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시향 연주자들이 본 베토벤 바이러스

기록하는 사람 2008. 11. 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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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과 오케스트라를 다룬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마지막회로 치닫고 있다. 덕분에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도 늘고 있다.

창원시립교향악단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부터 일반 시민의 회원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월 열 대여섯 명이던 회원가입이 드라마 이후엔 60~70명으로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립교향악단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 의외로 시향 단원들의 급여나 근로조건에 대한 실상은 알려져 있지 않다. 겉으론 화려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고 있는 직종이 교향악단 연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향에 소속돼 있는 단원들은 드라마의 성공에 크게 고무돼 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계기로 음악을 천대하고 무시해온 행정가와 정치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주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들 시향 단원들이 본 드라마와 현실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들어봤다.

※얼마 전 '베토벤 바이러스의 옥의 티, 그래도 고맙다' 는 포스팅을 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은 그것을 좀 더 보강한 내용입니다.
※관련 기사 : 시향 지휘자가 본 베토벤 바이러스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왼쪽)가 지난 6일 리허설을 마치며 악장(오른쪽)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한 시립교향악단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들 우호적이었다.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여준 데 대해 고맙다는 말도 이구동성으로 했다.

또한 강마에 역을 맡고 있는 김명민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지휘하는 모습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연기도 거의 실제와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극적 긴장을 위해 과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몇 몇 부분은 '옥에 티'라고 지적했다.

우선 16~17회에서 강건우와 악단이 시민의 날 공연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교통체증으로 길이 막히자 모두들 내려서 악기를 들고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이건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초등학교 학예회도 반드시 리허설은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명색이 오케스트라가 리허설 없이 바로 공연무대에 오른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리허설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히 가는 설정이라면 모르지만, 공연시간에 맞춰 뛰어간다는 건 말이 안되죠."

또한 개인 또는 파트별로 연습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항상 전체 단원이 모여서 하는 합주 장면만 나오는 것도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야말로 합주는 개인이 연습해온 결과물을 맞춰 완성하는 것인데, 모든 연습을 합주로 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4회분에서 지휘자 강마에가 오보에 연주자인 김갑용(이순재 분)에게 "리드에 참외씨 걸려 있을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역시 실제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오보에의 리드(입에 대고 부븐 부분)는 구멍이 미세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도저히 참외씨가 끼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참외씨가 들어갔다 하더라도 불면 빠져나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고를 중도에서 자퇴한 하이든(현주니 분)이나 경찰 출신의 강건우(장근석 분) 등 아마추어들과 이미 정년퇴직을 한 김갑용(이순재 분)이 참여하는 것도 드라마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다. 모든 시향의 오디션 응시 조건이 음대 졸업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한 장면.


그 외 드라마 속에서 지휘자를 단원들끼리 부를 때 성에 '거장'을 뜻하는 '마에스트로'를 붙여 '강마에'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그냥 '선생님' 또는 '지휘자 선생님'이라거나, 교수를 겸임하고 있을 땐 '교수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강마에가 '똥 덩 어 리'처럼 단원들에게 모욕적일 정도로 가혹한 단어를 쓰는데, 지휘자의 카리스마가 강한 것은 맞지만, 현실에서 그 정도로 심한 말을 쓰는 지휘자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런 지휘자가 존재했을 수도 있다는 건 대개 인정했다.

시장 취임식 축하연주의 경우, 대통령 취임식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시장이 자신의 취향대로 대중음악 연주를 요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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