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대통령이 중허냐? 아파트 동대표가 중허냐?

김훤주 2017. 1. 1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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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아파트 동별 대표자보다 못하게 만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40살 이상으로 (어떤 식으로든)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한 적이 있으면 누구나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세상에, 마흔 살 되기까지 한국 국내에 5년도 살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그래서 이렇게 법률로 규정해야 할 만큼 문제가 될까. 

어쨌거나 이로써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떠나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거주해온 반기문은 대통령 피선거권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대한민국 법치(法治)는 사망했고 인치(人治)는 더욱 활개를 치게 되었다. 

SBS 사진.

중앙선관위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선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국내에 계속 거주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일까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다면, 공무 외국 파견 또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에 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고 밝혔다. 

옛날 헌법과 대통령선거법에는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5년 이상 국내 거주'를 대통령 피선거권 요건으로 정했지만 1987년 6월항쟁으로 개정된 헌법과 대통령선거법에서는 이 문구가 삭제되었다는 것을 중앙선관위는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공직 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공직선거법)에서는 '계속 국내 거주'를 대통령 피선거권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16조(피선거권)①항에서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밝혀놓은 것이다. 단서 조항으로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가 덧붙여져 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중앙선관위 발표를 보면 대통령선거법이 지금도 마치 존속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선거법이 없다. 1994년 3월 16일 공직선거법이 제정되면서 개별 법률인 대통령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지방의회의원 선거법 및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은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직 선거 및 부정선거 방지법을 제정하면서 개별 선거법을 모두 흡수했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헌법과 더불어 대통령선거법에 '5년 이상 거주 요건'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5년 계속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40살 이상인 국민이면 누구나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다'고 엉터리 해석을 했다. 

게다가 공직선거법 지금 이 부분은 사문화되거나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이 아니다. 1997년 1월 13일 개정되면서 추가된 부분이다.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못 믿을 존재라 하지만 아무 뜻 없이 글귀를 추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 1994년 3월 16일 제정 당시에는 1987년 개정된 헌법이나 대통령선거법과 마찬가지로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고만 되어 있었다. 그런데 3년 뒤 일곱 번째 개정될 때 '5년 거주 요건'이 삽입되었다. 

아무 까닭 없이 그렇게 했을까. 나름 이유가 있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검색에 서툴러 제대로 찾아보지 못했다는 사정이 겹쳐 있습니당)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가 적어도 5년은 거주해야 된다고 바꾼 데에는 적어도 나라 물정을 알려면 5년 정도는 국내에 살아야 하고 그런 물정 파악이 대통령 임무 수행에 필수라고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경남도민일보 사진.

지금 이것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아니다. 우리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다. 법률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고. 상위법 우선 원칙, 특별법 우선 원칙, 신법 우선 원칙, 법률 불소급 원칙. 신법 우선의 원칙이 이에 해당된다. 

새로 생겨난 법률과 옛날부터 있어온 법률이 충돌할 때는 새 법(新法)을 먼저 적용하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선거법은 1987년 제정되었다. 공직선거법은 1994년 제정되었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구법을 가지고 신법을 까뭉갰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어느 법률이 적용되어야 합당한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게다가 해당 조항은 3년 뒤에 새로 추가되기까지 한 구절이다. 반기문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뛰어넘는 문제다. 이런 식으로 사람에 따라 법률 해석이 오락가락한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끝장난 나라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반기문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법률 해석을 했다. 법률 해석만으로도 이렇게 큰 난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로 알았다.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은 민국의 주권자가 아니라 왕국의 종놈 종년이다. 

조금만 더 둘러보자. 대한민국은 아파트 동별 대표자를 하는 데도 '계속 거주 요건"이 필요하다고 해 놓았다. 오늘 아침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보았다. 공동주택 관리법 제14조(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 등) ③항 1호다. 

"해당 공동주택단지 안에서 주민등록을 마친 후 계속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되어 있다. 관련 대통령령을 찾아보니 제11조 2항에서 "법 제14조제3항제1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이란 6개월을 말한다."였다. 

적어도 여섯 달은 해당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는 취지다. 반기문은 아직 한 달도 살지 못했다. 중앙선관위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 준 반기문이다. 하지만 우리 아파트에서는 동 대표 출마 자격조차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나라를 망치려는 첩자 또는 괴뢰 도당이 장악하고 있다." 보도 매체들은 받아쓰기만 했다. "그러므로 중앙선관위에 출입 기자를 두고 있는 보도 매체들은 그런 첩자 또는 괴뢰 도당한테 농락당하고 있다. 아니면 공범이거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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