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함안연꽃테마파크만의 매력 두 가지

김훤주 2016. 8. 14. 18:56
반응형

7월 30일 아침 일찍 함안연꽃테마파크를 찾았습니다. 아직 7시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던지요. 우리야 함안군이 마련한 함안 홍보 블로거 팸투어로 찾았다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기로 끌려오는 다른 무슨 매력이 있을 법하다는 느낌이 확 끼쳐왔습니다.

함안연꽃테마파크는 법수옥수홍련을 품었습니다. 법수옥수홍련 말고 다른 홍련 다른 백련도 없진 않겠지만 대다수가 옥수홍련입니다. 옥수홍련, 이름이 예쁩니다. 알고 봤더니 그냥 예쁘라고 지은 것이 아니고 ‘함안 법수면 옥수늪에 옛날부터 절로 나서 자라던 연’이라서 붙은 이름이라 합니다. 


요즘 흔하지 않은 DNA 옥수홍련

말하자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사람들 취향에 맞도록 바뀌어진 연꽃이 아니라 원래 자기 모습과 성질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녀석이라는 얘기입니다. 양식이 아니라 자연산이라 하겠습니다.^^

블로거 커피믹스님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천산만야한 연꽃. 오른쪽 아래에 실비단안개님, 거다란님, 커피믹스님이 보입니다.

저까지 포함해서 요즘 사람들 특징을 잘라 말하자면 천박하다는 것입니다. 달리 천박해서 천박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여러 조건과 여건 때문에 차분히 보지 못하고 깊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바로 그 때문에 단박에 화끈하게 눈길을 끌어당기는 자극적인 것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사람들 관심을 받기 어렵게 되었겠지요. 저는 연꽃을 사람들이 그대로 놔두지 못하고 개량을 거듭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빈 틈이 없을 정도로 잘 자라나 있습니다.

어쨌거나 옥수홍련은 경북 경주 안압지에 있는 연과 DNA가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적어도 1100년 더 넘게 사람들 손을 타기 이전 성질을 그대로 갈무리한 채로 여기 피어 있는 셈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옥수홍련은 귀한 신분이 되었습니다. 

2007년 서울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연을 다시 심을 때 여기 옥수홍련을 가져갔습니다. 올해 3월에는 경북 울진군이 지역 명소 연호정 호수에 다시 심을 요량으로 옥수홍련 1만5000포기를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옥수홍련은 이밖에도 연꽃에 잎맥이 선명하고 키가 1m 안팎으로 크지 않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8월 초순 늦어도 8월 중순이면 대부분 연이 꽃잎을 떨어뜨리지만 옥수홍련은 다른 연보다 늦은 7월 말에 피기 시작해 9월초까지도 붉은 꽃빛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합니다. 

연밭 한가운데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정자에 올라 내려다보며 한 장 찍었습니다.


처참히 망가진 옥수늪에서 갈무리한 옥수홍련

꽃은 색깔이 은은해서 바라보노라면 마음까지 누그러지도록 만들 정도로 느낌이 부드럽습니다. 처음에 저는 함안연꽃테마파크를 뒤덮고 있는 연이 법수옥수홍련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옥수늪은 무슨 이런 대단한 연을 품을 조건이 못 되었습니다. 

제가 옥수늪을 처음 찾은 때가 2006년인데요, 그 때 옥수늪은 이미 더 이상 망가질 데가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어서 무슨 연이 자라고 말고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당시 기록은 이렇습니다. 2008년에 제가 펴낸 <습지와 인간> 104~106쪽입니다. 

사진 찍으려고 사람들이 곳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사진 찍는 사람들, 장비도 다들 대단합니다. 저는 물론 조그만 똑딱이가 전부입니다만.

