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박근혜의 이상한 화법 "취지 살릴 수 있도록"에 숨은 뜻

기록하는 사람 2016. 11. 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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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2선 후퇴), 그리고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 중 정의당은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아직 하야나 퇴진, 탄핵을 꺼내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는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 때문일 것이다. 탈당-2선 후퇴-거국중립내각으로 대통령을 사실상 식물상태로 두고 야권이 정국주도권을 행사하면서 다음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본인 의사로는 절대 사임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임하게 되면 그 즉시 민간인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그럴 경우 구속과 함께 중형을 받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로선 대통령직을 내놓는 순간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이라는 걸 요청하고 있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늘 전격적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해 사실상 김병준 총리 카드를 철회하고 협조를 부탁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 대통령의 대화록 중 이상한 문장을 발견했다. 우선 대화록 전문을 보자.

대통령-국회의장 면담내용(2016.11.8, 국회)

◯ 모두발언

정세균 국회의장> 어려운 걸음 하셨다. 힘든 시간이고 국민이 걱정이 많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대통령의 위기는 국정의 위기이고 국가의 위기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드는 게 중요하다. 주말 촛불민심을 잘 수용해주시고, 그래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의 책임이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주시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드리겠다.

사진=연합뉴스

◯ 대화

정 의장> 한 실장이 대통령을 잘 보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 제 정당이 지혜를 모아 거국내각을 통한 위기극복을 해야 하고, 정치문제는 의장단 보다는 정당이 중심이다. 하지만 국가의 위기인 만큼 정당의 책임 있는 분들과 대화해서 지혜를 모으고 협의해 나가겠다. 현재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 점에 공감하면서 처방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제 전직 의장 6분을 만났는데 다들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다. 하지만 국가의 질서는 유지해야 한다. 대통령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국회도 협력해야 하고, 동시에 대통령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국회가 적임자 추천을 하면 임명을 하고 권한을 부여하셔야 하고 차후 권한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 정당 간에 싸울 수도 있고 청와대와 국회 간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 힘들더라도 국민의 의견과 국회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박 대통령>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정 의장> 대통령 말씀 정당에 잘 전달하고, 제 정당이 위기극복에 협력하도록 소통 잘 하겠다. 건강 잘 챙기시라. 총리후보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인물,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다.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대통령도 안심하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물을 찾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리당략을 벗어나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비우고 국민과 국가만을 생각한다면 해법이 나올 것이다. 사심 없이 잘 협의하겠다. <끝>

바로 위 밑줄 친 부분이다.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비문(非文)이다. 문장이 안 된다는 말이다.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겠다"라고 하면 될 것을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한다. 게다가 "취지를 살리겠다"도 아니고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한다.

평소에도 언어구사 능력이 초딩 수준이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이 말은 그렇게 넘길 수 없는 게 사실은 여기에 권력을 넘기고 싶지 않은 박근혜의 심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취지만 적당히 살리는 모양새를 취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문장이 저렇게 비비꼬여 나온 것이다.

물론 야당은 이걸 절대 받아선 안 된다. 박근혜는 우선 급한 불만 끄고 싶을 뿐 권력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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