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한국현대사

"과거는 잊어버려야" 친일파 후손의 뻔뻔한 막말

기록하는 사람 2017. 8. 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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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실규명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8월 19일 S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도둑골의 붉은 유령-여양리 뼈무덤의 비밀' 편을 통해 경남 창원시 마산 여양리 민간인학살과 친일 문제를 재조명했습니다. 저도 출연하여 이야기를 보탰는데요.

거기서 집단학살(Genocide)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그간 여러 번 보도되었던 일이니 새로울 건 없지만, 학살 주범 또는 가해자들이 일제시기 친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 의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살해되었다는 데 주목한 것은 의미가 깊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여러 차례 글을 통해 이 대목을 짚었는데요. 당장 저희가 발굴 보도해 독립유공자로 서훈이 인정된 이교영 선생과 안용봉 선생도 그런 경우입니다.

1919년 마산 진전면 고현시장 장날 독립만세시위를 주도했던 독립운동가 이교영 선생은 곡안리에서 학살되었고, 창원 상남면 출신으로 1930년대 경성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던 안용봉 선생은 창원 삼정자동 골짜기에서 군경에 의해 학살되었죠. 이번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효전 스님의 할아버지 감영생 선생도 의열단원으로 활동했던 열혈 독립운동가였으나 마산 앞바다에서 수장 학살되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처

반면 학살 주범 김창룡 특무대장은 일제 헌병 출신의 친일매국노였고, 보도연맹 최고지도위원 이태희 또한 일제 검사 출신으로 친일인명사전에도 올라 있는 인물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진 않았지만, 3.15의거와 4.19혁명 등 이승만 정권 때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시민을 학살하고 고문한 이들도 일제 헌병이나 경찰 출신이었습니다. 3.15의거 당시 경남경찰국장으로 발포책임자였는 최남규는 일제 때 순사와 순사부장 출신이었고, 김주열 열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박종표 마산경찰서 경비주임은 일제의 악질 헌병보 출신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이들 가해자의 가족을 인터뷰하는데요. 그들의 후안무치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어쨌든 뭐 공산화를 막기 위해서 투쟁을 많이 하셨으니까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그랬던(학살당했던) 분들도 있겠죠. (민간인학살도 많았다는 것은) 다 헛소문입니다." -김창룡 특무대장의 아들

"해방 이후 6.25까지 그 시절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거라고 짐작해요. 그러나 그런 거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거기(친일인명사전)에 들어 있을 거라 짐작은 했어요. (피디가 보여주려 하자) 필요 없어요. 그런 거지같은 책은 안 보기로 했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사람들도 반쯤 정신 나간 놈들이죠. 거의 100년 전 이야기를 들춰서 무슨 도움이 된다고. 과거는 다 잊어버려야 된다고요. 지나간 일에서 뭘 배우겠어요? 가령 독립운동 한 사람들은 왜 가난하게 살고, 친일 했던 사람들은 잘 살고 그러냐? 그것도 한 세대만 따지는 거죠. 두 세대 세 세대 그렇게 넘어간 후에는 잊어버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게 더 나아요." -이태희 전 일제 검사의 아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처

그들이 방송에 대고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친일매국노 처단과 불법 학살 가해자 처벌은커녕 역사의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말대로 이미 당사자는 죽었고, 수십 년이 흘러버린 지금, 책임자 처벌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정립하는 일은 당대의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김창룡의 묘를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파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이명박 정권이 해산시켜버린 진실화해위원회를 즉시 부활해야 합니다. 그 일에 독자 여러분들도 힘을 보태주십시오.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서 독립운동가 감영생 선생의 손녀 효전 스님 말씀을 인용하며 이 편지를 마칠까 합니다.

"우리가 행사 할 때 국민의례를 하잖아요? 몸과 마음을 바쳐 조국과 민족에 충성에 다할 것을 맹세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국가가 우리한테 어떻게 했나요? 국가란 우리한테 뭡니까? 국가란 우리를 지켜줘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국가가 지켜주지 않았어.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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