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전두환은 '전직 대통령'이 아닙니다

기록하는 사람 2008. 3. 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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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두환의 이름 뒤에 '전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붙이지 않습니다. '씨'도 붙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일 전 신문에 쓴 칼럼에서도 '전두환 일당'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로부터 걱정어린 말씀을 들었습니다.

'너무 표현이 과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전두환 일당으로부터 봉변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김주완 칼럼, 시골마을 이장들이 집단사퇴한 까닭 )

연로하신 아버지께 걱정을 끼쳐 드린 것은 죄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대법원에 의해 군사반란 및 내란죄가 확정된 범죄자일 뿐 아니라 수백여 명의 국민을 살해한 학살자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한 그는 노태우와 더불어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예우도 정지된 상태입니다. 그런 그에게 '전두환 씨'도 과분하며, 성(姓)을 붙여 '전두환'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써주는 것도 내키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전두환

반란수괴, 학살자에겐 '씨'도 과분하다

저는 학교에서 '역적의 이름에는 아호(雅號)나 성(姓)을 붙여 부르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적어도 호를 붙여 부르려면 '백범 김구'나 '율곡 이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전두환의 아호를 딴 경남 합천군의 '일해(日海)공원'은 더더욱 안될 말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명백한 친일극작가인 유치진을 '동랑'으로 부르거나, 그의 동생 유치환을 '청마'라고 불러주는 것도 부당합니다.)

지난주에는 KBS창원의 시사프로그램 '시사 @ 경남'에 출연하여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박정희  대통령은 심복에게 총 맞아 죽었고…"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 프로그램을 본 한 시청자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습니다. "명색이 전직 대통령이였는데 '총 맞아 죽었다'고 표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어떻게 표현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시해당했다"고 해야 한다더군요. 쓸데없이 논쟁하기 싫어 "죄송하다. 앞으로 좀 더 신중한 표현을 쓰겠다"고 말씀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물론 듣는 이에 따라 '죽었다'는 표현이 불경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박정희 역시 쿠데타로 집권했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수많은 공안사건을 조작하여 죄없는 사람들을 죽인 역사적 죄상이 있습니다.

그에게 일말의 가책이라도 있다면 

그런 생각에서 볼 때 이번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전두환이 전직 대통령의 자격으로 초청돼 연단에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정말 천부당 만부당한 일입니다. '반란 및 내란 수괴'이며 '학살자'이고 '살인마'인 그를 어떻게 그런 자리에 앉힐 수 있단 말입니까? 더욱이 전직 대통령 예우조차 정지된 사람 아닙니까?

물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기 취임식 때 전두환과 노태우를 불렀습니다. 그 또한 크게 잘못된 일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자기가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가장 큰 피해자였기 때문에 '통합과 화해'의 차원에서 불렀다는 정치적 명분이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왜 그런 사람을 불렀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사 불렀다 하더라도 전두환이가 과거 자신에 의해 생명을 잃은 분들과 그 유족분들에 대한 일말의 가책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나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후세인은 지난 1982년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며 시아파 마을 두자일의 민간인 148명을 학살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했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죽인 전두환은 멀쩡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것조차 황감한 마음으로 숨어 있어야 합니다. ( 김주완 칼럼, 후세인과 전두환 )

 
위 사진을 보십시오. 당당하게 이명박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정말 뻔뻔스런 작자 아닙니까?

좀 늦긴 했지만, 이렇게 기록으로나마 꼭 남겨둬야 할 것 같아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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