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마산만 매립 2차 야바위의 결정적 두 장면

김훤주 2016. 5.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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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해양신도시를 만든 2차 야바위 


마산만 매립을 겨냥한 2차 야바위의 특징은 1차 야바위 때보다 좀더 복잡하고 교묘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2차 야바위는 1993년 입안에서부터 2019년인가 2020년인가까지 이어지는 마산해양신도시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①있지도 않은 항만수요를 억지로 창출한 다음 ②항만을 들이세우려면 항로를 깊게 준설할 필요가 있고 ③긁어낸 뻘흙을 쌓아놓을 준설토 투기장도 덩달아 필요해지게 되는데 ④ 아예 이 투기장을 인공섬=해양신도시로 만들자는, 절차도 논리도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가만 들여다보면 전체 과정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정말 터무니없는 일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꼬리조차 근거없이 어거지로 만들어진,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작업의 산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결정적인 장면-없는 수요를 만들어라 


이렇게 진행되는 2차 야바위의 결정적인 장면은 첫 번째가 없는 항만 수요를 실재하는 양 만들어낸 대목이었습니다. 


1996년 해양수산부는 ‘마산항 광역개발 기본계획’에서 “2011년 마산항 전체 물동량은 2297만t(유류 제외)으로 전망되는 반면 하역능력은 1209만 5000t으로 1087만 5000t 모자라므로 가포동 612번지 바다를 메우고 가포신항을 들이세워 초과 물동량 1087만5000t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물동량은 전망치 2297만t보다 740만t 모자라는 1557만t이었고 가포신항이 개장한 2015년 또한 2011년 실적에조차 못 미치는 1556만t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가포신항은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실제 필요보다 740만t(32%)이 부풀려져 있음이 분명합니다. 


또 당시 정부당국은 3만t급 대형선박(=컨테이너선) 전용부두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깊은 항로 수심을 위한 꼼수였습니다. 항로 수심이 깊을수록 바다 밑에서 긁어낼 뻘흙이 기하급수로 많아지고 이렇게 준설토가 많을수록 인공섬 면적을 키울 수 있음을 겨냥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2007년 2008년 부산신항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대형 선박의 부산신항 이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가포신항이 3만t급 대형 컨테이너선박 차지가 될 개연성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런데도 당시는 물론 뒤로도 그런 검토는 없었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항로 수심은 13m로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준설토 투기장(인공섬) 크기는 112만2000㎡였습니다. (나중에 시민사회 반대로 12.5m로 50cm를 높였더니 매립 면적이 50만㎡나 줄어들어 63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포신항이 (원래 계획보다 3년 늦은) 2015년 1월 문을 열었을 때 이미 가포신항은 이미 컨테이너 전용이 아니었고 3만t에 못 미치는 선박으로 실어나르는 일반 화물도 처리하는 다목적부두로 용도변경이 돼 있었었습니다. 


컨테이너 물동량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11년 기준 마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15만TEU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실적은 7892TEU에 그쳤습니다. 예측치의 5%밖에 되지 않으니까, 20배 뻥튀기된 셈입니다. 4년 뒤인 2015년도 1만3000TEU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9%에도 미치지 못하니까 이를 기준으로 삼아도 11배 넘게 뻥튀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풀어 볼 수도 있습니다.(크게 양보해서) 1TEU는 길이 6.1m짜리 컨테이너 1개를 이르고 이는 부피가 39㎥, 무게로 따지면 39t입니다. 그러니까 2011년 실적은 30만7788t이고 2015년 실적은 50만7000t이 되겠습니다. 


가포신항은 규모가 3만톤급 네 척이 동시 정박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배가 정박하고 나서 하역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물류비 절약을 위해 최대한 재빠르게 부릴 것 같은데 제가 잘 모르니까 넉넉잡아 1주일이라 합시다. 


이렇게 보아도 가포신항은 3만t을 기준으로 보면 네 선석 가운데 세 선석은 전혀 쓰이지도 않았습니다. 나머지 한 선석도 1년 365일 가운데 11척×1주=77일(2011년) 또는 17척×1주=119일(2015년)만 쓰였을 뿐입니다. 


이처럼 아무리 줄여잡아도 실제보다 75% 이상 뻥튀기되어 건설된 가포신항입니다. 덩달아 가포신항에 이르는 항로 수심도, 바다 밑 준설토 분량도, 준설토 투기장=인공섬=마산해양신도시 규모도 부풀려졌음이 분명합니다. 


결국 꼬리(가포신항)가 몸통(마산해양신도시)을 흔들었습니다. 별 필요도 없는 가포신항 건축이 항로 12.5m 수심 준설→준설토로 마산만 매립해 인공섬 조성을 낳았습니다. 


두 번째 결정적인 장면-약속 뒤집기는 창원시·부영주택처럼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이라는 2차 야바위의 두 번째 결정적인 장면은 다음에 나타납니다. 공공시설만 들이세우겠다는 약속을 깨고 아파트·오피스텔을 대규모로 짓겠다고 말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어쨌든 이럴게 자본과 행정이 아파트와 오피스텔 같은 상업시설에 목을 매는 까닭은 그래야 더 큰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역시민사회는 2000년부터 연대단체를 꾸려 항로준설과 해양신도시 건설을 반대해 왔습니다. 항로 준설을 하더라도 깊이는 야트막하게 해야 하고 준설토 투기를 하더라도 육지에 붙여서 하고 내용도 인공 갯벌을 만드는 식으로 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아파트·오피스텔 없다던 2011년의 창원시 약속


이런 주장 앞에서는 행정당국도 당장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비롯한 돈벌이 목적용 상업 시설을 대거 들이세우겠다고 밝히기는 어려웠나 봅니다. 공공으로 마련되는 인공섬을 처음부터 특정 자본의 돈벌이를 위해 쓰겠다고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까요. 


