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현대산업개발 야바위도 예사가 아니더라~~~

김훤주 2016. 5.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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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가 장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http://2kim.idomin.com/3037)라는 글을 며칠 전에 썼습니다. 마산 앞바다를 메워 인공섬을 만들고 거기에 자본으로 하여금 아파트·오피스텔을 들이세워 배를 불리는 과정이 야바위 수준이더라는 내용입니다. 


인공섬을 만들려면 매립하는 데 쓰는 준설토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있지도 않는 수요를 억지로 꾸며 만들어냅니다. 그러고는 엉터리 숫자를 바탕으로 신항을 짓는다 하고 신항에 걸맞게 항로 수심 확보를 명목으로 바다 아래 뻘흙을 파내어 인공섬을 들이세웁니다. 


마지막으로는 공공용으로는 전혀 필요하지 않는 아파트·오피스텔 같은 돈 될만한 아이템을 슬쩍 끼워넣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는 과정 모두가 거짓과 허위와 사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뒤범벅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야바위가 그에 앞서서도 있었다는데 그것은 신포동 매립지입니다. 당초 신포매립지는 항만시설보호지구로 항만배후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립됐던 곳이지만 여기에다 마산시(당시)와 현대산업개발은 초고층 아파트를 슬그머니 끼워넣어 배를 채웠습니다. 


신포동 1가 76번지 신포매립지는 마산항에 하역·적재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배후부지를 확충한다는 명목으로 1994년 마산시가 민간자본 유치 사업으로 벌인 작전이었습니다. 마산시는 현대산업개발을 사업 담당자를 지정한 다음 같은 해 7월 매립하기 시작해 2003년 공사를 마쳤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11월 14일 경남도에 신포매립지 4만4300㎡(1만3400평)에 지상 36층, 지하 2층 크기 아파트 여섯 채(780가구)를 짓겠다는 사업계획을 내고 승인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이름은 ‘신포아이파크’였는데요 마산합포구청(옛 마산시청) 바로 아래, 마산음악관·마산소방서·정부마산지방합동청사·창원연안크루즈터미널이 있는 일대입니다. 


서원곡에서든 어디에서든 무학산 둘레길을 걸으면 마치 눈엣가시처럼 걸치적거리도록 삐죽 솟은, 지금은 이름을 ‘마산만아이파크’로 바꾼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가 들어선 면적 1만3400평은 당시 매립으로 확보한 면적 4만5600평의 29%를 살짝 넘는데요, 뒤집어 말하면 굳이 매립하지 않아도 되는 면적이 이 정도는 된다는 것인데 그만큼 바다를 갉아먹은 셈이 되겠습니다. 


게다가 당시 매립지는 용도가 항만시설보호지구인데다 준공업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애당초 아파트는 들어설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실제 필요한 정도보다 더 많이 매립한 다음 용도변경은 그 때 사정에 맞추어 추진하면 된다는 계산이 깔렸던 모양으로 야바위는 이처럼 매립 이후에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경남도는 마산시에 협의의견을 내라고 요청했고 마산시는 관련 부서와 시의회 의견을 모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요식 행위일 뿐, 실질적인 진행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렇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매립 완공을 전후한 시기에 마산시에다가 매립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마산시는 당연히 이를 거절합니다. 아무리 속마음이 그렇지 않다 해도 ‘준공업지역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는 조례가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생쑈는 한 번만으로 족했던 모양으로 두 번 이상 되풀이되지는 않았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요구를 충실히 받들어 2004년 7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조례 개정에 나섰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나설 차례입니다. 시민발의로 조례개정에 반대하고 나섰으나 잘 짜인 야바위판이라도 해도 될 그런 상황이니만큼 뜻대로 되지는 못했습니다. 마산시의회는 이 시민 발의를 깨끗하게 부결시켰고 이어서 2006년 1월 신포매립지는 도시개발구역으로 간택이 되었습니다. 


조감도이겠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신포아이파크’ 아파트 건축 계획을 만들어놓은 상태였고 일사천리로 교통영향평가 통과(7월)과 사업실시계획인가(11월)을 치러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06년 11월 14일 경남도에 제출된 현대산업개발의 사업계획 승인 신청은 같은 12월 28일 경남도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조건부로 통과된 데 2007년 2월 9일 최종 승인을 받게 된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말 잘 짜인 야바위판 같습니다. ‘밀당’도 적당히 끼워넣어져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요구 또는 주장이 단 한 번만에 받아들여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도시개발구역으로 간택이 될 때는 마산시와 밀당을 했고, 아파트 계획 승인이 날 때는 경남도와 밀당을 했습니다. 


이런 밀당은 그 뒤에도 한 번 더 되풀이됩니다. 분양가를 둘러싼, 아름다운 ‘밀당’이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총사업비 3020억원을 들여 2010년 2월 준공 목표로 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처음에는 평당 844만원을 분양가로 책정했더랬습니다. 


마산 최초로 지어지는, 마산항을 배경으로 삼은 시사이드 탑상형 초고층 아파트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습니다. 말하자면 마산시민 전체에게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없도록 조망권 손해를 입히고 그것을 자기 사익으로 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산시는 2007년 4월 24일 현대산업개발이 이런 분양가를 승인해 달라 신청해 옴에 따라 5월 10일 주택분양가 심사위원회를 열어 평당 775만원으로 원래보다 70만원 정도 깎아 결정했습니다. 당시 마산 평균 시세가 385만원이어서 시민들 여론도 좋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이었으니 평당 844만원을 그대로 인정해 줄 리는 없었던 것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포기를 운운하고 다녔으며(믿는 사람이 있었을까?) 민주노동당이 ‘환영 논평’을 내는 등 시민사회는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밀당은 한 달 뒤인 6월 5일 마산시 주택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를 평당 775만원에서 791만원으로 16만원 올려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791만원,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현대산업개발 원래안보다 53만원이 빠졌으니 적다고 할까요? 아니면 마산 평균 시세보다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으니 많다고 할까요? 우리나라는 아파트 건축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나라이다 보니 여기서 정답이 무엇이다 제시할 수는 없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하지만 당시 평균 시세보다 그렇게 높아야 할 이유를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이상, 현대산업개발이 신포아이파크를 통해 일반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윤을 실현했으리라는 짐작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멋진 전례(前例)를 남겼습니다. 시민들 관심이 쏠리는 국면에서는 자본과 행정이 적당하게 밀당을 함으로써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본이 얼마나 많은 이득을 챙기고 배를 불리는지를 알맞게 눈가림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한 전례입니다. 


그런데 금액은 어떻게 되느냐고요? 평형별로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34평×470가구+50평×170가구+61평×136가구+68평×2+82평×2입니다. 780가구입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2616억3116만원이 나옵니다. 자체 산정한 총사업비에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저는 현대산업개발이 돈이 안 된다고 뻥치면서도 돈을 버는 구조를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서 밝혀놓을 수 있는 바는 아니지만 말씀입니다. 이런 모순은, 원가만 공개하면 구조는 쉽게 알 수 있게 된다는 데 착안해 보면 아주 간단한 문제가 아닐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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