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아직 가동중인 정미소 보셨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8. 11. 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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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제가 중고등학생일 때만 해도 농촌 마을엔 대부분 정미소(방앗간)가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벼를 찧어 쌀로 만드려면 모두 이 정미소를 거쳐야 했죠.

물론 추곡수매는 벼 상태로 내놓습니다만, 집에서 먹거나 자식들에게 보낼 때는 쌀로 찧어야 하니까요.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볏가마를 리어카에 싣고 정미소에 가서 순서를 기다리다, 우리 벼를 찧기 시작하면 저는 왕겨(벼껍질)를 다시 빈가마니에 옮겨 닮고, 아버지는 쌀과 뒹겨를 담아 다시 리어카에 싣고 오던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각 마을의 정미소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동네 정미소도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가동은 않은 채 폐허처럼 버려져 있습니다.

바로 가정용 도정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죠.

옆 사진은 가정용 도정기 판매업소 쇼핑몰에서 퍼온 건데요. 우리 고향집에도 이와 비슷한 도정기가 있습니다. 이걸로 그때그때 쌀이 필요할 때마다 찧어서 먹습니다.


저는 모든 마을의 정미소가 다 문을 닫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경남 함양군의 한 마을에서 아직 가동 중인 정미소를 봤습니다. 찧어낸 쌀 자루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정미소 주인 아저씨께 "어떻게 여긴 아직도 정미소가 남아 있나요? 대부분 다른 마을에선 가정용 도정기 때문에 문을 닫았던데…."라고 물었습니다.
 
아저씨는 "가정용 도정기가 있지만, 석발(돌을 가려내는 것)이 잘 안되고, 아무래도 미질이 정미소에서 찧는 것보다 못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갔을 땐 막 방아를 마치고 문을 닫으려고 정리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아찧는 과정을 하나하나 담아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네요.

전형적인 옛날 방앗간의 모습입니다. 그냥 밖에서 볼 땐 가동 중인줄 몰랐습니다.

방앗간 안에는 찧어낸 쌀자루가 가득했습니다.

아직 이렇게 기업용 도정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더군요.

벌써 어둑해져서 카메라가 좀 흔들렸네요.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 정미소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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