그동안 옛 마산시 당국이나 현재 통합 창원시는 마산해양신도시에는 공공시설만 들이세우겠다며, 문화·예술·고품격·관광·세계적 수준 따위를 내세우며, 아파트·오피스텔 건설은 입밖에 내지도 않아 왔습니다. 


2011년 10월 15일 이주영 국회의원이 주최한 마산합포구청 주민토론회 자리가 대표적이었다고 할 만합니다. 김현만 창원시 해양개발사업소장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과 허정도 해양신도시조정위원회 전 위원장 등 연대단체(창원물생명시민연대) 대표자들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창원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63만㎡를 (육지에 붙이지 않고) 인공섬 형태로 매립한다는 계획은 바꿀 여지가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마산해양신도시에 아파트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아울러 상업시설도 들어서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첫 자리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때부터 2016년 3월까지 창원시는 구체적인 계획은 내보이지 않은 채 ‘해양신도시 최종안’ ‘하버파크아일랜드’ ‘스마트아일랜드’ ‘비즈니스코어시티’ ‘국제비즈니스시티’ 등등 이름만 그럴 듯하게 포장한 채로 두루뭉수리 넘어왔더랬습니다. 


부영 제안 창원시 역제안 속에 사라진 약속


그러나 이는 2016년 3월 너무나 쉽게 엎어졌습니다. 손을 뒤집는 것보다도 어쩌면 더 쉬운 과정이었습니다. 창원시가 해양신도시 개발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공모하자 부영주택이 단독으로 제출한 사업계획에서 아파트는 물론이고 오피스텔을 포함한 상업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던 것입니다. 


전체 64만2000㎡ 가운데 36%에 해당하는 23만3000㎡에 아파트(준주거지역)를 8%인 5만2000㎡를 상업·업무지역으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준주거지역에는 18~65층 아파트 23채 3928가구가 들어서고 상업·업무지역에는 15~88층 오피스텔 6채 1863실이 들어섭니다. 모두 5791가구(또는 실)입니다.(이밖에 △녹지·공원은 16만㎡(25%) △미술관·콘서트홀은 5만8000㎡(9%) △호텔·컨벤션은 2만7000㎡(4%) △공공·학교는 2만7000㎡(4%)였습니다.) 


이런 계획에 시민사회는 물론 창원시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시민사회는 아파트·오피스텔은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창원시는 아파트·오피스텔과 상업시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영주택의 제안 조감도. 아파트 분양 광고가 연상됩니다.


대부분 보도매체들은 시민사회의 주장에는 크게 귀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창원시와 부영주택 사이의 공방에 더욱 많이 눈과 귀를 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부영주택의 원래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성과는 오히려 뚜렷하게 남았습니다. 


여태까지는 아파트·오피스텔을 짓는다는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공방을 거치면서 아파트·오피스텔은 어느덧 기정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부영주택도 자기 원래 계획이 그대로 채택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산시키고 관심을 희석시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었고 그런 한편으로 아파트·오피스텔을 기정사실화하면 그것으로 성공이라 여겼을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창원시가 아파트·오피스텔 건립을 줄이는 내용으로 역제안을 하자 부영주택은 기다리기나 한 듯 덥썩 받아들였습니다. 


창원시 역제안은 이렇습니다. △일부 아파트 계획 구역 공원 조성 △아파트 용지 문화·관광 요소 강화 △상업시설·오피스텔 축소 △세계적 아트센터 기부채납 △해안 50m 노비 방재와 친수 공간 확보 등입니다.(준주거지역은 36%→15% 줄고 녹지·공원은 25%→47% 늘어납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석은 이랬습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는 “창원시 역제안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아파트 2500가구 오피스텔 1500실이 되며 독점적인 주변 경관은 더욱 좋아진다”며 “오히려 부영주택이 가장 반길 만한 아파트·오피스텔 건설 계획”이라 짚었습니다. 


부영주택이 볼 때 ‘처음 계획안대로 해양신도시 전체에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대규모 공원까지 끼게 되어 가장 적절한 규모와 경관으로 아파트·상업용지 12만㎡를 분양한 결과’가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보도매체는 꿀도 못 먹은 벙어리 신세


이렇게 해서 고작 두 달도 되지 않은 2016년 5월 현재 아파트·오피스텔을 전제로 한 마산해양신도시 계획이 마치 항공모함이 태평양을 항해하듯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창원시는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뒤집어놓고도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역시민사회는 역부족이고 주민들은 대부분 건망증 때문인지 치매 때문인지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보도매체들은 제대로 발언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과정을 저마다 보도해 왔을 텐데도 스스로 남긴 옛 기록조차 들여다보지 않는 모양입니다. 꿀먹은 벙어리는 꿀이라도 얻어먹었습니다. 지금 보도매체들은 꿀도 못 얻어먹은 벙어리 신세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이어집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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