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안철수는 지금도 노동조합을 부정할까?

김훤주 2017. 4. 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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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조 생기면 회사 접어야죠"

2014325일치 <미디어오늘>에 실린 기사다. “‘노조 생기면 회사 접어야 한다안철수 과거 발언 논란이다.(안철수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다.) 물뚝심송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박성호씨(딴지일보 정치부장)안랩의 CEO 안철수가 직원들에게 했던 말 한마디를 인용”한 내용이었

몇몇 직원들이 안철수에게 만약 안랩에 노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안철수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회사 접어야죠.’ 직원들은 말문이 막혔고, 대화는 여기서 중단되었다.” 이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적지 않게 놀랐던 느낌이 지금도 내게 남아 있다.

2. 창원광장 촛불집회에서

201611월이었지 싶다. 탄핵 정국 초기였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창원광장에서 국민의당이 책상을 차려놓고 무슨 서명을 받은 적이 있다. 1987년 마산 봉암공단에 나와 같이 현장에 위장 취업을 했던 한 친구가 거기서 무슨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그 친구 또한 나처럼 많이 늙어 있었는데,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모습이 참으로 열심이었다. 책상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흐뭇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저 친구는 배알도 없는 모양이네.’ 중얼거리며 지나쳤었다

그이는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노동현장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지금은 노동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못한 안철수를 위하여 국민의당에서 일하다니. 물론 이는 내 생각이고 그 친구는 그동안 생각이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

3. 노조 부정은 대한민국 헌법 유린

누구나 노동자를 싫어하고 노동조합을 싫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노조 설립을 비롯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헌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안철수는 노동조합을 부정했다. 삼성재벌과 마찬가지로 헌법을 유린하는 노동관이다. 박근혜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 부정은 노동자가 스스로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할 수 있는 방안을 봉쇄하는 것이다. 조직으로 단결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있어야만 하는 노동자는 자본가의 먹이감을 벗어나지 못한다.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대부분은 개미귀신이 파놓은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 신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노동자의 운명이다

물론 지금의 안철수는 흔쾌하지는 않겠지만 노동조합을 인정은 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본인의 사회적 지위도 바뀌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 인식은 여전히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리라고 나는 짐작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 먹은 마음이 한 순간에 바뀌는 일은 드무니까. 안철수는 노동자가 되어본 적도 없고 노동자를 위하여 일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니까. 어쨌거나 안철수는 스스로 본인의 노동관을 밝힐 필요가 있고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할 필요도 있지 싶다

4. 노동3권은 우리 사회 유지 위한 안전판

별 것 아니지만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자본가는 돈과 권력과 지식과 정보 등을 많이 갖고 있다.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자본가는 이고 노동자는 이다

자본가는 사업을 접어도 먹고사는 데는 아무 걱정 없다.(물론 자영업 수준으로 영세한 경우는 그렇지 않겠지만 이는 오히려 자본가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노동자는 해고 되면 당장 먹고살 걱정부터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동과 자본의 힘의 격차를 내버려두면 노동자는 더욱 가난해지고 자본가는 더욱 부유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 소비는 노동자 쪽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불황은 이와 같은 부익부 빈익빈 탓이 크다

그러므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는 어떻게든 조정되고 해소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유지 자체가 힘들어진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되어 온 장치가 바로 노동3권 보장이다

노동자 개인개인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단결권,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단결된 조직으로 자본가와 근로조건 등을 협상하는 단체교섭권, 교섭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실력 행사를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노동3권은 노동자를 위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치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노동조합을 부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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