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핵발전소 으뜸 적지는 바로 서울이다

김훤주 2016. 3.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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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그러니까 핵발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현실 속에서 확인됐습니다. 모레면 5년이 되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참사가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2016년 1월에는 경북 경주 월성핵발전소 가까이 사는 주민 모두에게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참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대한민국 핵발전 당국자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시설은 일본보다 더 튼튼한 공법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핵발전소를 더 짓고 계속 가동하겠다는 소리입니다. 


2011년 3월 14일 오전 11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 수소폭발 장면. 뉴시스 사진.


가장 오래된 핵발전시설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 40년만(2017년)에 가동을 중단한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것 말고도 23개 핵발전시설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부산·울산에 걸친 고리 2·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경북 경주 월성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경북 울진 한울 1·2·3·4·5·6호기, 전남 영광 한빛 1·2·3·4·5·6호기가 그것입니다. 


건설 중인 핵발전시설도 넷이나 됩니다. 신고리 3호기와 4호기는 올해 5월과 내년 3월에 상업 가동을 시작하고 신한울 1호기와 2호기는 2018년과 2019년이 상업 가동 시작 시점이라 합니다. 신고리 5(2021년)·6(2022년)호기와 신한울 3(2022년)·4(2023년)호기, 경북 영덕 천지 1(2026년)·2(2027년)호기 등 6개는 건설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수력원자력은 2015년 7월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강원 삼척 대진 1·2호기 또는 경북 영덕 천지 3·4호기 등 어쨌든 2개를 더 짓겠다고도 했습니다. 


2016년 5월 상업 발전을 시작하는 신고리 3호기. 연합뉴스 사진.


이를 모두 더하면 36개(폐로 예정인 고리 1호기를 빼면 35개)에 이르니 실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어쩌면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사실이지만 정부와 핵발전 당국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안전하다면 왜 하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만 일부러 골라 핵발전소를 앉히느냐고 말이지요. 


지반이 아주 튼튼해야 하고 바닷물이 무척 풍부하게 공급돼야 한다는 소리를 늘어놓겠지만 그런 조건은 굳이 찾으면 수도권에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 핵발전소가 그렇게 안전하다면 수도권에 지어야 합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이 가장 적합합니다. 서울은 전기 자급률이 고작 3%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2012년 현재 서울은 전기 소비가 4만6903GW고 생산은 1384GW입니다. 다음 적지는 경기도가 되겠습니다. 생산은 2만3791GW인 데 반해 소비는 9만6844GW로 4배나 높습니다. 인천은 짓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생산(6만8952GW)이 소비(2만2241GW)보다 3배 넘게 많으니까요. 


수요가 많은 데서 공급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렇게 하면 반도 남쪽 끝 신고리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서울·경기도까지 먼 거리에다 76만5000볼트짜리 초고압송전선로를 깔아야 할 까닭도 없어집니다. 밀양 할매·할배들한테 피눈물을 강요할 필요도 덩달아 없어지게 됩니다. 


서울·경기도는 땅값이 비싸서 안 된다고요? 어림반푼어치조차 없는 핑계도 못되는 헛소리입니다. 서해안과 동해안의 핵발전소들에서 서울 경기도 충청도까지 이르는 초고압 송전선로를 따라, 아무 죄없는 이들 피눈물 쏟아지게 만드는 개소리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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