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블랙투쟁 완성 위해 목요일엔 짜장 먹자!!

김훤주 2008. 11. 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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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투쟁이, 왜 이리 럭셔리(luxury)해……?!” 우리 경남도민일보 기자회 이승환 사무국장이 제 얘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조 사무실 앞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1월 6일 목요일 언론노조 파업 승리와 YTN 사수를 위한 출정 기자회견을 창원 한나라당 경남도당 앞에서 하고나서 제가 ‘블랙투쟁’을 위해 돈 좀 썼다고 했을 때 나온 대꾸입니다.

블랙투쟁은, 아시는 대로 YTN 지부 조합원들이 해고 6명 정직 6명 등 33명이 대량 징계를 받은 데 항의해 검은 옷을 입고 취재․출연하는 행동을 이릅니다.

언론노조 지침에 따라 10월 30일 블랙투쟁데이가 처음 시행됐고 이달 6일은 두 번째 날이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남도민일보지부 식구들은 까만 옷을 입었습니다.

사진부 박일호 조합원이 찍은 기자회견 장면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한가운데 들어가 있습니다.

제게는 2006년 아내가 장만해 준 까만 양복과 장모님 돌아가셨을 때 맸던 까만 넥타이만 있었습니다. 까만 와이셔츠도 필요하겠다 싶어 2일 저녁 1만5600원 주고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6일 당일에는, 2005년 제게로 와서 3년 넘게 더불어 고생한, 그래서 밑바닥 가운데가 가로로 갈라터진 갈색 신발을 대신해 검은색으로 신발도 하나 새로 장만했습니다.

둘 다 까맣습니다. 이승환 사무국장이 제게 매달려 있습니다요.

이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글쎄, 우리 기자회 이승환 사무국장이 “럭셔리하다.”고 당장 딱지를 붙인 것입니다. 그러고는 어깨동무를 했는데, 이 국장도 ‘블랙투쟁’ 차림이었습니다.

사실 신문 같은 경우는 까만 옷을 입고 취재하나 하얀 옷을 입고 기사를 쓰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경우에 의미가 있고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블랙투쟁’이지요.

행여 이런 이야기가 앞서 나올까봐, 우리 지부 집행부와 조합원께 본조 지침을 전하면서, ‘방송 위주라고 해도 투덜대지는 말자.’ 등등 몇몇 얘기를 덧붙였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블랙투쟁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촛불도 혼자 들었을 때는 그런 느낌을 줬을 수 있다.’, ‘하찮아 보여도 지금 열심히 싸우고 있는 YTN지부에는 크게 힘이 되는 투쟁이다.’

뒷줄 왼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서수찬 복지부장, 지부장인 저, 이시우 사무국장, 추지연 여성부장, 이재필 문화부장, 신현열 부지부장. 서동진 총무부장이 찍었습니다.

우리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7명(취재 인력까지 포함)이 모두 블랙투쟁에 동참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못 간 여성부장도 까만 옷차림으로 외근을 했고 문화부장과 복지부장은 내근인데도 블랙으로 일을 했습니다.

지부 이시우 사무국장은 알림판을 통해 적극 나서자고 얘기했습니다. 아마 우리 지부 블랙투쟁은 갈수록 세어질 것입니다. 외근하는 조합원은 기자든 아니든 모두 까만 복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그리고 우리 지부는 목요일마다 오전에 상무집행위원회를 하는데, 앞으로 이 날 목요일만큼은 점심 때 까만 짜장면을 시켜 먹어야겠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블랙투쟁의 완성을 위해서 말입니다. 하하.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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