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 작가/조현오의 구겨진 제복

17화. 조현오 경찰청장의 인사권 행사 방식

기록하는 사람 2015. 8. 27. 13:31
반응형

《부러진 화살》(후마니타스)의 작가 서형이 이번엔 조현오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허위발언'으로 8개월 징역을 살고 나온 바로 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다.


서형 작가는 사법피해자 취재를 전문으로 해왔다. 취재 중 조현오 전 청장의 다른 면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의 진면목을 취재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조현오'라는 이름 석자는 차명계좌 발언 하나만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 사람. 이명박 정부의 경찰청장이었다는 것으로도 다른 쪽 진영에선 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몇몇 매체에 연재를 타진해보았으나 모두 난감한 기색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은 그런 세간의 시선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글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니까. 근거없는 비난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만 아니라면 이 블로그는 글쓰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편집자 김주완]



[구겨진 제복]17화. 조현오 경찰청장의 인사권 행사 방식


차명계좌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조현오를 향해 언론은 '공감능력'을 지적했다. 인간 감정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지 않고서야 '차명계좌 발언'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조현오 주변 사람도 공감능력 부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하지만 그 '외통수' 기질 덕에 역대 경찰청장 가운데 청와대를 향해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게 가능했다고 한다.


조현오는 1990년 경찰이 되고 여러 사람에게 지시를 받아야 했다. 경찰청장이 청와대 수석 등 지휘계통이 아닌 사람들에게 지시받아야 하는 법적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한마디 하면 통상 경찰청장을 거쳐 경찰 조직으로 하달됐다. 2010년 8월 30일 경찰청장이 된 조현오는 지휘권부터 바로잡고자 했다. 직원에게 전달되는 것은 오직 경찰청장 지시뿐이었다.


경찰청장 지휘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사권이다.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던 맹형규와 행안위원장이던 안경률은 인사에 일체 간섭이 없었다. 참여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이던 김두관도 인사에 개입하지 않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MB는 어땠을까. 조현오는 MB도 지휘권에 간섭이 없었다며 고마워했다. 조현오는 2년에 걸쳐 경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자기가 주도권을 쥐고 인사를 단행했다고 자부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2010년 치안정감(9월 7일), 치안감(12월 2일), 경무관(12월 3일) 인사를 단행하는 시점에 조현오는 여야 의원 10여 명에게 인사청탁을 받았다. 그때마다 조현오는 청탁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했고, 대부분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 고위직 인사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서실장, 민정수석, 인사비서관과 경찰청장이 논의한다. 민정수석은 승진자 적격 여부를 검증했다. 보통 민정수석은 검찰과 연락할 일이 많기에 검찰 출신이 이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검찰 눈 밖에 난 경찰은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정수석에 맞서 경찰청장은 어떻게 인사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조현오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이었다. 그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후보자 적격 여부를 따졌는데 조현오가 이렇게 말했다.


"경찰청장 지휘권은 인사권인데 그것도 제대로 행사 못 한다면 차라리 그만두겠습니다."


조현오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했다. 이때 인사에서 나타난 특징을 보자. 조현오는 2010년 인사를 시작으로 경무관 자리는 서울총경 몫이라는 관행을 바꾼다. 이 같은 관행이 생긴 배경에는 '서울 치안이 곧 대한민국 치안'이라는 서울 중심 사고가 있다.


하지만 부산과 경기에서 지휘관 생활을 한 조현오는 치안 활동이 공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2010년에는 부산총경과 광주총경, 2011년에는 경기도에서 오래 근무한 총경이 경무관으로 승진한다. 그들은 조현오가 지방청장이던 시절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해낼 만큼 업무역량이 탁월했다. 그러나 경무관 경쟁에 밀린 사람들에게는 조현오가 자기 사람을 챙기는 것으로 보였을 테다. 조현오는 '자기 사람 챙긴다'는 시선을 경찰 개혁 차원에서 발탁 인사였다고 주장했다. 그 사람들 중 일부가 나중에 친해졌을 뿐이며 꽤 많은 사람이 조현오가 감옥에 있을 때 면회를 오지 않았다고 했다.


2011년 초, 민정수석인 권재진과 코리아나 호텔 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권재진은 2010년 인사에 자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서 꽤 불쾌해 했다. 그런데 인사가 끝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진다. 권재진은 당시 "검찰이 차명계좌 사건을 수사 중인데 조 청장이 수사권 관련해서 그렇게 강하게 발언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조현오는 언성을 높여 받아쳤다고 한다. 물론 조현오는 그런 분위기에서도 코스 요리를 모두 끝까지 먹기는 했다. 



