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무성이 반기문을 붙잡고 매달리는 이유

김훤주 2017. 1. 28. 15:09
반응형

1. 반기문 손학규 박지원

손학규가 반기문을 27일 만났다. 언론 보도를 따르면 반기문이 "먼저 만나자"고 해서 만난 자리였는데 손학규는 "보수는 집권할 수 없으며 개혁 색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학규가 26일에는 박지원도 만났다. 마찬가지 언론 보도를 따르면 박지원이 먼저 "개헌을 고리로 삼아 정권 교체를 위해 통합하자"고 제안했고 양쪽 모두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로 했다. 또 반기문과 함께할 수 없다는 데도 의견 일치를 보았다.

(손학규는 좋겠다. 여기저기서 만나자고 불러대니까. 지금 보도를 보면 손학규가 마치 태산이라도 옮길 것 같다. 하지만 태산은 손학규의 약삭빠름으로는 옮길 수 없다. 태산은 우공이산에서 보는 바대로 우직해야만 옮길 수 있다.) 

2. 반기문 바른정당 김무성 

이로써 반기문은 행동 반경이 크게 좁아졌다. 새누리당은 반기문이 먼저 싫다고 했다. 제3지대-텐트는 반기문이 나름 자기 방식대로 크나작으나 한 번 쳐보려 하지만 거기에는 김종인 같은 꼰대들도 모일까 말까다. 

연합뉴스 사진.

그러면 반기문은 결국 바른정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반기문의 이런 바른정당행(行)에는 나경원 같은 수도권 수구와 정우택 같은 충청권 수구들이 동행할 것 같다.(텐트에 모일 꼰대들은 동행하지 않을 수 있다. 반기문에게 그런 정도 장악력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가장 좋아할 사람은 100% 김무성이다. 김무성의 활짝 벌어진 입은 이미 오세훈으로 나타났다. 여태 보도된 바로는 반기문이 오세훈에게 캠프 합류(선대위원장)를 요청했고 오세훈은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오세훈은 바른정당 최고위원이다. 당 바깥에 있는 반기문의 대선 출마를 돕는 것은 해당 행위에 가깝다. 유승민·남경필 같은 바른정당 대선 후보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와 최대주주 김무성은 "큰 그림으로 멀리 보자"면서 동의했다고 한다. 김무성이 단순히 동의만 한 것이 아니라 오세훈을 반기문에게 '파견'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3. 유용하고도 만만한 반기문

김무성이 반기문을 반기는 까닭은 내가 보기에 두 가지다. 하나는 유용함이고 다른 하나는 만만함이다. 반기문은 대선 승리가 목적이지만 김무성은 그렇지 않다. 대선 승리는 이루어지면 금상첨화지만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대세가 '정권 교체'인 것은 김무성도 알고 있다. 

김무성의 목적은 바른정당 최대주주 유지와 당내 주도권 강화 그리고 대선 이후 정국 대응 능력 확보라고 보는 게 합당하지 싶다. 이런 목적을 이루는 데에는 반기문이 가장 유용한 카드다. 

반기문을 영입하면 바른정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승민·남경필을 무난하게 꺾을 수 있다. 반기문이 대선 후보가 되면 김무성은 반기문을 앞세운 채로 여전히 대장 노릇을 할 수 있다. 

반기문은 자체 세력이 없거나 약하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되고 선거운동까지 제대로 하려면 김무성 도움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선 본선에서는 반기문이 어느 정도는 득표할 것이므로 그것을 자기 지분으로 삼아 대선 이후 정국에 대한 영향력을 나름 확보하게 된다. 

게다가 반기문은 만만하기까지 하다. 나중에 효용이 다하고 나서 아주 손쉽게 버릴 수 있는 대상이 반기문이다. 그렇게 버림받아도 반기문 본인만 억울해할 뿐 반기문을 위해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해 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연합뉴스 사진.

4. 꿩=유승민 잡는 매=반기문

반대로 반기문을 영입하지 못하면 이번 대선은 유승민한테 날개를 달아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유승민은 박근혜와 친박에 맞서 '민주'와 '공화'의 가치를 주장하며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시켰다. 이미지도 괜찮고 콘텐츠도 나름 갖추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 새누리당과 차별화에 성공할 수도 있고 당내 주도권을 유승민 세력이 넘겨받을 수도 있다. 대선에서 이룩하게 될 득표와 그에 따른 정국 영향력도 많든 적든 유승민의 성과가 된다. 

이는 김무성에게는 커다란 타격-어쩌면 치명상-이다. 한 번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김무성은 정치 성향으로 볼 때 수구의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존재다. 친박이 되고 싶었지만 친박이 되지 못한 비박이다. 문재인 같은 온건 리버럴조차도 좌파라고 매도하는 수구꼴통이다. 

보수 세력 전체의 주도권이 이번 대선을 통해 유승민=합리적 보수로 넘어가면 수구가 다시 세력을 떨치기는 어렵게 된다. 내가 보기에 김무성은 이런 이치를 본능적으로 꿰뚫고 있다. 

만약 바른정당이 본 척 만 척 해버리면 반기문은 지금이라도 당장 오갈 데가 없게 된다. 그런데도 반기문을 붙잡고 매달리는 것은 김무성이 이런 속셈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무성 주도 바른정당은 신종 수구세력

연합뉴스 사진.

반기문이 자기 말을 뒤집고 새누리당에 가면 보수 세력 전체 판도가 달라지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반기문 덕분에 새누리당이 커질까? 새누리당 탓에 반기문이 찌그러질까? 듣지 않아도 오디오고 보지 않아도 비디오다. 반기문은 이미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어쨌든 김무성이 반기문을 이렇게 앞장세우고 그 결과 바른정당에서 김무성 세력이 온존·확대되면 대선 이후 어떻게 될까? 간단하게 말해서 이렇다. 지금 대세대로 민심을 따르면 정권 교체는 이러나저러나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민생 개혁과 적폐 청산이 따라야 마땅할 텐데 이에 커다란 방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를 비롯한 곳곳에서 원조 수구 새누리당과 신종 수구 바른정당이 합동으로 부리는 패악이 보통은 아닐 것이다. 이래서 나는 반기문보다 김무성의 욕심이 더 겁난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