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빙 필자의 글/박영주의 사진과 역사 이야기

일제강점기 마산에도 세계여성의 날 행사 열렸다

기록하는 사람 2017. 3. 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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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濟婦人데이를 맞이하여.

오늘은 109주년 세계여성의 날... 하루가 저물어가긴 하지만 올려본다.

이 사진은 1929년 3월 6일자 동아일보에 '國濟婦人데이講演'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실린 것으로, 기사는 마산청년동맹 여자부 주최로 3월 8일 하오 7시 마산부 석정 독립교회당에서 기념강연을 개최하니 많은 사람들의 방청을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김귀동, 김종신, 여해 등 세 사람의 연사가 각각 국제부인데이 유래, 조선여성운동, 부인운동의 의의 등에 대해 강연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기념 강연회는 계획대로 열리지 못했다. 일제경찰이 강연회를 금지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1929년 3월 6일자 기사.

세계여성의 날을 당시에는 주로 '국제부인데이'라고 불렀는데 '國濟無産婦人데이'라고 하여 '무산'을 강조하기도 했다. 1924년에 염군사(焰群社)라는 단체에서 기념행사를 준비했으나 일경의 방해로 중지된 게 우리나라에서는 첫 기념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후 국제부인데이 기념행사는 '부인운동'의 일환으로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추진되었다. 일제의 억압으로 별다른 행사를 하지 못하고 주로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마저도 금지되기가 일쑤였다.

마산에서는 국제부인데이 기념행사가 언제 처음 열렸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의 자료에 의하면 1926년 마산청년연맹 주최로 열린 國濟無産婦人데이 기념강연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당시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행사는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이러한 국제부인데이 기념강연 외에도 당시 마산에서는 여러 형태의 강연회가 열렸다. 1921년에는 마산여자청년회가 마산구락부회관에서 부녀해방에 대한 아(我)의 각오, 여자청년회의 사명 같은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고, 1925년에는 당시 유명한 여성활동가 정종명(鄭鐘鳴)의 강연이 마산청년연합회 주최로 열리기도 했다.

이 사진은 당시 강연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던 독립교회당에서 있었던 어떤 행사 장면인 것 같다. 무슨 행사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누군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이 사진을 싣지 않았나 싶다.

독립교회당은 1927년 문창교회에서 독립한 독립마산예수교회로 당시 교회 행사 외에도 지역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 사진을 통해 독립교회당의 내부 모습(1950년대 사진을 페북에 올린 적 있음)과 당시 행사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교회는 창동 가구거리 입구 쪽에 농협마산지점 건물 자리에 있었다.

국제부인데이 기념일을 맞이했던 당시의 그들은 "조선여성은 국가, 계급, 성의 삼중고"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고 온갖 억압과 차별에 고통받던 식민지 조선의 여성의 자각과 해방을 부르짖었다. 그로부터 백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한 오늘날의 우리들은 무슨 말을 부르짖어야 할 것인가.

글 사진 박영주 경남대박물관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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