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박근혜 대통령 4년이 남긴 두 가지 업적

김훤주 2016. 1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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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본인 스스로가 대한민국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박근혜한테 무슨 업적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박근혜한테는 뚜렷한 업적이 두 가지 있다. 

여태까지는 대다수가 대통령은 굉장히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인 사람이 박근혜다. 이것의 그의 첫 번째 업적이다. 특별하고 잘나지 않고 자기처럼 못난이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입증해 보였다. 

박근혜는 평범한 우리 이웃 장삼이사들이 아무 탈 없이 잘 하고 있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무능하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3년 넘게 대통령 노릇을 했다. 박근혜는 이처럼 대통령이 되는 데 특별한 능력이나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연합뉴스 사진.

다른 한편으로 대통령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반면교사 노릇도 했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에게는 특별한 학력·재산이나 지식 또는 안목이 아니라 눈높이를 국민과 맞추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밀실과 불통을 통해 극단적으로 반증해 보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어떤 사람이 대통령감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다른 무엇보다 국민=유권자의 요구와 희망을 국민=유권자의 처지에서 제대로 알아채고 받아안을 자세가 되어 있는지 여부를 좀더 중하게 여기게 될 것 같다. 

나도 여태까지는 내가 품고 있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투표를 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쩌면 그런 것보다는 유권자=국민의 말과 행동을 좀더 귀 기울여 듣고 눈여겨보는 정당이나 후보한테 투표하게 될 것 같다. 

박근혜의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업적은 새누리당을 확실하게 둘로 나누어 대한민국 정치가 현대화되도록 촉진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보는 그대로 새누리당은 지금 친박과 비박으로 쪼개졌다.(비박은 개혁보수신당으로 당명을 정했다는데 약칭이 좀 거시기하다. 개보신? 개보당?)

친박은 좀 거칠게 말하자면 박근혜 말고는 아무것도 돌아보지 못하는 집단이다. 자기네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말도 들을 줄 모르고 행동도 볼 줄 모른다. 오로지 박근혜와 자신 사이에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만 재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친박은 수구 꼴통들이다. 

비박은 좀 다르다. 물론 사람마다 정도 차이는 나지만 그래도 비박은 남의 말을 듣고 남의 행동을 볼 줄은 안다. 이른바 꼴통은 아닌 존재들이고 이른바 (수구가 아닌) 보수의 가치에 대하여 정도 차이는 있지만 생각도 할 줄 알고 말도 할 줄 아는 존재들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성향을 갖고 말하자면 이렇다. 한편에 박근혜 때문에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새누리당이 내거는 ‘보수’의 가치 때문에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호남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지지를 국민의당이 가져갔다.)

이렇게 극우 꼴통과 꼴통이 아닌 보수가 동거해 왔다. 그런 덕분에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그래서 집권도 하고 여당도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집권을 하고 여당이 되도록 만들어준 동거를 박근혜가 두 쪽을 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앞으로 운명이 어떻게 될까? 유신잔당 김종필의 전말을 보면 답이 나온다. 김종필은 1987년 6월항쟁에 뒤이은 대선 공간에서 공화당을 창당하고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서 되살아났다.(지금 김종필은 정치 좀비다.)

그 뒤 김영삼의 민주자유당에 합류했다가 다시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해 뛰쳐나왔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그러나 자민련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사라지고 말았다. 

아마도 친박=새누리당의 운명도 이와 같을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꼴통들의 벗어날 길 없는 숙명이라고나 해야 할까. 개인으로서 유권자는 멍청할 수 있지만 전체로서 유권자는 언제나 현명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일러주는 본보기다.

반면 비박은 보수 유권자 지지를 안정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 간판스타로는 김무성보다 유승민이 훨씬 낫다. 김무성은 여전히 남 탓=좌파 타령으로 반사이익이나 챙기려 드는 반면 유승민은 남 탓 않고 ‘보수의 가치’를 뚜렷하게 내세우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박근혜가 여태껏 대통령을 하면서 이룬 업적이 만만치 않다. 먼저 대통령이 되는 데에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 없으며 유권자들과 눈높이만 잘 맞출 줄 알면 된다는 진실을 대중적으로 일깨웠다. 

연합뉴스 사진.

다음으로는 새누리당을 두 개로 갈라치기함으로써 수구 꼴통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도록 만들었다. 물론 조금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구 꼴통의 몰락과 그에 동반되는 보수의 건전화는 정치를 그만큼 현대화하는 대한민국의 경사다.

박근혜는 이런 대단한 업적을 4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이루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문득,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이 자기 나라를 침략한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보낸 시(與隋將于仲文詩)’가 떠올랐다.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에 다다랐고

교묘한 계책은 땅의 이치에 이르렀구나.

전쟁에서 이긴 공 이미 높으니

족함을 알고 그만두면 좋겠구나.


박근혜 대통령. 지금껏 3년 10개월 동안 이룬 업적이 이토록 크고 높으니 이제 그만 물러나 하야해도 좋다.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당연히 본인도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소꿉놀이를 4년 가까이씩이나 재미지게 하였으니 말이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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