2006년 7월 옥수늪이 있는 함안 법수 윤외리 윤산마을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한 음식점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주민들은 군청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뾰족한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늪이 사유지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마을 농민들은 “몇 십 년 동안 여기서 농사를 지었지만 한 번도 물에 잠긴 적이 없었는데 매립이 시작된 뒤 황톳물이 넘쳐 들어오는 일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물 빠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늪을 메우는 바람에 일대 높낮이가 바뀌었다는 얘기입니다. 옥수늪은 2004년부터 농지조성 목적으로 여태까지 매립돼 왔습니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대했지만 결국 개발에 밀린 셈입니다. 2004년 넓이가 2만7271㎡였으나 지금은 훨씬 졸아들어 늪이라 하기가 낯간지러울 정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매립에는 쓰다 버린 석재와 건축자재 따위가 뒤섞인 흙이 쓰였으며 기름기가 배어 있는 비닐까지 같이 묻힌다는 이유로 매립업자가 주민들에게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매립으로 말미암은 폐해가 홍수 피해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옥수늪 매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93년부터 일부가 메워져 7000평 가량이 한때 자동차회사의 출고지로 쓰였고 지금은 대형 유통업체의 창고가 자리 잡은 물류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최근 늪을 찾았을 때, 가을걷이를 하고 있던 한 주민은 “여기서 사철 물이 솟았기 때문에 옛날에는 물을 떠다 집에서 쓰기도 했는데 이제 옥수는 늪이 아니야.”라 했습니다. 늪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가시연과 마름이 불쌍해 보였지만 새들까지 발길을 끊은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둘레 논에서 먹이를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옥수늪은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에서 나와 1011번 도로를 타고 의령 쪽으로 가다가 함안농업기술센터를 지난 다음 법수면사무소를 알리는 표지를 따라서 왼쪽 도로로 곧바로 옮기면 됩니다. 면사무소가 자리 잡은 오거리에 못 미쳐 윤외리에 법수초등학교가 있고 늪은 학교의 우람한 플라타너스 길가에 있답니다. 

백련도 있습니다.

옥수늪이 그 사이 사라지고 말았나 싶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더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음 지도 2014년 찍은 사진에 늪이 뚜렷이 나와 있었습니다. 함안군 설명을 따르면 옥수늪에서 옥수홍련을 거둔 사연이 정비 작업 때문이라 했는데 그게 옥수늪을 없애는 작업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옥수늪은 농협경남물류센터와 롯데하이마트경남물류센터 사이에 초록 수목과 물로 살아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농협경남물류센터 정문 있는 쪽에도 조그맣게 습지가 하나 띄었는데요, 이름이 윤내늪이라고 한답니다. 

연꽃 아래 물은 이렇게 지저분해 보이지는 실상은 아주 맑다고 합니다. 연이 자연정화작용을 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반가웠습니다. 여태 10년 세월 흐르는 동안 옥수늪과 관련해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었기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옛말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했건만, 우리 살아가는 세월이 생태계에게는 특히 살벌한 탓에 그 무소식을 저는 희소식으로 여기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예전에 저렇게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으니 10년 세월이면 날로 세어지는 개발압력에 도저히 버틸 수 없었으려니, 지레짐작한 탓입니다. 사실 습지보전운동을 하는 이들한테서 지난 10년 사이 사라진 습지가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2006년 찾아가 보고 나서 여태 한 번도 걸음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처럼 하루하루 사는 나날이 바쁜 때문이었겠지요. 그러나 달리 보면 아니 어쩌면 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사는 집에서 자동차 몰고 나서면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거든요. 

그래 이제 더 늦기 전에 한 번 찾아가봐야겠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요. 얼마나 고맙습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매립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렇게 예쁜 옥수홍련을 2000년 이상 품고 길러온 터전 옥수늪이니까요. 

이제 뒤늦기는 했지만 사람들 보살핌을 제대로 받으면서 살아남았으니까, 여태까지 갖은 악조건 아래서도 잘 버티었으니까, 이제 앞으로는 좀더 아름답고 좀더 넉넉하고 좀더 씩씩하게 생물·무생물 가리지 않고 무던하게 안을 만큼 품이 커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서 고맙다고 크게 큰절이라도 한 번 하고 인사 올리고 싶은 것이지요. 


연꽃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함안연꽃테마파크

함안연꽃테마파크는 사람들이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꽃구경도 하고 꽃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매력까지 더해져 있습니다. 연꽃이 대단하기로는 전북 전주 덕진공원도 뒤지지 않는 줄로 저는 압니다만 거기서는 연꽃을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을 뿐입니다.

조롱박터널도 있습니다. 실비단안개님과 거다란님이 터널을 사진에 담고 있네요.

덕진공원에서는 가까이 다가가 연꽃 꽃술이 어떻게 생겼나 연밥이 처음부터 생겨나 있나 살펴보거나 꿀벌이 몇 마리나 붙어서 웅웅거리나 등등을 헤아려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함안연꽃테마파크에서는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바로 옆에까지 사람들이 걸음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 전주 덕진공원이나 전남 무안 백련지는 아무래도 원래 연꽃이 자라던 연못이나 호수를 바탕으로 삼아 사람들로 하여금 연꽃 구경을 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들었기에 사람들이 연꽃 가까이 다가가는 데 근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정말 곱습니다. 다른 말일랑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요.

하지만 함안연꽃테마파크는 원래 신음천 제방 너머 습지를 아예 새롭게 조성해 처음부터 사람들 접근이 손쉽도록 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특수 렌즈를 쓰지 않고도 꽃송이 하나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사진을 충분히 찍을 수 있었답니다. 새벽 일찍부터 사진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까닭입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