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소벌(우포)에서 습지를 보지 않은 까닭

김훤주 2008. 8. 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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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블로거 지역 공동체 어떻게 실현할까?’ 토론회를 마치고 창녕 소벌을 찾았습니다. 토론회는 마산 3.15아트센터 1층 국제회의장에서 있었습니다.

1.  ‘소벌’ 이름을 되살려야 한다
소벌……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우포(牛浦)’라 이릅니다. 람사르습지에도 ‘우포’로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뜯어 고쳐야 하지요. 환경단체들이 토종말을 돌보지 못해 생긴 일입니다.

소벌 옆 이른바 대대제방 넘어 있는 한터라는 마을 이름도 소벌과 같은 신세가 됐습니다. 여기는 제 고향이기도 합니다. 대대(大垈)는 한터를 일컫는 중국글입니다.

어쨌거나, 소벌은 여전히 멋졌습니다. 무슨 반딧불이 축제 따위 개막식 탓에 무척 벅적거리기는 했습니다만. 창녕군수랑 만나 악수도 했습니다.

저는 그이 이름을 모릅니다. 그이도 제 이름을 모를 것입니다. 아마도, 8월 30일 만나는 그 순간에는 제 이름을 알았을 것입니다. 목걸이 이름표를 제가 하고 있었거든요.

이번 나들이에서는 습지를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소벌 탐방이 블로거 토론회에 참가하신 다른 여러 분들을 모시는 데 제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 가이드 때문에 짜증이 났다
저는 가이드가 좀 짜증이 났습니다. 나름대로 설명과 소개를 하기는 했지만 어떤 부분에서 엉터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바로 현장에서는 반박하지 않았습니다만, 나중에라도 바로잡아야겠다, 마음은 이리 먹었습니다.(이 글을 쓰는 목적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요.)

이이는 이런저런 물풀이 어우러져 있는 물가에로 사람들을 데리고 가더니, 이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습지식물은 정수식물과 침수식물과 부유식물 셋으로 나뉩니다.
저기 보이는 물억새 따위가 정수 식물입니다.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해서 정수식물입니다.”

저는 아주 잠깐 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제가 전에 들은 바를 의심했습니다.

이이는 정수식물 할 때 ‘정’을 맑을 정淨으로 잘못 알고 있는 셈입니다. 정수식물에 쓰이는 중국글 정은 뽑을 정挺입니다. 빼낸다는 뜻이지요.

뿌리는 물 아래 바닥에 꽂아두고 있지만 줄기와 잎은 물 위로 빼내놓는 풀이라는 말입니다. 침수식물은 물에 잠겨 있는 말즘, 부유식물은 개구리밥 같이 떠다니는 따위를 일컫겠지요.

나중에 다툴 소지는 있지만, 지금 홍수가 지지 않아서, 소벌에 있는 영양물질이 넘쳐 나가지 않아서 부(富)영양화가 심각하다고도 했는데, 이 또한 제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은 깨끗합니다. 논고동 같은 녀석이 흙바닥을 쓸고 다니면서 청소를 할 뿐만 아니라, 온갖 물풀들도 그것들을 맑게 바꿔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 위를 덮고 있는 개구리밥 따위를 한 풀만 걷어내면 제 말이 사실임을 손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다가 깜짝 놀란 적이 지난지난해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그 즈음에서 뒤로 빠졌습니다. 설명을 듣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대신, 저보다 뒤에 남아 있는 일행은 없는 보고 살피는 노릇을 어설프게 했답니다.

3. 바랭이랑 쇠비름 사진만 찍었다
이러다 보니 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습지에 가서, 습지 풍경은 하나도 사진기에 담아오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른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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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배갑 세로 길이가 8.2cm이니 이 녀석은 지름이 1.5m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크기가 엄청납니다. 바랭이 하고 쇠비름입니다. 둘 다 잘 나가는 ‘잡초’입니다. 적어도 끈질기기로는, 이 둘을 넘어서는 풀이 진짜 드뭅니다. 으뜸이 바랭이, 버금이 쇠비름입니다.

가로세로 지름이 한 1.5m는 될 것 같습니다. 둘레는 얼마나 될까요? 비교를 위해 위에 담배갑을 놓고 찍었습니다. 따오기학교 집터에서 찍었습니다.

바랭이는 밭농사 짓는 이에게 가장 골치 아픈 풀입니다. 아주 질겨서 나물로도 쓰지 못하는 데다, 뻗어나가면서 바닥이랑 닿는 자리마다 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말 그대로 ‘뿌리뽑기’가 여간 성가시지 않답니다.

쇠비름은 좀 덜합니다. 물론, 뿌리째 뽑아 흙을 털고 바위에 올려둬도 비만 내리면 뿌리를 거꾸로 벌리고 살아나는 데다, 뿌리 뽑히지 않은 상태서는 날씨가 가물수록 더 싱싱해지는 이상한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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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쇠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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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틍 크기인 쇠비름.

쇠비름은 오행(五行)을 다 갖춘 풀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잎은 파랗(靑)고 꽃은 노랗(黃)고 줄기는 빨갛(赤)고 뿌리는 하얗(白)고 씨는 까맣(黑)습니다. 그래서 오행초(草)라 합니다.

약으로도 쓰입니다. 솥에 넣고 고아서 고약처럼 만들어 옴·습진·종기에 바르면 깨끗이 낫습니다. 살결에도 좋아서 오래된 흉터까지 말끔하게 지울 정도랍니다.

질염 대하 이질이나 만성 장염 변비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여름철 밥상에는 쇠비름 나물이 종종 올랐고, 잎과 줄기는 소금물로 데쳐 말려 두면 겨울철에도 무쳐 먹을 수 있답니다.

그러나, 아직 상품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도 잘 자라서 따로 일부러 기를 필요가 없어서 그런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ㅎㅎ, 쇠비름을 제대로 고아서 알약을 만들었는데, 이 알약이, 비아그라 저리 가랄 정도로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짐작을 합니다만…….

김훤주

우포늪에서 보내는 편지 상세보기
임신행 지음 | 창조문예사 펴냄
시집 , 동시집 <우포,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 ...저자임신행의 신작 창작집. 3만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천연상태의 우포늪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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