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역사 공부는 자기 사는 고장에서 시작해야

김훤주 2016. 1. 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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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청소년 역사·문화 탐방

경남도민일보가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2015년 세 해째 청소년 역사·문화탐방을 진행했습니다. 고등학생 특히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경남도교육청 후원으로 모두 열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우리 경남 지역의 역사적 명소·명품을 둘러보고 알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다들 아시는 대로 대학 입시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능 시험에 나오는 전국적인 것이나 세계적인 것만 배우고 익힌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다들 지역적인 것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기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인 셈입니다. 


창원향토자료전시관을 찾은 마산제일고 학생들이 옛날 풍금을 연주해 보고 있습니다. 옛날 문화재들도 다들 당대에는 이런 쓰임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도 나중에는 이렇게 문화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선진 외국에서는 특히 역사 또는 사회 과목의 경우 자기가 사는 고장에서부터 광역과 전국 그리고 세계로 넓혀나가는데 우리나라는 이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창원 진해 웅천읍성 옹성에 올라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양산여고 학생들. 문화재는 이렇게 사람과 어우러질 때 더 값어치가 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틈새를 메우면서 지역에도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이 있음을 알고 자기 지역에 대한 애틋함을 조금이나마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청소년 역사·문화탐방은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합천삼가고 학생들이 하동 쌍계사에서 미션 수행을 위해 진감선사대공탑비 비문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진감선사대공탑비는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짓고 썼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스쳐지나갔을 탑비이지만, 미션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거기 적힌 한자들을 한 번이나마 곰곰 살펴보게 됩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나름 중요한 지역 현장을 찾고, 널리 알려져 있는 대상이라 해도 거기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 새기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천 선진리왜성 천수각 자리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마산무학여고 학생들. 선진리왜성은 1598년 임진왜란 마지막 해에 왜군에게 조선-명나라 연합군이 참패한 격전지입니다. 우리 전통 토성이 있던 자리에 쌓은 왜성인데, 왜군이 임진왜란 당시 울산 순천과 함께 조선 남부에서 3대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2015년 청소년 역사·문화 탐방은 11월 18일 마산제일고(창원)와 합천 삼가고(하동)에서 시작해 11월에는 산청 덕산고(26일, 함양) 마산고(27일, 김해) 마산 지역 학생들(29일, 창원)로 마무리했습니다.


경남 대표 선비인 남명 조식 선생을 모시는 덕천서원 강당에서 미션 수행한 결과를 보고 있는 창원문성고 학생들. 남명 조식은 당대에 퇴계 이황과 더불어 쌍벽으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퇴계 이황은 다 알지만 남명 조식은 아는 경우가 적습니다. 왜일까요? 잘라 말하자면, 교과서에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한 번 생각해볼만한 구석입니다.


12월에는 김해 진영고(3일, 남해)와 남해 창선고(3일, 거제) 마산삼진고(7일, 통영) 진주진양고(10일, 산청) 김해 구산고(12일, 창원 옛 진해) 김해여고(15일, 진주) 창원 명지여고(15일, 창녕) 마산무학여고(19일, 사천) 양산여고(19일, 창원 옛 진해) 창원문성고(24일, 산청)로 이어졌습니다. 


함양 화림동 골짜기에서 산청덕산고 학생들이 거연정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장면. 멋집니다. 정자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등에 걸친 쓰임새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이렇게 한 번 거닐고 찾아보는 보람도 작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탐방 대상 지역을 보면 창원이 네 차례(옛 진해 지역만 탐방 두 차례 포함)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산청으로 두 차례였습니다. 그리고 하동·함양·김해·남해·거제·통영·진주·창녕·사천이 제각각 한 차례씩이었습니다. 


창녕 하병수 초가를 찾아 장독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창원명지여고 학생들. 주인 할머니는 이 날도 뒤뜰에서 나무를 돌보시는 가운데서도 소란한 어린 방문객들을 온기어린 웃음으로 맞아주셨습니다.


학생들로부터 한 차례도 간택받지 못한 지역은 합천·함안·의령·양산·밀양·고성·거창 등 일곱 군데였습니다. 


김해 화포천 습지를 찾아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가는 마산고 학생들. 가까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소도 함께 둘러봤는데요, 미래문화재로 손색이 없는 명소라 하겠습니다. 정치색이나 또는 그이에 대한 좋아함과 싫어함을 떠나, 대통령을 그만두고 나서 자기 고향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최초 인물이라는 점이 돋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청소년 역사·문화탐방을 위해 경남 지역 열여덟 곳 자치단체별로 모두 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신청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바로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진주 문산성당 서양식 본관 건물에 들어가 구경하고 있는 김해여고 학생들. 문산성당은 경남에서 가장 먼저 들어선 본당입니다. 진주는 물산이 풍성한 덕분에 이처럼 '최초'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진주향교, 옥봉경로당, 진주상무사(상공회의소), 진주교회 등등이 그렇습니다.


