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거제, 임진왜란의 영광과 치욕 그 흔적을 찾아

김훤주 2018. 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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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

(8) 거제

객사 기성관과 업무 공간 질청 등

숨은 역사 품은 곳서 색다른 경험

옥포대첩·칠천량해전기념관서 전쟁 민낯 생각

몽돌해변·거제현 관아 보며 멋진 풍경

조선시대 고전미 만끽

역사문화탐방을 같은 지역에서 한다 해도 일정까지 모두 같지는 않다. 어느 지역 학생이냐에 따라 둘러보는 장소가 달라지게 된다

같은 지역이거나 관련성이 높은 지역 학생이면 잘 알려져 있는 데는 뒤로 미루고 여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중심으로 탐방한다. 반면 멀리 있는 다른 지역 학생이면 새로운 장소를 소개하기보다는 널리 알려진 장소를 깊이 들여다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번에 거제가 그랬다. 거제에 있는 신현중, 바로 옆인 통영의 충렬여고, 제법 거리가 먼 김해 구산고 아이들이 찾았다.

거제현 관아의 객사인 기성관.

거제 신현중은 거제면사무소 일대를 먼저 찾았다. 여기는 거제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거제 숨은 역사를 품고 있다. 거제현 객사인 기성관과 업무공간에 해당되는 질청, 옆에 잇닿은 거제향교와 거제초교 본관까지 두루 살폈다

기성관은 세병관(통영영남루(밀양촉석루(진주)에 이어 경남에서 네 번째로 큰 전통목조건물이다. 그만큼 거제의 기초 역량이 단단했던 셈이다. 공립 중·고교에 해당되는 거제향교도 항교 건물 치고는 경남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거제향교 대성전에서.

한국전쟁 직후 세워진 거제초교 본관은 지역민의 교육열이 어려 있다. 목조건물이 불타고 없는 자리에 지역 주민들이 손수 돌을 떼어오고 벽돌을 굽고 시멘트를 반죽해서 만든 2층 석조 건물이다. 건물 자체도 그럴듯한 데다 이런 지역성까지 더해져 있다 보니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거제초교에서.

산지석성인 가배량성과 평지석성인 사등성도 탐방했다. 가배량성과 그 앞바다에는 임진왜란이 끝나고나서 한동안(통영 지금 자리로 옮겨가기 전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제가 조선시대 해양 방위의 요충이었음을 알려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사등성은 거제 역사에서 가장 앞자리에 놓인다. 가야시대 독로국의 도읍이라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거제를 관할하는 관아가 처음 들어선 곳이다.

바로 옆 통영에서 오는 충렬여고 학생들에게는 통영보다 앞선 시기에 통제영이 짧지만 있었던 가배량성은 당연한 탐방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사등성은 거제 역사에서 차지하는 지위와는 별도로 성곽의 구조와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기에 가배량성과 한데 묶어 현장 학습장으로 삼았다.

사등성.

거제에는 임진왜란 당시 빛나는 영광과 뼈저린 치욕이 함께 서려 있다. 이번에 두 곳을 모두 찾았다. 칠천량해전공원기념관과 옥포대첩기념공원전시관이다. 충무공 이순신의 옥포대첩은 임진왜란에서 1592년 조선 수군이 거둔 최초 승리다. 당시 일방적으로 깨지던 전세를 돌려놓는 구실을 제대로 했다

반면 칠천량해전은 1597년 당시 통제사 원균이 거의 모든 전함과 병사를 모두 바다에 집어넣어버리고 본인 또한 비참하게 죽은 조선 수군에 하나뿐인 패전이다. 보통 다른 역사문화탐방에서는 이 둘 가운데 하나를 찾게 되는데 충렬여고는 고등학생인 데다 미리 공부도 좀 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 탐방했다.

옥포해전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당시 상황에 대하여 알아본 다음 승리와 패배의 상관관계도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옥포해전 승리가 바로 며칠 뒤 고현읍성 함락을 낳은 측면이 있다

옥포해전에서 타고 온 배가 모두 불에 타고 망가지는 바람에 뭍에 올랐던 왜군은 퇴로가 차단되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남서쪽으로 나아가 싸움으로써 거제의 중심 고현읍성을 점령하게 되었다

어떤 때는 지고 어떤 때는 이기는 것이 전쟁이다. 승패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 몸으로 붙어 있다.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늘 이길 수 있는 전쟁은 이 세상에 없다.

칠천량해전에서는 전쟁으로 죽고 다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누구인가가 생생하게 잡힌다. 신분이나 계급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은 운명이 크게 다르다. 힘이 세면 그래도 덜 당하고 힘이 약하면 사무치도록 당한다

칠천량해전기념공원에서.

임금이 1을 당한다면 양반은 10을 당하고, 상민이 70을 당한다면 천민은 100을 당한다. 남자가 30을 당한다면 여자·아이는 120을 당한다.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에는 삼강행실도가 나와 있다. 왜적한테 여자와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도륙되었는지 보여준다. 당대 임금과 양반들은 막지 못한 데 대해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대신 이런 국면에서는 달게 목숨을 버려야 한다며 본받도록 만들었다

이밖에 동영상도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은 잘난 임금이나 이름난 장군이 아니라 또치라는 노비다. 대대로 이어지는 천한 신분을 벗기 위하여 전장에 나간다

반면 양반들은 다른 사람을 사서 보내거나 뇌물을 써서 병역을 피한다. 용감하게 싸우다 결국 장렬하게 전사하는 또치. 아내와 아들은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을 위한 싸움이고 전사였나.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

멀리 김해에서 거제를 찾은 구산고 학생들은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을 둘러본 다음 학동몽돌해수욕장과 거제현관아 일대를 찾았다. 학동해수욕장은 힘차게 밀려드는 파도가 다시 흘러내리면서 좌르르 좌르르 자갈 쓰다듬는 소리로 이름나 있다

거제현 관아의 일부인 질청.

바다를 향해 탁 트인 전망도 멋지고 뒤에 받치고 선 노자산도 모습이 그럴듯하다. 거제의 멋진 경치를 대표한다 할 만하다. 또 거제현 관아는 앞에 살펴본 대로 거제 역사의 은근히 가려져 있는 살결에 해당된다. 한 번 눈에 담은 김해 아이들에게는 산뜻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 밖에 통영·창원·거창·남해도 찾았다. 올 한 해 청소년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은 모두 열두 고장을 스물여덟 학교 학생과 함께한 셈이다.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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