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촛불집회가 바꾼 집회 시위 문화 "3월에는 끝냅시다"

기록하는 사람 2017. 2.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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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는 전통적인 집회와 시위 문화를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우선 구호 외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의 집회에선 지금도 이렇게 합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부당해고 철회하라!"라고 선창자가 외치면 조합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부당해고 철회하라! 부당해고 철회하라!"고 복창한 후, "고·용·안·정 쟁취~, 투쟁! 결사~, 투쟁!" 이렇게 후렴구까지 붙여서 외칩니다. 이게 하나의 공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개회 선언과 민중의례에 이어 조직의 대표자가 대회사를 하고, 투쟁사, 격려사, 연대사 등이 이어집니다. 노동단체의 집회가 아니더라도 대체로 이 공식은 지켜져 왔습니다.

하지만 촛불집회는 다릅니다. 유명인사나 단체의 대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신청하면 단상에서 자유발언을 할 수 있고, 구호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선창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18일 창원광장 촛불집회에서 시민 이나미 씨는 "홍준표! 날리삐자!"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11일 집회에선 선창자가 "탄핵 기각"을 외치면 시민들은 "택도 없다"고 호응했습니다. 마산 촛불집회에선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면 시민들은 "퇴진하라 퇴진하라 즉각 퇴진하라! 쫌! 쫌! 쫌쫌쫌!"이라며 야구장에서 외치는 견제구호로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25일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 오른쪽 위 '혼자 온 사람들'이라는 깃발이 이채롭다. @김주완

이렇게 촛불집회는 조직이나 단체의 대표자가 아닌 일반 시민과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연단에 올라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거침없이 펼칩니다.

그들의 자유발언은 또다른 시민에 의해 영상으로 촬영돼 유튜브로 유통됩니다. 기존 운동단체의 대표자가 나와 틀에 박힌 연설을 하면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합니다. 시민 자유발언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가 수십만 회에 이르지만, 단체 대표자의 연설 영상은 수십~수백 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인지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에 600여 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소속되어 있다곤 하지만, 그들 단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의외로 적습니다. 단체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상당수 단체는 아예 대표자조차 집회현장에서 볼 수 없습니다. 대표자가 참석한다 해도 그가 집회에서 특별 대접을 받는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잘 나오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 번 예외가 있었습니다. 지난 1월 27일 창원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민주노총 경남본부 간부 10명이 한꺼번에 연단에 올라 새삼스레 '민주노총 민중총궐기 투쟁 선포식'을 한다며 아주 긴 선언문을 낭독한 적이 있습니다.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은 '그걸 왜 촛불집회 현장에서 하는 거지?'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며 의아해했습니다. 다음날 SNS에도 이 선포식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촛불집회는 한국사회의 오랜 적폐 청산을 요구할 뿐 아니라 우리 시민사회 내부의 구태나 관성도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3월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중차대한 일이 결정되는 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가 3월에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3월이 대통령 탄핵을 넘어 촛불집회 과정에서 시민들이 제기한 적폐와 모순을 청산하고 해결해나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4개월이 넘는 기간 광장에서 주말을 보냈던 촛불시민들이 봄날 꽃놀이 여행이라도 다녀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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