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의미없는 것

거미줄 뜯어보신 경험 있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8. 9. 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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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고향 집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곤 했습니다.

저런 미물이 그토록 정교한 그물을 완성시켜가는 모습이 신기하고도 경이로웠습니다.

그러나 어린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잔인하게도 거미가 오랜 시간 어렵게 완성한 거미줄을 손으로 확 걷어내 버린 후 도망치는 거미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개구리나 잠자리, 메뚜기 등을 잔혹하게 죽이기도 했고, 조금 더 큰 뒤에는 낫으로 뱀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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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산소에서 본 호랑거미와 거미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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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호랑거미도 옆에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성악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어른들보다 작은 생명에 대해 훨씬 더 잔인한 모습을 보이는 건 요즘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추석 때 고향 집과 할아버지 산소에서 어릴 적 봤던 호랑거미를 봤습니다. 그들은 힘들여 지은 거미줄을 아이들이 확 걷어 버리면, 화들짝 어디론가 도망갔다가 이내 다시 나와선 처음부터 거미줄을 다시 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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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에서 발견한 호랑거미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와 정치 상황이 그런 거미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87년 6월항쟁 이후 어렵사리 쟁취해온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뜯겨져 나가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이 저 혼자뿐만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제가 확 뜯어버렸던 거미의 그것처럼, 다시 심기일전해 처음부터 다시 짜지 않으면 안 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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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뜯어버려도 이 녀석은 다시 처음부터 거미줄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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