마 속에서 강마에 스타일인가, 강건우 스타일인가?
△(크게 웃으며) 글쎄, 중간인 것 같다.

-음악을 원곡에 충실하도록 연주하는 게 맞다고 보는가, 아니면 지휘자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게 옳은가.
△원칙적으로는 (원곡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마에의 얘기가 맞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도 지휘자마다 다른데, 그래도 너무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 어떤 때보다 지금의 창원시가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럴 때를 놓치지 말고 1년에 서너 번 만이라도 공연장을 찾으면 틀림없이 실망하진 않을 것이다.


정치용 지휘자는 5세에 피아노를 시작,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에 유학해 미하엘 길렌으로부터 지휘수업을 받았고, 1986년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뮌헨 심포니, 미시간 스테이트 심포니 등을 객원지휘했다.


1998년 서울시향 단장 겸 지휘자로 활동했으며, 부산·대구·대전시향 등을 두루 지휘해왔다. 창원시향에는 지난 1월 취임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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