이후 '조현오는 통제되지 않는 사람이다', '조현오는 또라이다' 같은 소문이 나돌았다. 조현오는 이런 소문을 애써 막지 않았다. 오히려 소문이 경찰청장 지휘권 발휘에 도움이 됐다. 누구도 조현오를 건들지 않았다. 외부 청탁 전화도 뚝 끊겼다.


2011년 연말 두 번째 경찰 고위직 인사 내용을 보자. 이때 민정수석은 정진영이다. 당시 정진영은 승진 후보자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비롯해 각종 자료를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부동산 투기', '검찰 수사 중', '위장전입' 등을 언급하며 조현오가 낸 인사안을 반대했다. 이때 조현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민정 자료 못 믿겠다."


정진영은 발끈하며 "민정수석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조현오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민정수석실 자료에 직접 당한 피해자 아닌가요? 민정수석실에서 조현오가 조폭 행동대장과 의형제 맺어 유흥업소에 10억 투자하고 월 2500만 원씩 배당받았다고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했잖습니까?"


조현오는 원래 계획대로 밀어붙였다. 이때 '수사권의 상징'인 황운하가 경무관으로 승진한다. 또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가 눈에 띈다. 바로 2010년 승진한 경무관 김성근(58년생)이 1년 만에 치안감으로 승진한 것이다. 아무리 공정하다고 해도 이런 파격 인사는 자기 사람만 확실하게 챙긴다는 여론을 만들 수밖에 없다. 물론 조현오는 김성근과 처음부터 잘 알던 사이라는 것은 인정했다. 


조현오가 김성근을 처음 만난 것은 1998년 경남지방경찰청 경비과장으로 있을 때다. 당시는 IMF 직후 현대자동차 사태로 노사관계가 악화하면서 경남지방경찰청도 나름대로 경비대책 준비단계에 들어갔다. 경비계장이 제출한 대책안을 본 조현오는 ‘경찰에 이런 인재가 있었나’ 싶었다고 한다. 문서 작성 능력이 돋보였던 경비계장이 바로 김성근이다. 김성근은 간부후보 35기로 입문해 경찰청 정보분실팀장을 지냈다.


정보와 경비는 밀접하다. 경비작전을 세울 때 집회 참가자 경로와 방어 중점 포인트를 찍으면 그만큼 부대 배치 등 경비 단계가 수월해진다. 조현오는 경남지방경찰청에 있을 때 김성근과 저녁을 먹으며 경험담을 나누곤 했다. 김성근은 일반인이 경험할 수 없는 인적 네트워크를 정보국 경험을 통해 꿰고 있었다.


김성근과 다시 만난 것은 2006년 12월 조현오가 경비국장이 됐을 때다. 경비국에는 경비과, 경호과, 항공과가 있다. 조현오는 경호과장으로 김성근을 요청했다. 다음은 당시 경비국에 근무한 한 직원이 들려 준 얘기다.


2007년 3월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조현오 출연이 예정돼 있었다. 주제는 'FTA 반대시위, 또다시 과잉진압 논란'이었다. 경비과 담당직원이 작가에게 질문을 미리 받아 답변을 준비했다. 3월 12일 출연 시각이 다가오자 경비과 담당직원은 경비국장실에서 조현오 옆에 앉아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김성근이 경비국장실에 들어왔다. 김성근은 라디오를 허리춤에 차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어폰이 빠지지 않도록 볼에 테이프도 붙였다. 손석희가 조현오와 연결을 예고했다.



"경찰청의 조현오 경비국장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네, 경찰청 경비국장 조현오입니다."


(중략)


"그렇다 하더라도 집 떠나는 사람부터 막은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지적인데요."


"저희 경찰에서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6조 범죄의 예방과 제지라는 그 근거 규정에 따라서 불법집회 참가하려는 시위대를 출발지에서 상경 차단했습니다.“


"그런데 아까 몇조라고 말씀하셨지요?"


"경찰관 직무집행법 6조의 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관한 규정하고요…."


조현오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김성근은 손석희가 질문을 할 때마다 답을 적은 메모를 건네려 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직원은 이렇게 회상했다.


"경호과장이 경비과 업무로 준비해 오는 걸 보니 제가 담당자인데 부끄럽더라고요. 자기 일도 아닌데. 경비과장도 안 하는데…."


