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촛불' 일부라도 삼성 불매운동 하면 어떨까

김훤주 2016. 12. 18. 09:00
반응형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서 재벌은 공범이다. 거액을 주고받으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이득을 챙긴다. 뇌물은 사익을 위해 공익을 유린하는 중범죄다. 세금이나 공적 기금으로 들어갈 돈이 사금고로 들어가고 손해는 국민이 본다. 지금 230만 '촛불'이 "재벌총수 처벌하라"고 외치는 까닭이다. 


삼성은 재벌 대표선수로 손색이 없다. 현대사의 고비마다 추하고 악한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삼성 떡검'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총수 재산을 공익재단으로 돌리겠다는 약속은 위기를 넘는 수단일 뿐,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삼성은 단순한 공범이 아닌 주범일 개연성이 높다. 다른 재벌은 '삥뜯겼다'고 할 정황이 있지만 삼성은 오히려 주도면밀하게 상황을 관리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다른 재벌을 압도한다. 최순실 일가에게 100억원 가까운 자금도 보냈다. 그 딸 정유라에게 비싼 말을 사주었고 조카 장시호의 센터에는 16억원을 후원했다. 

연합뉴스 사진. 뒤쪽 두 사람도 삼성맨입니다.

12월 6일 국회에서 삼성 이재용 등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 증인선서를 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사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대가나 반대급부를 노린 지원이나 출연은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가장 큰 의혹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하고 주가도 총수 일가에 유리하도록 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 돈으로 운용하는 국민연금기금에 큰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부분이다. 


재벌들의 범죄행위를 그치게 하려면 정치적 규탄과 법률적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여태까지 규탄과 처벌이 숱하게 있었음에도 재벌들의 부정·비리·불법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반증한다. 


시장을 통한 경제적 응징이 뒤를 받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벌은 소나기가 그치면 곧바로 안면몰수하고 맑은 하늘 아래 탄탄대로를 마음껏 내달릴 것이다. 


홍세화는 이미 6년 전에 말했다. "한 사회가 자유와 굴종 사이 어디쯤에 자리하는지 규정하는 것은 자본권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와 균형의 힘이다. 궁극적으로 생산하는 노동자와 소비하는 시민의 자본에 대한 인식과 행동에 달려 있다." 


자본의 횡포를 막으려면 노동자의 파업이나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불행하게도 삼성 노동자는 무권리 상태다. 이재용 할아버지 때부터 헌법까지 유린하며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왔다.) 

11월 19일 창원광장 촛불집회 모습.


선택과 집중은 불매운동에서도 중요하다. 힘을 분산하면 안 된다. 한 군데로 모아야 한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주인공 '무대포'가 보여주었다. "나는 한 놈만 팬다." 삼성은 우리나라 재벌의 대표선수다. 나는 '촛불'이 나서서 삼성 불매운동을 벌이면 정말 좋겠다. 


나는 이번에 삼성에 대해 정말 화가 났다. 때마침 집에 19년 된 냉장고가 냉동이 안 되고 물이 샜다. 삼성 아닌 다른 물건으로 바꿨다. 2년 넘은 휴대전화도 종종 먹통이 된다. 삼성갤럭시는 구매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다. 올해 7년째인 노트북컴퓨터도 언젠가는 '유노조 경영' 기업 제품으로 바꿀 것이다. 


김훤주 


※ 2016년 12월 13일치 <경남도민일보> 데스크칼럼에 썼던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