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입니다. 정말 덥습니다. 그냥 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끈적끈적 달라붙는 불볕이다 보니 더욱 괴롭습니다. 일어서서 걸어다는 자체만으로도 고역인 나날입니다. 

이런 무더위를 식혀주는 아이디어를 낸 자치단체가 있습니다. 경남 함안군입니다. 함안군은 2013년 8월 가야읍내 함주공원에 어린이 안심놀이터를 열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로 4년째입니다. 보통 때는 그냥 평범해 보이는 어린이 놀이터이지만 여름이 되면 물놀이장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되어 있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닥만 물이 새지 않도록 하면 다른 것은 어찌어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콘크리트를 치지 않더라도 물이 새지 않도록 충분히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오른쪽 물을 맞는 아이들과 어른 몸짓이 재미있습니다.

미끄럼틀 같은 것은 그대로 두고 물만 흘려보내면 물놀이 기구로 훌륭하게 변신할 것이고요, 철봉 같은 기구는 거기에다 구멍만 살짝 뚫으면 바로 물을 쏟아내지 않겠습니까? 

함안군에서 마련한 블로거 팸투어(7월 29~30일)에 참여해 이틀 째 되는 날 구경하러 갔습니다. 가서 봤더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바닥은 탄성포장재가 깔려 있어 푹신푹신하면서도 물이 새지 않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 무릎 정도까지 물이 차서 찰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이기구 뼈대를 이루는 파이프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어 파이프 안으로 흘려보낸 물이 그 구멍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쏟아지는 물도 있고 아래서 솟구치는 물도 있고 비스듬하게 뿌려지는 물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와서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함안군 설명을 따르면 항해일지·워터 터널·물 버킷·야자수 버킷 등 세계일주형 놀이배 테마로 꾸며져 있고 이밖에도 종합놀이터·워터드롭·클라우드 샤워기까지 갖추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따위가 무엇인지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안전하고 편하게 즐겁게 놀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물미끄럼틀을 타고 물터널을 지나고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바구니에 물이 가득차서 쏟아져내릴 때마다 그 밑에는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 소리와 즐거워서 지르는 비명 소리가 넘쳐났습니다. 샤워기 비슷한 데에서는 연신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는데요, 그 밑에서 우두커니 서서 물을 맞는 어른 표정도 재미있었습니다. 눈은 자기 아니 노는 쪽으로 돌려져 있었는데 아마 그렇게 바라보기만 하기에는 더위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옆으로 눈을 돌려보니 텐트가 몇몇 보였습니다. 텐트 안에는 잠자고 있는 어린아이 모습도 보였고 선글라스를 쓰고 자기 아이 노는 양을 지켜보는 어머니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짜장면인가 배달하러 온 오토바이도 보이는군요.^^

'함안군 함주공원 피서지문고'도 있었습니다. 새마을문고함안군지부가 운영을 하는데요, 물놀이하러 와서 누가 책을 읽을까 싶기는 합니다. 어쨌거나 거기 들어가 어떤 책들을 갖추어 놓았나 살펴보니까 다들 어린아이 눈높이에 맞춘 것들이었습니다. 

함안군의 이런 물놀이장은 이웃 시·군에도 나름 많이 알려진 것 같았습니다. 김해나 창원에서 이 물놀이장 때문에 일부러 함안까지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이들은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배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사는 김해나 창원에도 이런 시설이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런 정도는 어느 시·군이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거든요. 함안군은 이렇게 시설을 마련하는 데 3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함안군에만 있고 다른 시·군에는 없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안전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시설을 마련한 자치단체가 옴팡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까 물도 깊이가 얕고 해서 무슨 사고가 생길 까닭이 없어 보였고 생긴다 해도 가벼운 상처 정도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자치단체에서 담당 공무원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설치 여부를 좌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쉽습니다. 물놀이장으로 운영하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8월 14일 오는 일요일이 마지막 날이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다니는 어린아이가 있으면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 한 번 데리고 와서 놀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싸게 돈을 들여 멀리 있는 계곡이나 해수욕장 또는 워터파크를 찾아가야만 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멀리 갔다가 돌아올 때 길이라도 막히면 오히려 짜증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또 그렇게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지겨워서 앞에 놀았던 상큼한 기분을 잡칠 수도 있습니다. 

함안군은 이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올해는 또다른 읍지역인 칠원읍에도 국민체육센터 뒤편에 같은 물놀이장을 열었는데요, 칠원읍과 인근 칠서·칠북면은 인구도 많고(2016년 6월 현재 함안 전체 6만9000명, 삼칠 지역은 3만명) 거리도 멀어(고속도로 30분 정도) 충분히 하나 더 마련해도 되겠습니다. 

가야읍 함주공원 물놀이장은 8월 14일까지밖에 안 하지만 칠원읍 물놀이장은 이보다 일주일 더 길게 8월 21일까지 운영한답니다.(두 군데 다 월요일은 쉰다고 합니다.)

김훤주

카카오톡으로 친구맺기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