2010년 1월 조현오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됐을 때 김성근은 정보1과장을 맡았다. 정보1과장은 집회나 시위 예상 정보를 파악해 대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연초부터 농민회, 노동계가 그해 11월 11일에 있을 G20 행사 저지 조짐을 보인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서울은 2008년 촛불집회 경험이 있어 서울 도심에 집회를 막았다. 2010년 조현오는 집회를 허용하는 쪽으로 나갔다. 이렇게 통제하면 연말에 더 폭발한다며 청와대를 설득했다.


조현오는 농민계와 노동계 대표도 직접 만나 설득했다. 당시 조현오 행보에 서울청장이 할 일이냐는 논란이 분분했다고 한다. 5월 12일 서울경찰청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중보다 싼 값에 판매하는 '우리 농산물 홍보 행사'를 마련한다. 경찰악대도 행사에 동원됐다. 경찰이 농민연합과 우리 농산물 홍보 협약을 맺고 직거래 구입에 나섰다. 2014년 쌀 시장 전면 개방 문제로 서울 도심에서 농민들이 집회를 벌였다. 9월 농민 대표들이 서울에서 집회를 하기 전 서울청장 구은수와 식사 자리를 했다. 이때 농민 대표로 참석한 사람이 "나는 조현오와 같은 함안 조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2010년 8월 조현오는 경찰청장이 됐다. 경무관 승진 인사에 앞서 경찰청, 서울청 총경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른 상위 30% 명단을 공개했다. 김성근도 포함돼 있었다. 경무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조현오는 김성근을 서울청 정보관리부장에 배치한다. 경찰청 정보분실팀장, 서울청 정보과장 등 정보 중요 보직을 맡아 능력 검증과 더불어 조직 장악이 가능했다. 앞으로 조현오가 경찰 개혁을 비롯한 수사권 문제로 청와대를 설득해야 할 텐데 서울청 정보과장 출신이면 그런 인맥을 갖게 된다. 또 서울청도 경찰청처럼 정보분실을 두고 있다.


정보 형사는 정부기관, 사회단체, 지역별 담당 구역을 정하고 배치해 정보를 수집한다. 2012년 '안철수 사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이 안철수 뒷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언론은 '사찰논란'이라는 타이틀로 공격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전직 경찰 정보과 출신들 생각은 달랐다. 경찰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관이다. 즉 경찰 정보 수집은 집회나 시위 관련 정보로 한정하는 게 목적에 어울린다. 그런데 법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직무의 범위)에는 '치안(public safety)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수행한다고 나온다. 그래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안이나 정보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정보 수집 목적과 활용도다. 경찰은 당연히 위 규정을 확장해서 해석하려 할 것이고 언론은 축소해서 볼 것이다. 경찰 정보과 출신은 경찰이 전반적인 정보 업무를 모두 취급하는 한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현오는 2011년 김성근을 치안감으로 승진시키고 정보국장에 임명했다. 네티즌은 정권에 잘 보인 대가라고 했다.


조현오는 왜 김성근을 초고속 승진시킨 것일까. 경찰청 정보과는 보통 사무실에서 정보를 분석한다. 하지만 정보국장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정보국장은 자기가 직접 움직이기도 하지만 전국에 정보관을 동원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당시 조현오는 경찰관 시간 외 근무수당과 사건 수사비 현실화 문제에 매진했다. 사건 수사비는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할 때까지 들어가는 경비를 말한다. 수사비가 부족해 유류비, 통신비 등을 형사 개인에게 부담하라는 것은 국민에게 삥을 뜯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조현오는 수사 중 드는 비용을 모두 해결해줘야 반듯한 경찰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해당 부서가 논리를 마련하고 실무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정보는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보국 업무 범위는 포괄적이다.


당시 조현오는 '수사권 조정'이라는 다른 목표가 있었다. 그러려면 정보국장은 법률 개정 등을 위해 여야 중진을 만나야 한다. 한나라당은 황우여(47년생), 민주당은 박지원(42년생)이 원내대표였다. 1961년생 경찰대 1기 출신은 한국나이로는 52세였다. 조현오는 여야 중진을 만나려면 나이가 좀 더 있는 간부후보 출신들이 낫다 판단했다. 경찰청장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여야 중진과 관계도 원만해야 했다. 조현오는 김성근에게서 이러한 자질이 돋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경무관이던 김성근을 승진시켜 정보국장으로 발령한 것이다. 무엇보다 조현오는 김성근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바로 2007년 경비국장 때 청와대 경호실과 맞부딪힌 일이었다.


(다음19화-경호실과 국정원)


서형작가  연락처 seohyung224@gmail.com  /블로그 4days.tistory.com


☞이 연재를 계속 보고싶다면 아래 '밀어주기'로 서형 작가에게 취재비를 보태주세요. 100원, 500원, 1000원, 3000원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