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58년 전 억울한 학살 규명될까

기록하는 사람 2008. 7. 17. 19:20
반응형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학살 희생자에 대한 국가기관의 유해발굴작업이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산청에서 시작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진실화해위)는 오는 주말부터 경남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산 214번지 일대와 원리 덕산중고등학교 뒷편 유해매장지에 대한 발굴작업을 벌이기로 하고, 19일 오후 2시 산청군 시천면 덕산중고등학교 강당에서 개토제(흙을 파기 전에 올리는 제사)를 연다고 밝혔다. (그 날 나도 가볼 생각이다.)

진실화해위는 경남 산청 외에도 작년부터 해온 경산코발트광산과 청원 분터골 및 지경골에 대한 발굴을 계속하며, 전남 진도군 갈매기섬과 전남 순천시 매곡동에 대한 발굴작업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0년 산청 외공리에서 나온 유골. /윤성효

경남의 민간인학살 유해발굴은 지난 2000년산청 외공리 일부와 마산 진전면 여양리에서 언론과 민간단체·경남대박물관 등 주도로 이뤄진 바 있지만, 국가기관에 의한 공식 발굴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번 유해발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올해 발굴작업은 어차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확보돼 있던 예산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과거사 규명 자체를 흰 눈으로 보는 현 정권이 내년에도 진실화해위가 실질적으로 진실규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보장해주겠느냐는 우려가 높다. 취임 초기부터 현 정권은 과거사 관련 단체를 모두 통폐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실질적인 활동을 제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경남에는 산청 외에도 마산 구산면과 진주 명석면, 합천 대의면, 김해시 대동면 등 4~5곳의 유해매장 추정지가 더 있지만, 올해 유해발굴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내년에 기대를 걸어야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각종 공공부문 통폐합과 사유화 또는 사영화(정부에서는 민영화 내지는 선진화란 표현을 쓴다.) 추진도 문제지만, 역사의 진실 규명을 무산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2000년 외공리 유해발굴 현장에서 경상대 법의학팀이 유해를 감식하고 있다. /김주완


한편 이번에 발굴이 이뤄지는 외공리 학살사건은 1951년 2월~3월 사이 장갑차를 앞세우고 트럭 3대에 분승한 군인들이 11대의 버스에 민간인들을 태워와 산 중턱 골짜기에서 총살한 후 5곳의 구덩이에 매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지난 2000년 150구 정도의 유해가 발굴돼 현장에 합장묘를 만들어 다시 매장했으나, 이번에 400여 구가 더 발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리 학살사건은 1949년 7월 18일 새벽 덕산초등학교(현 덕산중고등학교)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3연대 소속 군인 37명이 빨치산에 의해 전멸당하자, 1950년 2월까지 3연대가 시천·삼장면 일대 지역주민을 통비분자로 몰아 학살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