지역의 특징을 잘 담아내고 있는 유적을 중심으로 삼고 학생들 관심을 끌 만한 거리를 더하는 식입니다. 이를 기본으로 한 위에 학교쪽 주문을 감안해 더하거나 빼거나 해서 진행합니다. 


남해유배문학관을 찾아 주리틀기 고문을 해보고 있는 김해 진영고 학생들. 유배=귀양은 근본 외로움을 고통으로 안기는 형벌입니다.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같은 유배문학은, 그런 고통을 꿰뚫으면서 피어난 꽃이라 하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참고해 보시라고 경남 전역 탐방 루트를 함께 소개합니다. 


△거제 : 사등성~가배량성~거제향교~거제현관아~옥산금성(또는 칠천량해전공원) 


남해 창선고 학생들이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거제 가배량성을 찾았습니다. 그 뒤 통제영이 지금 있는 자리로 옮겨 가지 않았으면 거제가 통영이 될 뻔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렇게 통제영 진영이 이리저리 옮겨다녔습니다.


△거창 : 정장리최남식가옥~문바위~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불입상~수승대~거창박물관 


△고성 : 마암면석마~옥천사~학동마을 옛담장~상족암~고성박물관 


△김해 : 율하유적공원~화포천~봉하마을~분성산성~김해향교 


마산삼진고 학생들이 통영 삼덕항에서 돌벅수를 찾아 둘러보고 있습니다다. 바닷가에는 나무가 아니고 돌로 만든 장승이 많은데 그 까닭은 돌이 나무보다 해풍이나 소금기에 쉬이 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해 : 이락사 일대~정지석탑~남해향교~남해유배문학관~물건방조어부림 


△밀양 : 삼랑진역급수탑~작원관~예림서원~월연대~밀양박물관 


△사천 : 다솔사~사천향교~사천읍성~선진리성·조명군총~대포·종포갯벌 


△산청 : 단성향교~단속사지~남사마을~남명조식유적지~구형왕릉·덕양전 


산청 단속사지 당간지주 앞에서 그 쓰임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진주 진양고 학생들.


△양산 : 춘추공원~용화사·황산잔도~통도사~북정동고분군·양산박물관 


△의령 : 덕곡서원~충익사 일대~정암진 일대~성황리소나무~곽재우·안희제 생가 


△진주 : 청곡사~문산성당~진주역차량정비고~상무사~진주향교~진주성·국립진주박물관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을 찾은 창원 명지여고 학생들이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이 부처님은 동짓날 해뜨는 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도 그러하다고 합니다.


△창녕 : 관룡사·용선대~옥천사지~신씨고가·영산향교~창녕지석묘~술정리동삼층석탑 


△창원 : 창원향토자료전시관~동판저수지~제포진성·웅천읍성~창동·오동동 근대역사유적(또는 옛 진해시가지 근대역사유적) 


△통영 : 서포루~통제영~문화동 벅수~삼덕항 일대~당포성지~박경리기념관 


창원 진해 남원로터리에서 미션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 김해 구산고 학생들 모습. 남원로터리에는 이순신 장군이 지은 한시를 백범 김구 선생이 쓴 김구친필시비가 있습니다. "바다에 뱅세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을 하고/ 산을 두고 맹세하니 나무와 풀조차 알아주는구나!" '나라를 구하겠노라'는 결심이 300년 세월을 뛰어넘어 두 위인을 이어줬습니다.


△하동 : 하동읍성~조씨고가~범왕리푸조나무·세이암~쌍계사 


△함안 : 칠원향교~무기연당~주리사지사자석탑~말이산고분군·함안박물관~장춘사 


△함양 : 벽송사~남계·청계서원~허삼둘가옥~운곡리은행나무~거연정·동호정 


△합천 : 영암사지~뇌룡정·용암서원~월광사지삼층석탑~옥전고분군·합천박물관(또는 해인사). 


함양 지리산 벽송사를 찾은 산청 덕산고 학생들. 절간에 가면 대체로 석가모니불(대웅전)이나 비로자나불(무량수전 또는 대적광전) 같이 부처님을 한가운데 자리에 모십니다. 그런데 벽송사 한가운데는 대신 선원(禪院)이 있습니다. 조선 선불교의 종가라 할만합니다. 앞에 보이는 전나무 두 그루가 아주 기상이 씩씩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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