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진보진영과 새누리당의 공유물 독선과 오만

김훤주 2016. 4. 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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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티끌은 탓한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진보진영이 그렇다는 얘기도 아니고 모든 시민사회가 그렇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다만, 자기자신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 일한다는 착각에서 오는 어떤 독선이나 오만에 빠진 몇몇 진보진영 또는 시민사회에 대한 이야기일 수는 있겠습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 개판이 한창이던 무렵, 경남 지역 시민사회운동 어떤 조직에 몸담고 있는 한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이가 소속된 조직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벌이는 사업이 하나 있는데, 그 회계 처리가 적당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돈의 행방조차 분명하지 못하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금액도 작은 것이 아니어서 모두 합하면 십만이나 백만 단위도 아니고 일천만을 넘는 단위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 제기에 조직의 집행부·지도부에서 별 문제가 아니다거나 왜 쓸데없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는 반응이 나왔다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수선화.


집행 책임자는 돈의 행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말하고 조직 대표자는 왜 이런 따위를 갖고 문제로 삼느냐고 얘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는 자기만 이상한 사람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한구가 새누리당 공천을 쥐고 흔드는 꼴이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지더라 했습니다. 


아무리 새누리당이지만 그래도 상식선에서 합당하게 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상식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왕따시키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상식을 지키는 사람을 이상한 인간으로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그이는 물었습니다. 저는 아주 현실적으로 답을 드렸습니다. 조직에서 쫓겨날 각오까지 한다면 오지게 물고 달라붙어 뿌리를 뽑거나, 그렇지 않다면 일찌감치 생각을 접으시라고요……. 


함양 화림동 동호정에서 보는 풍경.


그러고 보니 진보진영에서 가장 덩치가 큰 민주노동당의 경남도당에서 2006년 2007년 어름에 벌어진 ‘회계부정 사태’도 생각나는군요. 정말 똑같았습니다. 당시를 지금도 기억하시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부정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부정을 두고 아무 또는 별다른 잘못이 없다고 뻗대는 모습이 그랬습니다.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착각을 하곤 합니다.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옳은 일에 쓰이기만 한다면 다른 모든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진보가 되었든 보수가 되었든 모든 운동은 사람을 대상으로 삼아 그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느냐 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립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대부분 보통 사람들은 좋게 보지 않는 법입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 개판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만 받들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뒤집어 말해서, 박근혜 뜻에 어긋나면 나름 작동되는 새누리당 내부 시스템조차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식에 입각한 멀쩡한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경남도지사 출신 김해을 국회의원 김태호도 거들었습니다.)


그 참담한 결과는 이번 4·13 제20대 총선 새누리당 성적표 형편무인지경에서 확인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지키려다 박근혜한테 미운 털이 박힌, 총선에서 살아돌아온 유승민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하고픈 말을 하겠습니다. 박근혜 오버를 보는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오버를 보는 국민은 마찬가지로 시민사회의 오버도 함께 봅니다. 진보진영이 옳은 일을 하니까 그 옳은 일을 위해 쓰이는 돈은 어떻게 마련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오버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함양 벽송사. 자세히 보면 눈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멋집니다.


그런 오버는 새누리당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원래 용도대로 쓰이지 못하는 돈은 비수와 독검이 되어 자기 가슴을 찌릅니다. 저는 진보진영이 자기 칼로 자기 목을 베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중의 눈으로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진보진영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집행부를 나름 좀 압니다. 굉장히 정결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입에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니까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면 이렇습니다. 그이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조직 필요에 따라 썼든 아니면 개인이 착복을 했든, 필요한 만큼 필요해서 썼다는 주의일 것입니다. 그러나 돈은 그렇게 허투루 다루어도 좋은 대상은 아닙니다. 돈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자기가 흘리는 땀과 피와 눈물의 결정체입니다. 진보든 보수든, 돈에 당당한 인물이 인기가 높은 까닭입니다. 


(친한 한 분한테 3월 말 이 말을 들은 즈음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총선에서 진보진영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새누리당 거드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선거 끝나고 쓰면 좋겠다고 하기에, 뒤늦게 이제야 올립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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