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불교계 훈계, 경찰서장 글 사라졌다

기록하는 사람 2008. 9. 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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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어제(19일) 오전 포스팅한 '현직 경찰서장, 불교계에 훈계성 기고'라는 글이 다음(Daum) 메인에 걸려 있는 걸 본 뒤, 집을 나서 대전에 출장을 다녀왔다. 지금 현재 그의 글은 15만 4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 포스트를 계기로 그의 훈계성 기고문은 연합뉴스와 프레시안, 불교방송, 오마이뉴스, 데일리서프, 불교신문, CNB뉴스 등에 기사화됐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해당 포스트의 대상이 됐던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의 기고문이 하루 사이 인터넷에서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창원중부경찰서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아예 '임시폐쇄' 조치가 되어 있었다. 경찰서 홈페이지 관리자는 공지를 통해 "최근 자유게시판에 욕설과 비방글로 인해 본래 기능인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의 장이 과열된 토론으로 가득차 본 게시판을 임시폐쇄합니다"라고 알려놓고 있다.

또 강선주 경찰서장의 기고문을 신문지면에 재했던 <경남매일> 홈페이지(http://www.kndaily.com/)도 그의 글은 찾을 수 없었다. 삭제되기 전 강선주 서장의 경남매일 기고문 아래에는 41개의 독자의견이 달려 있었으나, 그 댓글들도 함께 사라졌다.

41개의 독자의견이 달려 있던 강선주 서장의 경남매일 기고문. 그러나 이 글은 19일 삭제되고 말았다.


또 애초 강선주 서장측에서 기고문 원문을 올렸던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 독자투고 게시판의 글(http://www.idomin.com/bbs/list.html?table=bbs_4&idxno=108242&page=1&total=12582&sc_area=&sc_word=))도 지워지고 없었다. 그 게시물에도 어제 오전 내가 봤을 때까지 61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고, 조회수도 4000회에 육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댓글도 역시 함께 지워졌다.

<경남도민일보>의 독자투고 게시글은 본인이 스스로 삭제한 걸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남매일> 지면에 실린 후 홈페이지에 올라간 그의 글은 신문사 홈페이지 관리자가 아니면 삭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강선주 경찰서장이 <경남매일>에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거나, 아니면 <경남매일> 스스로 삭제했거나 둘 중 하나로 보인다.

경찰서장이 요청했다고 해서 이미 신문에 실린 글을 삭제해주는 신문사나,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들이 게재했던 글을 아무런 경위 설명없이 삭제해버린 신문사의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19일 오전 다음 메인 맨 아래에 걸려 있는 블로거뉴스.

뿐만 아니라 경찰서장이 스스로의 소신에 따라 기고했던 글에 항의성 댓글이 올라온다고 해서 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폐쇄해버린 조치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경찰 스스로 자유게시판의 기능을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의 장'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과열된 토론의 장"이 되었다는 것을 폐쇄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진짜 황당한 논리다.

나는 강선주 서장이 자신의 이 글로 어청수 청장에게 질책을 받았는지, 칭찬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스스로 자기 글의 문제점을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글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듣기 싫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처음엔 소신대로 글을 썼지만, 나중에 논란이 된 후 생각해보니 자신의 주장이 좀 과했다고 생각되거나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강선주 서장이 직접 다른 글로 해명하면 된다. 또한 누리꾼의 비판이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역시 글을 통해 반박하면 된다. 적어도 그런 글을 신문에 기고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수많은 독자의견이 붙은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애써 올린 누리꾼들의 의견까지 볼 수 없도록 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파쇼적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내질러놓고 논란이 일자 그 논란마저 차단해버리겠다는 경찰서장의 태도는 현정부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

경남매일에 실린 강선주 서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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