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보물찾기 하듯 재미나게 둘러볼 고장 함안

김훤주 2016. 8. 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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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군이 주최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진행하는 '함안 관광 활성화 2016 블로거 팸투어'가 7월 29~30일 펼쳐졌습니다. '아라가야 함안의 꿈, 그리고 멋과 맛'이 주제인 이번 팸투어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함안 관광 자원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경남을 비롯해 부산·수도권·강원도 등지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10명이 함께했습니다. 

먼저 찾아간 데는 장춘사였습니다. 장춘사의 으뜸 특징은 '작음'이랍니다. 대웅전도 크지 않으며 조사당·약사전·산신각·독성각 등 다른 전각들도 조그맣습니다. 대부분 다른 절간들이 불사로 건물을 키우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물론 무소유라든지 일체 공이라든지 하는 부처님 가르침과 깨우침을 잘 따라서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이번 팸투어에 함께한 블로거들이 감탄한 것도 다름 아닌 조그마한 출입문이었습니다. 여느 절간과 달리 우람한 일주문이 아니라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사립문이 정면에 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무릉산 장춘사' 편액을 내건 출입문은 살짝 돌아 앉아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야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나지막하고 너비 또한 두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비좁을 정도거든요. 양쪽 문짝에는 그래 천왕문 시늉이라도 해야지 싶어서 그러한지 빛바랜 천왕상이 고작 하나씩 들어서 있을 뿐이고요.(절간 출입문이면 보통 일주문 천왕문 이름이 어울릴 법한데, 장춘사는 전혀 걸맞 않아서 그냥 출입문이라 했습니다.

장춘사의 또다른 특징은 샘물입니다. 놓인 자리가 산중턱 가파른 언덕배기여서 지하수가 솟아나기 어려운데도 샘물이 둘 있습니다. 약사전 옆 샘물은 철판을 둘러썼지만 대웅전 옆 샘물은 전각을 올렸습니다. 바로 용왕각인데 이 또한 자그마해서 문을 열고 두 사람이 동시에 들여다보기도 어렵습니다. 

샘물을 모시는 전각을 저는 여기 말고 다른 데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앞쪽에 지폐가 있고 뒤에는 향로가 놓였습니다. 용왕은 원래 너른 바다나 큰 강이랑 어울리는데 여기 용왕님은 멀리 떨어진 무릉산 중턱까지 행차하셨습니다. 장춘사 스님들은 이 용왕각 샘물이 예로부터 우리나라 100대 약수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고들 자랑을 한답니다. 

절간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대웅전 염불하는 스님 소리도 듣고 우거진 나무들도 눈에 담고 무설전 옆 '무릉도원 사시장춘' 편액이 달린 마루에 앉아 얘기도 나누는 데는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지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자드락 산길이 있습니다. 아래 마을에서 장춘사까지 이르는 오솔길인데요 가파르지도 않고 예쁘기도 해서 여름 아닌 봄·가을·겨울에는 산책 삼아 한 30분 걷기도 안성맞춤이지요. 산비탈에 길고 곧게 자라는 소나무와 참나무들은 시원한 기운을 내뿜어줍니다.

장춘사 아담한 풍치를 즐긴 일행은 이어 법수면 주물리 소나무집을 찾았습니다. 소나무집 메뉴는 국수와 돼지껍질 둘뿐입니다. 값은 비싸지 않고 국수는 '무한 리필'이 됩니다. 일행을 맞은 주인 홍여사는 알아서 챙겨주겠다고 했습니다. 

주인장은 돼지껍질에 막걸리 한 잔을 먼저 내어왔습니다. 그런 다음 가오리를 얹은 비빔국수와 국산 콩을 갈아 만든 콩국수와 온기가 느껴지는 물국수까지 세 가지 국수를 차례로 내었습니다. 주는대로 먹고 배가 불러 있는데 마지막 서비스로 팥빙수까지 나왔습니다. 이처럼 푸진데도 비용은 1인당 1만원에 못 미쳤습니다. 무척 쌉니다. 

고려동 율간정.

점심을 먹은 뒤 블로거들은 산인면 고려동 유적지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고려가 망하자 그 조정에서 벼슬을 했던 이오(李午)라는 이가 고려 유민을 자처하며 식솔들과 들어와 살았던 터전입니다. 

그에 걸맞게 들머리 다리는 이름이 고려교입니다. 길어야 2m 남짓밖에 안되는 개울 이쪽저쪽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입니다. 하지만 이로써 고려땅과 조선땅이 선명하게 구분됩니다. 다리를 건너 고려땅에 들어서면 600년 전 이오가 올 때도 있었다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한창으로 빼어물고 있습니다. 

고려동은 전체가 담장 울타리 하나로 둘러쳐져 있습니다. 울타리 안쪽은 조선이 아닌 고려 땅이라는 선언입니다. 물론 큰집 작은집을 가르는 다른 담장도 있는데 전체를 두르는 큰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블로거들은 채미정·율간정·복정·사당·종택 등을 둘러보며 조선 왕조가 고려동을 인정하고 품은 까닭이 무엇일까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고려종택 사당 내부 모습. 4대 봉제사가 사실임을 알겠습니다.

