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철새 먹이로 솔방울 도시락 만들었어요"

김훤주 2016. 12. 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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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떠난 두산중 

역사탐방·생태교실 

◇역사탐방 양산 북정동 고분군~통도사 

올 2월에 시작한 역사탐방은 11월 26일 양산의 통도사·북정동고분군 탐방을 끝으로 한 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에디슨·해피타임·메아리·경화·좋은씨앗교실·참살이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통도사는 고운 자태를 뽐냈을 잎들이 마지막 물기마저 털어낸 채 뒹굴고 있었다. 

아이와 선생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봤더니 각양각색이다. 어떤 팀은 다짜고짜 스님을 붙잡고 물어본다. 절이니까 스님이 가장 잘 알리라 여기지만 뜻밖으로 틀린 답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문화재에 관련된 질문은 스님도 잘 모르기 일쑤다. 

어떤 팀은 안내판을 꼼꼼하게 읽어 답을 찾는다. 아이가 어른에게 물어보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손을 끄는 두산중공업 자원봉사 선생님도 보기 좋았다. 

통도사에서 아이들이 미션지를 받아들고 문화재 관찰에 집중하는 장면.

통도사에서 으뜸을 꼽으면 '무풍한송길' 솔숲길을 빼놓기는 어렵다. 양옆으로 늘어선 소나무 늠름한 자태가 잘생기고 인품도 고고한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미션의 마지막은 무풍한송길을 걸어 나오는 것이다. 종종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리지만 지식 몇 개를 익히는 것이 이 길에서 느끼는 흥그러움에 비길쏘냐 싶기에 이 길을 꼭 걷게 한다. 

길 끝에 모여 미션을 풀었다. 연못이 두 개 있는데 무슨 기능이었을까요? 맞힌 팀이 없다. 동전을 모으기 위해 만들었다는 답도 나오고 부처님의 말씀을 담아놓는 곳이라는 답도 나왔다. 

정답은 조경과 화재 진압이라 했더니 다들 눈이 동그랗게 된다. 119 소방대가 없는 옛날에는 나무로 지은 절간을 화재로부터 지키는 데에 연못이 아주 긴요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 문제는 항상 그림 그리기다. 동점자가 나왔을 때 쥐꼬리장학금을 받을 팀을 가리는 데 요긴하다. 이번에도 다 맞힌 팀은 없고 다섯 팀이 두 문제를 틀렸다. 

미션지 뒷면에 그린 그림을 펼치게 했다가 완전 '빵' 터졌다. '풍경을 찾아 그리기'였는데 다들 열심히 성심성의껏 그리기는 했지만 한 팀만 풍경(風磬)을 제대로 찾아 그렸고 다른 네 팀은 풍경(風景)을 그렸던 것이다. 절간 처마에 물고기 모양 철판을 매단 종이 풍경인 줄 아는 이가 이토록 드물다니……. 

점심을 먹고 찾은 북정동 고분군은 부부총으로 유명하다. 고분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함께 온 두산중 선생님께 '총'과 '능'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신다. "총은 돌로 만든 무덤이고 능은 흙으로 만든 무덤이다." 

'총'은 주인을 알 수 없는 무덤이고 '능'은 주인이 분명한 무덤이라는 것은 아이어른 구분없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하나를 새롭게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오늘 하루 열심히 함께한 보람이 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올해 역사탐방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한 친구들 손들어보라 했더니 여기저기 손을 든다. 중학교에 들어가 역사를 배울 때 이번 탐방에서 봤던 것들을 책에서 다시 만나면 친구들은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팀별로 미션을 수행하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

◇생태체험 부산 명지철새탐조대~다대포해수욕장 

두산중공업과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가 함께하는 토요동구밖교실 올 한 해 생태체험의 마지막은 완월·성동·중리·다문화·진해·샘바위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더불어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명지 일대는 낙동강 민물과 남해 짠물이 만나는 자리다. 짠물에 사는 생물과 민물에 사는 생명이 모두 여기에 있다. 시베리아·몽골 북쪽 추운 땅에서 오는 겨울철새한테 먹이가 풍성한 장소다. 

낙동강 하구가 세계적인 겨울철새 도래지인 까닭이다. 그런 낙동강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복이다. 

명지 일대 겨울철새 가운데 으뜸은 고니다. 고니는 지구상에 2만 마리 정도밖에 없는데 30% 정도인 6000마리 안팎이 바로 여기서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서는 일본식 이름인 '백조(白鳥)'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흑고니'도 있는 처지다 보니 백조는 여러모로 가당찮은 이름이기는 하다. 고니는 덩치가 크고 어릴 때는 재색이다가 자라면서 대부분 흰색이 된다.

오리는 가장 흔한 겨울철새다. 닭과 비슷한 크기로 수컷은 머리가 알록달록하고 몸통도 화려하며 암컷은 좀 작고 색깔도 수수하다. 크게 무리지어 날아다니는데 날갯짓은 다소 방정맞을 정도로 요란하다. 기러기는 오리보다는 크고 고니보다는 작다. 

솔방울 사이에 식빵 등을 끼워 철새 도시락을 만든 모습.

이런 설명을 버스에서 들은 아이들은 명조철새탐조센터에 내리자 커다란 망원경에 앞다투어 눈을 들이댄다. '우와!' 탄성이 터져나온다. 거뭇거뭇 갯벌 둘레에 갖은 철새가 앉아 있는 것이다. 

'머리가 알록달록한 저거는 오리, 색깔이 갈색이니까 저거는 기러기, 목이 구부러져 있고 흰색인 저거는 고니' 하는 식으로 철새를 구분해 보는 소리도 나왔다. 

철새를 구경하면서 미션 수행을 마친 아이들은 '철새 도시락'도 만들었다. 나중에 사람이 적을 때 날아와 먹으라고, 식빵과 콩·쌀·보리 등등을 솔방울 사이사이에 끼우고는 그것을 삼실로 묶어 탐조대 아래 소나무 가지에 거꾸로 매달았다. 아이들은 만들면서 '철새가 이런 것도 먹어요?' 묻고 어른들은 '그럼, 당연하지!' 대답한다. 

점심을 먹고는 다대포해수욕장으로 갔다. 낙동강 강물을 따라 쓸려내려온 모래 알갱이들이 바다 해류를 맞아 동쪽으로 흐르다가 몰운대가 있는 조그만 섬을 맞아 가라앉고 쌓여 만들어진 모래사장이 바로 다대포해수욕장인 것이다. 

이 날은 날씨가 많이 흐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바다만 만나면 즐겁다. 모래벌판이 너르니까 더없이 즐겁다. 

모래를 주물러 성을 쌓기도 하고 막대기를 길게 그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해초만 찾아다니는 친구도 있었다. 어떤 친구는 어른 주먹만한 백합 조개를 서넛 캐기도 했는데 집에 가져가 요리해 먹어도 될 정도였다. 올해 마지막 열 번째 생태체험에 걸맞은 수확이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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