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언론노조보다 ‘언론 자유’ 강조한 여자 분

김훤주 2008. 7. 17. 05:04
반응형

14일 새벽 5시 길을 나서 서울에 갔습니다. 아침 9시 YTN의 낙하산 사장 선임 저지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낙하산 사장 내정자는 알려진대로 대통령 이명박의 후보 시절 언론특보 구본홍입니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5층 주주총회장과 그리로 이르는 엘리베이터 등에서 ‘용역 덩치’들과 몸싸움 등을 하고 있을 때 저는 다른 지부 조합원들과 더불어 YTN건물 1층 로비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구본홍 사장 선임은 일단 저지됐습니다만, 16일 “내일 YTN주총 9시 상암동DMC 누리꿈스퀘어-8시 집결 요망”이라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대통령 이명박, 짐작은 했습니다만, 참 뻔뻔하고 끈질깁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저도 가장 멀리에서 온 죄(?)로 앞에 끌려 나가 한 마디 말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만, 이른바 ‘민주 시민’의 자유발언도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멀어서 잘 안 보입니다. 손전화로 찍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짐작되는 여자 분이었는데, 쑥스러워하는 품이 낯을 제법 가리는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자기랑 별로 이해관계도 없을 YTN 낙하산 저지 투쟁에 나섰을까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민주 시민’은 자기가 암 환자라 했습니다. 그래서 먹을거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으며,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미국서 들여온다니까 촛불을 들었으며 그러다가 경찰의 강제 폭력 진압도 겪게 됐다고 했습니다.

폭력 진압을 당하는 가운데에 언론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이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들이 모르고 속게 돼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 폭력을 몸으로 겪거나 바로 옆에서 눈으로 보면서 신문이나 방송을 대하니 무엇이 얼마나 진실을 가리고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80년 광주가 생각났다고도 했습니다. 당시는 매체가 전두환 손아귀에 쥐여 있어서 진실을 알리지 못했고 그 탓에 광주가 광주만으로 머물고 말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지금도 만약 인터넷이 발전해 있지 않고 또 신문과 방송이 정권에 장악돼 있다면, 서울서 시작한 촛불집회도 28년 전 광주처럼 외면당하고 고립됐을 것이라 했습니다.

‘민주 시민’은, 예전에는 조중동이 왜 문제인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자기가 몸소 겪은 사건이 조중동에 어떻게 보도되는지를 보면서 확실하게 알았답니다.

그러면서 ‘민주 시민’은, 언론노조 조합원들을 앞에 놓고 “언론 자유, 사수해야죠!”를 외쳤습니다. “언론 탄압 막아내야 국민이 살 수 있습니다!”고도 외쳤습니다.

언론노조에서 다수는 기자 또는 PD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기자와 PD들이 이 ‘민주 시민’만큼 언론 그리고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과연 체득하고 있는지 돌이켜봐졌습니다.

저는 이 ‘민주 시민’의 발언을 들으면서 자꾸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정권 아니면 금권을 좇거나 또는 그것에 짓눌려 제 노릇을 못하는 여러 매체들과 기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핑계로 일선 기자들이 ‘알아서 길 생각’부터 먼저 하는 우리 현실이 떠올랐습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매체와 기자와 PD도 많을 것입니다만.)

‘민주 시민’이 보여주는대로, 시민들은 능동적 현실 참여를 통해 저만큼 앞서 의식을 가져나감과 동시에 실천 영역도 이처럼 넓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미디어 종사자도 과연 그러한지 모르겠습니다.

‘민주 시민’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언론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런 표현도 있었습니다. “돈만 중요해요? 국민 건강보다 핸드폰 자동차가 더 중요하다는 말, 인정하기 어렵네요.”

기자나 PD 가운데 생각 방식이 여기 이 ‘민주 시민’과 많이 달라서, 돈(=이른바 경제)만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상세보기
서정홍 지음 | 나라말 펴냄
서정홍 시집『내가 가장 착해질 때』. 서정홍이 10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뒤, 직접 밭을 일구고 농작물을 돌보며 얻은 생생한 경험과 생각들이 담겨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쌀 한 톨부터 풋고추, 감자, 배추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시선은 한층 더 낮아져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보듬는다. 이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아름답고도 슬픈 산골 마을 이야기, 2부에는 가난한 만큼 끈끈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