기본으로는 고려동이 위험요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두 번째는 무엇일까요? 조선 왕조가 신하들에게 '고려동 유민들을 본받아 너희 또한 조선이 망하는 지경까지 가더라도 일편단심으로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새겨넣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이어 함안연꽃테마파크 옆 카페드아라에서 조정래 함안군 문화예술담당관을 만났습니다. 조정래 담당관은 함안에 자리잡았던 아라가야를 소설로 재현하고 있는 문인입니다. ‘잊혀간 왕국 아라’ 시리즈인데요 여태껏 네 권을 펴냈고 며칠 전에는 다섯 권째로 <검은 바다의 소용돌이>를 출간했습니다. 

조정래 담당관. 저녁 자리에도 찾아오셔서 얘기해 주시는 고장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블로거들은 함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역사에 뿌리내린 함안의 이야기>라는 책과 본인이 쓴 소설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어 블로거들은 곧바로 입곡군립공원을 찾았습니다. 입곡군립공원은 함안은 물론 창원·김해 일대까지 나름 알려져 있을 정도로 좋은 풍경과 훌륭한 산책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입곡저수지는 수면이 마름으로 뒤덮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마름으로 뒤덮인 입곡저수지.

한가운데 걸려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며 맞은편 바위절벽과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산기슭 산책로에서는 패랭이꽃을 비롯해 며느리밑씻개·사위질빵 등 갖은 풀꽃들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누렸습니다. 이렇게 이어진 첫 날 일정은 오후 6시 30분 칠원읍 운곡리 신풍식육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튿날은 함안연꽃테마파크와 무진정·말이산고분군·함안박물관을 찾아보고 함주공원 물놀이장과 낙동강·남강 합류지점을 눈에 담았습니다. 함안연꽃테마파크는 함안 가야읍내 함주공원 바로 옆에 있습니다. 여기 홍련은 원래 법수면 옥수늪에서 자생하던 연들이라 이름이 법수옥수홍련이라 합니다. 

함안연꽃테마파크의 조롱박터널.

개량을 거듭해 색깔이 자극적인 다른 연꽃과 달리 은근하고 그윽한 멋이 있습니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다보니 알게 됐는데요, 꽃술에 꿀이 아주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들이 많이 날아와 웅웅거리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무진정=이수정을 찾았습니다. 보통은 앞에 있는 연못만 둘러보고 정작 주인공인 무진정은 나무에 가려진 채로 언덕배기에 올라 앉아 있어 놓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블로거들은 호기심이 많은 때문에 정자 마루까지 올라 주세붕이 쓴 편액 글씨를 훑어보기까지 했습니다. 정자에서는 내려다 보는 풍경도 그럴 듯했고 배롱나무의 붉은 꽃 또한 볼 만했답니다. 

부자쌍절각과 충노대갑지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쌍절각은 정유재란을 맞아 조상 무덤을 파헤치는 왜적을 막지 못했다고 자결한 아버지와 정묘호란 당시 평안도 의주에서 전사한 아들을 함께 기립니다. 

충노대갑지비는 그 아들을 위해 종군했던 종 대갑이 주인공이랍니다. 살아 돌아와 아들 유품과 함께 부음을 전하고는, 주인을 구하지 못했으니 면목이 없다며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얘기입니다. 블로거들은 이 빗돌을 두고 당대 양반들이 노비들한테 "너희도 대갑을 본받아 주인을 잘 섬겨라" 하는 데 써먹었을 것 같다고들 얘기를 보태었습니다. 

함안면 대구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에는 말이산고분군과 함안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말이산고분군은 6세기 중반까지 500년 동안 강력한 세력을 유지했던 아라가야의 수장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창녕·합천·고성 등지에 있는 가야 시대 고분들과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아늑하고 그윽합니다. 

함안박물관 앞 아라홍련.

정면에 불꽃무늬가 보입니다.

바로 옆 함안박물관은 이 아라가야가 남긴 문화재들을 갈무리해 놓았습니다. 왜와 신라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던 아라가야는 불꽃무늬토기로 가장 크게 남았습니다. 함안박물관은 특히 다른 지역 기초자치단체 단위 박물관들과 견주면 내실이 아주 알찬 편입니다. 

불꽃무늬토기뿐 아니라 등잔·기마무사·수레바퀴 모양 등 장식용 토기도 나와 있습니다.(이렇게 장식용 토기가 많은 것 또한 아라가야의 특징입니다.) 말갑옷·미늘쇠(위세를 떨치려고 새 모양을 매단 납작한 쇳덩이) 등 아라가야 함안만의 유물도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블로거들은 여름철 어린이를 위해 마련한 함주공원 물놀이장과 남강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대산면 장암리 일대를 둘러보았습니다. 이틀 일정 마지막으로는 가야시장에 있는 진이식당에서 집막걸리와 된장찌개 집밥을 맛보았습니다. 맛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인지 다들 양은 냄비 밥그릇을 바닥까지 탈탈 긁어 먹었습니다. 

팸투어에 참여한 블로거들은 메타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밴드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에 둘러본 함안의 자연생태와 역사·문화유산 등 관광자원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게 됩니다. 

팸투어를 진행하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이번에 함안의 역사문화유적을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고 가지 못한 데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한 마디 한다면,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보물찾기 하듯 재미나게 둘러볼 수 있는 좋은 풍경과 멋진 문화재가 곳곳에 숨어 있는 고장이 바로 함안이라는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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