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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회사에서 잘린다면? 한국산연 노동자의 처지

기록하는 사람 2016. 5.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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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씨. 42세.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홉 살, 여섯 살 아이를 둔 가장이다. 그는 일본 기업 '산켄전기'가 100% 투자해 1974년 경남 마산 수출자유지역(현 자유무역지역)에 설립한 한국산연 노동조합 지회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곧 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처해 있다. 회사가 생산직 노동자 전원을 자르고, 생산부문을 외주화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TV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냉음극형광방전관(전원안전공급장치의 일종)을 생산해왔다.


그는 회사에서 여러 차례 희망퇴직 종용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회사는 현재 4차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15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다. 69명이던 노동조합원은 54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희망퇴직에 불응하는 직원은 9월 30일자로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잘릴 위기에 처한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은 37세다. 제일 나이 많은 노동자가 이제 갓 50세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양성모 씨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한다.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직장에서 잘리고 나면 뭘 할 수 있을까?


이 회사 김아무개 씨(40)는 "1차 희망퇴직 때 나간 사람들이 뭘 하는지 봤더니 통닭 배달을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말대로 이 회사에서 생산해온 상품은 연관 기업이 국내에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재취업할 만한 회사도 없다.


그래서 이들에게 '해고는 살인'일 수밖에 없다.


양성모 지부장은 "회사가 특급 등기우편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집에 보내는 바람에 아내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포기하고 그만두라고 한다. 정리해고 반대 투쟁이 얼마나 힘들지,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 지를 아내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그로선 중도에 그만둘 수도 없다.


마산 어린교 교차로에서 정리해고 부당성을 주장하는 유인물을 배포 중인 김 씨.


앞서 김 씨 또한 그만둘 생각이 없다. "앗싸리 철수(폐업)하고 (일본으로) 떠나겠다면 깨끗이 포기하겠지만, 생산부문 노동자는 모두 자르고, 외주화하여 사장과 관리직들은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심뽀가 괘씸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는 정리해고 이유로 물량이 없어서라고 말하지만, 외주화하겠다는 것 자체가 물량이 있다는 반증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는 1년 6개월 전 결혼했으나 아직 아이가 없다. "결혼 2년이 되면 아이를 갖기로 했는데, 정리해고될 처지에 놓였다"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회사는 휴업 중이다. 각 가정으로 계속하여 희망퇴직 신청서를 보내고 있다. 노동조합은 단결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일본 본사에 대표단 5명이 원정투쟁도 떠났다. 4박 5일간 일본 금속노조 등에 연대를 요청하고 본사 대표도 만나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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