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졸지에 철없는 기자가 돼버렸다

기록하는 사람 2008. 10. 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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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신용정보회사의 간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에게 물었다.

"요즘 신문업계가 전반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돈 벌만한 아이템 좀 없을까요?"

그는 물끄러미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그런 한가한 얘길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돈 벌 생각은 하지 말고, 오직 살아남을 생각만 하십시오."

10년 전 IMF 구제금융사태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불어닥치고 있는 비상시국에 웬 철없는 소리를 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명박산성'처럼 우리 경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저 너머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가한 소리 말고 살아남을 궁리만 하세요

지난 주엔 한국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 운영위원들과 함께 중국 선전(심천)과 홍콩에 다녀왔다. 공항에서 환전을 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몇 분 단위로 뛰는 환율 때문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중국 현지에서도 그랬다. 예전엔 한국돈도 얼마든지 통용되던 한국인 관광객 상대 면세점에서도 원화는 아예 받지 않았다. 심지어 여행가이드도 환전해주는 걸 꺼렸다.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을 치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마르고 닳도록 비난해온 '대북 퍼주기'와 관련해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나왔다. 지난 9월 19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간 대북 지원 총액이 3조 5000억 원이라는 기사가 그것이다. 그것도 인도적 지원 외에 경제협력 관련 재정과 민자까지 합친 금액이다. 나도 사실 이 기사를 '자작나무 통신'(http://betulo.blog.seoul.co.kr)이라는 <서울신문>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봤다.

그런데, 단 몇 개월동안 이명박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쏟아부은 돈만 수십 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환율폭등과 주가폭락, 금리상승 등으로 우리 기업과 국민이 입은 손실을 합친하면 너무 천문학적이어서 내 머리론 계산도 안된다. 사실 나도 주택자금 대출금 때문에 미치겠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끊임없이 큰 소리만 뻥뻥 치고 있다.

10년 전과 어쩌면 그렇게도 똑 같을까.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렇게도 외치더니 거의 완벽하게 10년 전 IMF 직전으로 돌려놓은 것은 성공한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블로그(http://2kim.idomin.com)에 올렸더니 15만여 명이 읽고 12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거기엔 이런 한탄도 있었다.

"35살 자영업자입니다. 군대 다녀와 복학해서 아이엠에프 터져 취직도 안되고, 쌔빠지게 고생하다 이제 겨우 제 사업이랍시고 시작하자마자 외환위기보다 더한 경제상황 오고…, 넘 힘듭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30대 중반의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한 부모의 아들로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이 글을 올린 분은 익명도 아니었다. 숙연함을 넘어 서민들이 다시 감내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니 섬뜩한 생각까지 들었다.

날기도 전에 추락한 '747' 항공기

오늘은 거제시에 버스를 타고 다녀올 일이 있었다. 버스 안에서 지난 9월 1일 발행된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경제학자인 이일영 한신대 교수가 쓴 글이다. 그는 두 달 전 이 글을 쓰면서 현재 상황을 쪽집게처럼 콕 집어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성장지상주의에 편향되어 위험관리를 소홀히함으로써,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키우고 말았다.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가득한 여건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747'이라는 엉터리 항공기를 띄우려고 했다."

보잉747기는 저렇게 날고 있지만, MB747기는 이륙도 못한 채 날개가 꺽이고 말았다.


그의 말마따나 '747기'는 이륙도 하기 전에 이미 날개가 부러지고 말았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같은 서민들은 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박노자 교수 역시 미래를 내다본 것일까? 그가 작년 2월에 쓴 글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봐선 세계 자본주의적 시스템의 균열이 계속 심화될 듯하고 아마도 결국 '파열'로 이어질 것 같다. '세계혁명'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대신 '세계전쟁'이 일어난다는 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우리에게 다가올 것은 혁명일까, 전쟁일까. 그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유럽의 노동당들이 최초로 집권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과 세계공황 이후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자본주의의 '위기'가 '체험적으로' 확인된 뒤에야 아직 사민주의적 정치를 '체험'해보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를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보고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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