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사람은 왜 새를 부러워할까?

김훤주 2008. 8. 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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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년 5월 20일 들판에 나갔습니다. 모내기를 앞둔 무논에는 먹이가 많기 때문에 여러 새들이 어슬렁거립니다. 때로는 한쪽 다리로만 서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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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로와 왜가리입니다. 여유롭습니다. 평화로워 보입니다. 사람들은 녀석들의 이런 몸짓을 부러워합니다. 아무런 것에도 매이지 않고 노니는 모습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먹이가 되는 미꾸라지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곰곰 들여다보는 장면인데도 명상(冥想)하는 장면이라도 되는 듯이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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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깔린 논바닥에서 먹이를 콕 집어내기 위해 재빨리 부리를 박는 장면을 두고도, 슬그머니 집어넣고 그냥 뜻 없이 즐기는 장난질 정도로 여깁니다.

2.
그러나 새들이 그냥 무논에서 노닥거리는 양 보이지만 실은 생존을 위한 몸놀림입니다. 먹고 살려고 치는 발버둥입니다. 조금이라도 쉬거나 한 눈 팔 여유가 이들에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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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시작해서 가을이 되기까지 부지런히 먹어서 튼튼하게 해야지만 철새들은 먼 거리를 날아 갈 수 있습니다. 알을 낳고 알을 까고 새끼를 돌보는 데에도 필요한 활동입니다.

3.
사람들은 세상살이가 버거우면 자기가 놓여 있는 자리를 애써 벗어나려고 합니다. 결국 ‘부처님 손바닥’밖에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벗어나서는 이런 새들 이런 몸짓 따위를 보며 부러워합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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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부러워함을 때때로 비꼬았습니다. 저것은 새들이 살아가기 위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들 마음대로 입질하지 마라 비웃었습니다.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에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제가 그 때는 정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눈으로 보지 못한 것들도 마찬가지 너무 많았습니다.

5.
이 같은 새들의 생존을 위한 몸놀림을, 자유롭고 평화로운 몸짓으로 여기고 부러워함으로써, 마음이라도 가라앉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사람들 세상살이가 팍팍하다는 사실을 저도 뒤늦게나마 온몸으로 깨치고 말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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