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손가락 운동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기록하는 사람 2016. 11. 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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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여론조작 대상으로 삼은 SNS는 트위터였다. 물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와 포털의 토론방도 대상이었지지만, SNS는 트위터가 유일했다.

드러난 것 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트윗은 총 121만 건으로,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한 글, 보수 매체의 글, 보수 논객의 글 등 원문 2만6550개를 확대재생산하여 유포했다. 이런 사실이 선거 전에 밝혀졌더라면 박근혜는 결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대선에선 어떤 SNS가 여론전(戰)의 대상이 될까? 아마 페이스북이 될 것이다. 4년 사이 트위터의 영향력은 급락했고, 페이스북은 급등했다.

페이스북에도 ‘친구 맺기’ 외에 ‘팔로우’ 기능이 생겼고,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이 구독하는 ‘페이지’의 영향력도 커졌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SNS로 자리잡았다. 각종 통계를 종합하면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는 2000만 명에 육박한다. 카카오스토리나 밴드도 가입자 수는 많지만, 폐쇄형이어서 페이스북 영향력에 비견할 바는 못 된다.

최순실의 테블릿PC를 통해 그의 국정농단을 보도한 jtbc 뉴스룸 공식 시청률은 8%대에 불과했지만, 삽시간에 모든 국민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도 SNS의 힘이었다. 대통령이 두 번이나 침통한 표정으로 사과를 했지만 그게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 또한 사과문 낭독이 끝나자마자 SNS에서 순식간에 국민여론이 정리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27년 동안 지역신문를 만들어온 나도 최근 몇 년 간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있다. 신문이 지역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배웠지만, 340만 경남인구의 1%도 안 되는 종이신문 구독자로선 언감생심이었다. 그땐 정말이지 ‘내가 이러려고 신문기자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 경남도민일보 페이스북의 월간 도달수는 200만 명에 이르고, 개별 기사 또한 20만~50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돈 내는 남강유등축제 가슴 아픈 한 장의 사진’(도달 21만 5940), ‘나는 새누리당 안 찍었는데, 몰표가 나오다니’(도달 53만 1545) 등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사가 순식간에 이슈가 되고 여론이 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봤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막말이나 무상급식 중단, 진주의료원 폐쇄 등도 마찬가지였다.


대구MBC의 방송권역 인구 300만 명을 기준으로 시청률 1%는 1만 명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53만 명은 경남에서도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정도면 충분히 ‘공론장’으로서 지역신문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SNS로 소통하기’를 주제로 종종 강연을 다니는데, 거기서 이런 말을 꼭 한다.

“예전에 시민은 언론이 일방적으로 던져주는 기사를 받아보기만 하던 수동적인 존재였다면, SNS시대에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미디어고 기자이자 에디터이며 큐레이터다. 내가 직접 뉴스를 만들거나 선택하고, 그걸 재생산, 재가공하여 유통시킨다. 페이스북에서 눈팅만 하지 말고, 좋은 기사나 글에는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고, 내 의견을 덧붙여 공유도 하자. 이런 손가락 운동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게 손가락 혁명이다.”

5일 이재명 성남시장도 창원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친구에게 좋은 기사 하나를 보여주려면 신문을 직접 갖고 가거나 복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1000명, 만 명에게도 전달할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국정원이 그렇게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경남도민일보에 칼럼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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