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야바위가 장터에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

김훤주 2016. 5.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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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해양신도시 진행을 보면 '로켓추진체'가 저절로 생각이 납니다. 로켓은 일정한 거리를 날아가면 1단계 추진체가 효력을 다하고 떨어져나갑니다. 2·3단계 추진체가 그 뒤를 이어 목적한 지점까지 날아가도록 한 다음 또 효력을 다하고 떨어져나갑니다. 로켓은 추진체가 필요하지만, 일단 떨어져나가고 나면 추진체를 절대 돌아보지 않습니다. 


마산해양신도시는 바다를 메워 공유수면을 사유지로 만들고 그 사유지를 이리저리 가공해 이윤을 추구하는 전형을 보여줍니다. 이 마산해양신도시 로켓추진체는 마산항 물동량 증가 예측이 1단계고 가포신항 설치가 2단계이며 인공섬 조성이 마지막 3단계라 하겠습니다. 


해양수산부는 1996년 '마산항 광역개발 기본계획'에서 "2011년 마산항 전체 물동량은 2297만t(유류 제외)으로 전망되는 반면 하역능력은 1209만 5000t으로 1087만 5000t 모자란다"고 밝히면서 "2011년까지 가포동 612번지 일대 바다를 메워 신항을 조성해 초과되는 물동량을 처리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가포신항 건축 중일 때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1단계 추진체(물동량 전망치)는 당연히 사실과 맞아떨어지지 않았습니다. 2011년 실적은 740만t 모자라는 1557만t이었고 가포신항이 개장한 2015년에도 이보다 1만t 적은 1556만t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가포신항은 32% 부풀려진 터무니없는 숫자가 바탕입니다. 


1단계 추진체는 2단계 추진체(가포신항 설치)로 이어졌습니다. 해수부는 넘치는 물동량을 처리하려면 컨테이너 전용 부두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3만t급 선박이 드나들려면 항로 수심을 13m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계획보다 3년 늦은 2015년 1월 개장했을 때, 가포신항은 이미 컨테이너 전용이 아니었습니다. 일반 화물도 처리하는 다목적부두로 용도변경이 돼 있었던 것입니다. 해수부의 2011년 기준 컨테이너 물동량 예측은 15만TEU(1TEU=길이 6.1m짜리 컨테이너 1개)였지만, 실적은 7892TEU에 그쳤기 때문이었습니다. 4년이 지난 뒤인 2015년에도 1만 3000TEU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항로 수심 확보를 위해 긁어낸 준설토는 돝섬과 신마산 사이에 인공섬(3단계 추진체)을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선박 크기는 항로 수심과 직결되고 항로 수심은 준설토 규모와 직결된답니다. 13m 깊이로 파내면 면적이 112만 2000㎡이었습니다. 시민사회 반대로 12.5m로 낮추니 63만㎡로 50만㎡가 줄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연합뉴스 그림.


어쩌면 인공섬을 넓히려고 수심 13m를 주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뻘흙은 이미 파낼 만큼 파냈으니 컨테이너 전용이냐 다목적이냐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그래도 창원시가 여태까지는 이 인공섬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바뀌었습니다. 


부영주택이 18~65층 아파트 23채(3928가구)와 15~88층짜리 오피스텔 6채(1863실) 계획을 제안하고, 창원시가 너무 많으니까 줄이라고 역제안하는 과정에서입니다. 부영은 제안으로 아파트·오피스텔을 기정사실화하고 창원시 또한 지나치다는 지적으로 생색을 내는 1타2피였습니다. 


부영이 제안한 조감도.


공공시설물 말고 아파트·오피스텔을 지어야 자본은 돈이 됩니다. 목표는 달성되었습니다. 여태까지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아파트를 이렇게 한 바퀴 돌림으로써 공론화 과정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당연한 사실로 탈바꿈시켰던 것입니다. 역전이나 장터에서 벌어지는 야바위 노름과 비슷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다가 죽든 말든, 다른 상권·주거지가 텅텅 비든 말든 말이지요. 


옛 마산시는 1994년 '마산시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해양신도시를 처음 구상했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컨테이너 전용 가포신항의 필요성을 가공해 내고 이를 통해 바다 밑을 긁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1994년은 민자유치촉진법이 제정된 해이기도 합니다. 공공의 영역에 사적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반대급부로 충분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데 숨은 목적이 있는 법률입니다. 20년 남짓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완성의 끝자락을 보고 있습니다. 


김훤주 


※ 2016년 5월 3일치 경남도민일보 <데스크 칼럼>에 실은 글을 전체적으로 보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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