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조중동이라면 YTN 집회 보도 어찌 했을까?

김훤주 2008. 7. 17.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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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낙하산 사장 선임 저지 투쟁을, 만약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나 동아일보가 보도를 한다면 어떻게 할는지 궁금스러웠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가 동원한 용역 덩치들입니다. 언론노조 사진.

14일 오전 9시 30분을 살짝 넘은 시각입니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은 용역 덩치들과 한창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저는 건물 바깥에 있다가 다른 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1층 로비로 들어갔습니다.

저희들은 안에서 집회를 했고 언론노조 조합원이 아닌 민주 시민’들은 건물 바깥 양쪽 출입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했습니다.

건물 바깥 ‘민주 시민’들은 쨍쨍 내리쬐는 햇살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었고 저희가 있는 1층 로비는 냉방이 잘 돼 있어서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리만 시원한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아서 좀 미안한 느낌에 ‘민주시민’들이 있는 바깥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만약 조중동 같으면 이를 어떻게 보도할까, 생각이 나면서 쓴웃음이 번져나왔습니다.

아마 제목은 이럴 것입니다. “‘귀족’ 언론노조, 시민들 차별 대우”. 그러고 나서 부제는 이렇게 달겠지요. “시원한 로비 독차지한 채 시민들은 땡볕 아래 팽개쳐”.

이어지는 기사에서 첫머리는 어떨까요? “낙하산 사장 선임을 저지하자는 뜻은 둘 다 같지만 앉은 자리는 크게 달랐다. 언론노조는 시원한 로비를 차지했고 시민들은 무더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다음으로는 폭염이 건강에 해롭고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무슨 전문가 발언도 붙일 테고 지나가는 시민들 말도 한두 마디 끌어오겠지요. ‘귀족’ 언론노조를 비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말입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제 짐작입니다만.) 언론노조는 산별 단일 노조입니다. 그래서 YTN 관련 사안을 두고 다른 지부 조합원까지 함께 투쟁에 나서도 특별한 제재를 받지는 않습니다.

이날 투입된 용역 덩치들을 막는 싸움에 당연히 YTN지부 조합원들이 가장 먼저 나섰고, 그런 상황에서 행여 다른 사태가 벌어질까 대비해 우리 다른 지부 조합원들은 건물로 진입했습니다.

시민들이 건물로 진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에 따라 ‘제3자 개입 금지 위반’이 될 수도 있고 형법의 ‘현주 건조물 침입’에 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응원하러 온 시민들에게 이런 위험을 안겨 주지 않으려고 건물 안으로 들이지 않았지만, 왜곡의 명수 조중동은 어떻게 해서든 이 같은 취지를 비틀고 말았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일보는 특히 (인턴)기자들을 미국산 쇠고기 음식점 손님으로 꾸며 없는 사실조차 만들었으니, 조합원은 시원한 로비에 있고 시민들은 차일도 없이 땡볕 아래 있는 팩트가 확보된 마당에, 이런 정도 곡필이야 아주 쉽게 해치우지 않았겠습니까? 아닐까요?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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