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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려천 오염과 미나리·노랑꽃창포 심기

김훤주 2017. 6. 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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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일 오랜만에 광려천을 걸었다. 광려천은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다. 직선거리로 1km 남짓, 롯데마트 내서점 앞 삼계사거리 광려천교에서 상곡사거리 상중교까지였다. 엔진오일을 바꾸러 자동차를 서비스센터에 갖다 맡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광려천교에서 상중교까지에는 공장(오른편/동쪽)과 왼편 상가·주거지(왼편/서쪽)가 밀집되어 있다. 이런 조건에서 하천을 하천답게 유지하려면 하천으로 흘러드는 물줄기들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해당 구간에서 광려천으로 흘러드는 물줄기들은 내가 보기에 모두 표면이 복개되어 있었다. 물은 관거(管渠)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회색을 띠고 있는 것이 다른 물질이 틀림없이 섞여 있지 싶었다



물이끼라 해야 하나 녹조류라 해야 하나 모르겠는데 짙은 푸른색 물질이 곳곳에서 수면을 덮고 있기도 했다. 물이 말라붙은 데도 있었고 고여서 흐르지 못하는 데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깨끗하던 물도 금세 더러워질 것 같았다


오염물질은 크게 두 가지로 짐작된다. 하나는 공장폐수고 하나는 생활하수다. 공장폐수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유입되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 쉽다. 광려천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으니 공장폐수가 유입되지는 않는 것 같고 유입된다 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 싶다


생활하수는 그에 섞여 있는 음식물찌꺼기 때문에 부영양화(富榮養化)를 가져온다. 물에 질소나 인 같은 영양물질(=영양분)이 많아지면 이끼류나 미생물이 많아지게 되고(물속), 풀들도 우묵하게 웃자라게 된다(물가). 

영양분이 많아서 수북하게 풀이 웃자라나 있는 광려천 천변.


지금 광려천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잘 흐르지 않는 물은 물론 나름 흐르는 물에도 이끼류가 많이 있다. 그리고 갈대라고 할 만한 풀들도 물가 곳곳에 수북하게 웃자라나 있다. 생활하수로 수질이 오염되어 있는 현장이라 보아야 한다그런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 현장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와 해딴에는 2013~15년 함양 임호·망월, 창녕 명리, 김해 용전 등 네 마을에서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와 도랑살리기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마을사람들과 도랑에서 쓰레기 따위를 걷어낸 다음에는 반드시 미나리와 노랑꽃창포를 천변 곳곳에 심었다

광려천 둔치의 개양귀비.


미나리나 노랑꽃창포가 수질 정화에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미나리나 노랑꽃창포가 광려천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개양귀비나 노란코스모스와 또다른 이름 모르는 풀 등등만 보인다. 그것도 물가에는 없고 둔치 높은 데에 심겨 있다

노란코스코스.

이름을 모르겠는 풀.

망초.


수질 정화 기능이 없는 것들이다. 아름다워 보이라고 심었겠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이런 풀과 꽃이 아름답다면 자연 상태에서 자라나 그 옆에 아무렇게나 무리 지어 꽃을 피운 망초도 아름답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풀과 나무는 무리지어 있으면 그냥 예뻐 보이는 법이다


광려천 천변을 가꾸는 권한과 책임이 창원시 어느 부서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생활하수가 흘러드는 광려천 곳곳에 미나리와 노랑꽃창포를 심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말고 장마가 지나간 다음에 심으면 된다.  

주택 상가 밀집지역에서 광려천으로 물줄기가 흘러드는 어귀.


미나리·노랑꽃창포는 값이 싸서 넉넉하게 심어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생명력이 강해서 옮겨 심어도 금방 뿌리를 튼튼하게 내린다. 번식력도 좋아 조금만 심어도 한 해만 지나면 물을 타고 내려가면서 더욱 넓게 번진다


창원시청·마산회원구청·내서읍행정복지센터가 예산이 많지 않다면 미나리·노랑꽃창포를 장만은 세금으로 하고 심는 일은 주민들 힘으로 해도 되지 싶다. 내서에는 행정이 동원할 수 있는 주민조직은 물론 자발적으로 모여 자립적으로 활동하는 푸른내서주민회도 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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