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가 써낸 책 <대한민국史-01>에는 ‘태극기는 정말 민족의 상징인가-외세에 의한 탄생과 파란만장한 역사’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51~53쪽에 걸쳐 태극기가 출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태극기가 박영효가 일본에 사신으로 갈 때 만들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도안을 누가 처음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청의 사신으로 조선에 와 조선과 미국 간의 조미수호통상조약(1882) 체결을 주도한 마건충(馬建忠)과 김홍집 간의 필담을 담은 청국문답(淸國問答)>을 보면 태극기의 도안자가 마건충임을 알 수 있다. 1882년 4월 11일 마건충은 김홍집과의 대담에서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조선의 국기를 흰 바탕에 태극 그림을 사용하고 주위에는 8괘를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술병에도 태극기.


이런 회담이 있은 뒤 7월에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조선은 제물포조약에 따라 대관(大官)을 파견하여 일본에 사죄할 것을 강요받았다. 이때 사신 박영효는 일본 국적의 메이지마루(明治丸)란 배를 타고 갔는데, 이 배의 선장은 영국인 제임스였고, 조선주재 영국 총영사 에스턴도 동승했다. 박영효는 에스턴과 조선 국기에 관해 협의하였는데, 에스턴은 선장 제임스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느라 각 나라의 국기에 정통한 사람이므로 그의 조언을 받으라고 충고했다. 


제임스는 마건충의 도안대로 8괘가 다 들어가면 복잡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따라 그리기 힘들다고 충고하였고, 이에 따라 태진손간(兌震巽艮) 4괘를 들어내고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만 남기면서 상하좌우에 있어야 할 정괘를 45도 왼쪽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시장통에도 태극기.


이렇게 탄생한 태극기가 처음 게양된 곳은 일본 고베의 박영효 숙소였다. 태극기는 중국인의 기본 도안에 일본에 사죄하러 가는 일본 국적의 배 안에서 영국인 선장을 산파로 해서 태어나 조선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전에 일본에 나부끼는 기구한 운명을 갖게 된 것이다.>> 


…… <<태극기는 탄생 과정에서 외세가 깊게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우리 고유의 문화나 전통이 아닌 중국의 <중국>에서 빌려온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의 “태극이 양의(兩儀:음양)를 낳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생하고 사상이 8괘를 생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태극기의 기본 원리인 태극과 4괘는 <주역>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듯 출생 과정도 그 내용도 우리나라 사람이나 우리 고유의 것보다는 외국인과 외국적인 내용이 지배적이고, 애국가의 작사가로 확실시되는 윤치호처럼 박영효도 말년이 친일로 얼룩지다 보니 민족주의자들 입장에서 태극기를 민족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이 조금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①태극기의 도안자는 중국 사람이다. ②태극기 모양이 지금처럼 되도록 만든 사람은 영국인이다. ③태극기에 담긴 사상은 조선것이 아니라 중국것이다. ④태극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일본에 사과하러 가는 길이었다. ⑤태극기를 처음 내건 박영효는 알아주는 친일 인사다. 

담벼락 낙서에도 태극기.


이런 태극기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15년 8월부터입니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벌이는 그 일은 ‘태극기 사랑이라나 뭐라나 운동’입니다. 물론 태극기가 출생은 비록 비루하였으나 지금으로서는 엄연히 대한민국 국기이고 그에 따라 나름 존중을 받고 아낌을 받고 두루 쓰이고 있음은 사실입니다. 


한홍구는 같은 책에서 우리 역사 속에서 태극기가 어떤 쓰임을 받았는지 군데군데 밝혀놓고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자 친일파들이 일본 국기를 재빨리 태극기로 변조해서 들고나와 휘둘렀다는 얘기도 하면서 가장 감격스러웠을 순간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57쪽입니다. 


<<해방 이후 앞치마에도 그리고, 이불 호청 떼어내어 그리고, 처녀 때 장만한 옥양목 치마를 한 번도 안 입고 고이 간직해 두었다가 쫙 찢어 사발을 대고 태극기를 그린 아주머니들도 많았다. 그렇게 그린 태극기에서 태극 모양이 좀 틀리고 4괘의 위치가 바뀐다고 무슨 상관이 있었을까? 그런 분들이 딸 혼숫감에 그려주어 태극기가 다시 태어날 때가 태극기의 역사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의 ‘태극기 사랑이라나 뭐라나 운동’은 아닙니다. 관공서 건물 정면에 초대형 태극기가 걸리고 덩달아 여기저기 무슨 사기업 건물에도 걸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람들 많이 타는 시내버스나 시외버스에도 태극기 문양이 그려지고 점치러 가는 무당집 대꼬챙이에조차 붉고 푸른 천과 함께 펄럭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객터미널에도 태극기.


물론 태극기를 지배집단만 애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와 그 정부처럼 속내는 감추고 겉모습만 화려하게 꾸미려고 태극기를 애용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게 많습니다. 한홍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독재자들이 태극기와 애국가를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태극기나 애국가가 파시즘적 국가권력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민주세력에서도 큰일이 있으면 태극기를 들고 나오고, 비장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부르곤 했다.(58~59쪽)>>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일은 당시(일제강점기)에는 사회주의자들도 태극기를 앞세우고 독립운동을 벌였다는 점이다.(56쪽)>> 


어쨌거나 박근혜와 그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이런 상징 조작은 실체가 튼튼하지 못할 때 지배집단이 자주 써먹는 수법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박근혜와 박근혜 정부의 대한민국 사랑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사랑이 그지없이 얄팍하고 엉터리이기 때문에 이런 ‘태극기 사랑이라나 뭐라나 운동’ 따위나 등장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도 태극기.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대한민국을 좀더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 애를 써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박근혜는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 사이 합의로 낯이 서는 쪽은 일본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고작 돈 몇 푼에 눈이 멀어 중요한 정신과 위상을 팔아먹은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남의 밑에서 일하고 그 벌이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그이들한테는 직장이 바로 밥그릇인데도 박근혜와 그 정부는 ‘쉬운 해고 법제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 하나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하나, 저는 박근혜 정부 황아무개 국무총리 때문에 웃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무슨 연단에 서서 ‘태극기 사랑이라나 뭐라나 운동’을 힘주어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황아무개 총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 병역 면탈 대표선수입니다. 

아이들 접시 만들기에도 태극기.


그것도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자로서 진정 나라를 사랑한다면(그리고 양심이나 종교의 문제로 총을 드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군대를 일부러 가지 않을 까닭이 어디 있겠습니까? 


황아무개처럼 국민 대다수의 눈에 황당하다고 비쳐지는 그런 사유로 병역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이가 무슨 나라 사랑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마치 재벌 집안 딸이랑 정략결혼이라도 해보려고 정작 마음은 없으면서도 그럴 듯한 꾸밈말로 후려대는 야욕남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할까요? 


이런 황당한 인물을 국무총리로 앉혀두는 까닭은 나라 사랑도 아니고 태극기 사랑도 아닙니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는 이유뿐입니다.(어쩌면 황아무개는 박근혜 대통령만이 아니라 ‘권력이라면 무엇이든지’ 언제 어디서나 충성을 다할는지도 모릅니다.) 

산책로에도 태극기.


병역 의무 이행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나라 사랑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인물을 행정부 수반으로 앉혀두고도 어떻게 ‘태극기 사랑’ 또는 ‘나라 사랑’을 입에 올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 마음 속에서나마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정부가 흔들어대는 태극기를 조금은 잠재워 거두어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대신에 그런 태극기 사랑이라나 뭐라나로 감추려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정부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한 번 제대로 따져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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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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