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맘마미아에서 아쉬웠던 두 가지

기록하는 사람 2008. 10. 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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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를 봤다. 역시 뮤지컬은 유쾌하고 재미있다. [사운드오브뮤직]이 그랬고 [그리스]도 그랬다.

물론 유쾌하지만은 않은 뮤지컬도 있다. 황지우 원작, 이윤택 연출의 [오월의 신부] 같은 작품이 그렇다. 몇 년 전 마산MBC홀에서 그 뮤지컬을 봤을 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뮤지컬이든 뮤지컬영화든 극적 스토리도 있고 메시지도 있다. 거기에다 음악까지 있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페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투란도트]를 약 2년 전에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볼 때마다 너무 낭비적인 귀족오락이란 생각이 든다. 상투적이고 느린 스토리에다 쓸데없이 비싸고 화려한 의상에 호화스런 무대장치, 거기에다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해 돈으로 처바른 장르라는 느낌이다. 농노들을 착취해서 번 돈으로 호사취미를 즐기던 귀족들에게나 맞는 오락이 오페라 아닐까?

내가 수준이 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페라는 재미도 없다. 스토리도 노래도 따분하다. 어쩌다 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객들이 정말 재미와 감동 때문에 거기 앉아 때맞춰 박수를 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비싼 돈을 내고 고급장르를 즐기고 있다는 자기만족 때문인지 궁금하다.

아내는 이 결혼식 준비과정을 보고 우리나라의 결혼식이 너무 인스턴트화되어 있다고 개탄했다.


서설이 길었다. [맘마미아]는 당당한 싱글맘과 딸의 이야기다. 거기에 엄마의 옛 애인 셋과 친구 둘이 끼어든다. 이웃들이 딸의 결혼식을 준비해주는 모습도 정겹다. 노래와 율동은 흥겹고 즐겁다. 아만다는 당돌하게 예쁘고, 메릴스트립은 당당하면서도 슬프게 예쁘다.

아무리 까다로운 사람도 이 영화를 보는 동안엔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30대 아내와 10대 아들, 40대의 나를 모두 만족시킨 영화였다. 아들은 메릴스트립이 부른 [맘마미아] 노래가 가장 좋았다고 했고, 아내는 메릴스트립이 친구들과 부른 [댄싱퀸]이 좋았단다. 나는 아만다가 부른 [허니허니]와 크리스틴 바란스키가 애숭이를 놀리며 부른 [다즈 유어 마더 노우], 그리고 [부레부], 아니 모든 노래가 다 좋았다. 70년대부터 아바 팬이었기 때문이다.

아바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너무너무 아쉬운 게 있었다. 난 적어도 엔딩크레딧이 나오기 직전 여자 네 명이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 진짜 아바(ABBA)의 공연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나타날 줄 알았다. 그렇게라도 옛 아바의 전성기 모습이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아바는 나오지 않았다. 아그네사, 애니프래드, 비요른, 베니가 사무치게 보고싶었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오리지널사운드트랙 CD를 극장에서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그걸 팔면 안 되는 규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나처럼 OST를 사고 싶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러 봤지만 없었다. 극장 밖에 나와 음반점을 찾아봤지만, 늦어서인지 문을 열어놓은 곳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 가족은 집에 와서 누군가 불법 다운로드 받아놓은 카페에 들어가 밤새도록 그걸 틀어놓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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