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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하는 사람 2015. 11. 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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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정치 사회발전의 희망이다

 그러나

 진보적인 자는 때론

 너무 낯가림이 심하다

 

 나도 그 출신이다

 

 -<이상익의 시적 사유>(도서출판 해딴에) 중에서

 

우리는 사회 진보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운동'을 합니다. 집회와 시위도 그 방법 중 하나이겠지요. 이런 운동은 왜 하는 걸까요? 우리의 생각과 요구를 널리 알리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가려내 하나씩 배제시키는 식으로 나아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은 더 선명하고 더 전투적인 사람이 되겠지만,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은 고립되는 수순으로 가게 되겠죠.


이상익의 시적 사유에서도 '너무 낯가림이 심하다'고 자탄했듯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아예 말도 섞지 않겠다는 태도는 진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진보가 욕하는 대상과도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는 지난 10월 <한겨레> 신문이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광고를 실은 것을 두고 진보를 자처하는 분들이 극단적인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며 그런 답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디어오늘>에 '한겨레가 기사를 엿 바꿔 먹었나'라는 글을 써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렸던 민중총궐기 집회를 두고 언론 보도도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언론'은 시위대의 폭력만 부각시키고, '진보언론'은 경찰의 폭력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쪽의 정보만 접한 국민도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너는 어느 편이냐'며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죠. 이 또한 '가려내고 배제하기'밖에 안 됩니다.


피플파워 12월호 표지.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19일 자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김영언 독자의 '제3자 입장에서 본 민중총궐기'라는 기고문은 참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그는 "폭력 시위 논쟁은 과잉 진압 논쟁의 물타기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도 "시대가 변한다면 방법론도 고민을 좀 했으면 한다"고 집회 주최측에 충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굳이 청와대에 가지 않아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하고 시작한 집회 시위인지 궁금하다"며 글을 맺었습니다.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는 16일 '"청와대로 가자"구호로는 안 된다'는 글을 썼습니다. 조 기자는 "집회가 고립된 광화문에서 벌어지면, 제3자가 보기에 집회는 '남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14일 민중총궐기는 공권력의 과잉 진압과 함께 집회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민거리를 던졌다"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저는 우리 진보가 좀 더 넓은 가슴으로 이분들이 던진 화두를 고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남석형 기자가 11월호부터 연재하고 있는 '경찰청 사람들'은 경찰관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해소해보자는 의미가 큽니다. 이번호에 소개되는 도창현 경남117센터 팀장도 거칠고 험한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학교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지려는 마음이 뚝뚝 묻어나는" 따뜻한 경찰관입니다.


<피플파워>는 특정한 정치지향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문화예술인으로 소개되는 서각가 김덕진 씨는 현재 새누리당 경남도당 대외협력위원을 맡고 있는 분입니다. 향우로 소개되는 전해철 국회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입니다. 정성인이 만난 사람 김석봉 씨는 전 녹색당 대표 출신입니다. 이렇듯 각기 다른 정치 지향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찾아 담고자 합니다. 진보와 보수는 어느 한쪽을 배격하고 일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진화 발전해야 할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호에서는 김태훈 소장의 '도시와 스토리텔링'을 꼭 일독하길 권합니다. 지역의 향토기업, 토착기업이 지역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글입니다. 그런 점에서 <피플파워>가 벌써 열한 번째 연속하여 소개하고 있는 아너소사이어티 기업인들이 더욱 귀해 보입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월간 피플파워 12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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