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두 차례 답사 끝에 고른 합천 맛집 네 군데

김훤주 2015. 8. 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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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투어 같은 행사를 맡아 진행할 때 들으면 가장 기분 좋은 말이 바로 '음식 맛나게 잘 먹었다'입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해당 지역에서 나는 좋은 재료로 맛을 제대로 낸 먹을거리를 맛보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7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여름철 물놀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합천 황강 체험 팸투어를 하면서도 그랬습니다. 


첫째 날은 점심을 농민부페레스토랑(055-933-9680)에서 저녁을 부자돼지(055-931-5885)에서 먹었습니다. 둘째 날은 아침을 황강식당(055-931-0303)에서 점심을 북어마을(055-934-0666)에서 먹었습니다. 


일행 열일곱 사람 모두에게 듣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이 네 군데 밥집 음식맛이 괜찮았다고 했으며 나빴다고 말하는 이는 전혀 없었습니다. 기분이 은근히 좋았습니다. 답사를 두 차례씩이나 하면서 여러 의견을 듣고 몸소 맛도 보고 하면서 고른 밥집들이었습니다.


1. 로컬푸드로 음식 만드는 농민부페레스토랑


농민부페레스토랑은 합천영상테마파크에 있습니다. 1층이 합천로컬푸드직매장으로 쓰이는 건물 2층에 들어앉아 있습니다. 미리 충분히 짐작하신 그대로 여기는 합천에서 나는 로컬푸드를 재료(양념까지도)로 삼아 농민들이 손수 요리를 해서 음식을 내놓습니다. 


1층 합천로컬푸드직매장.갓 딴 옥수수도 삶아 팝니다.


우리는 이날 수제왕 돈까스가 포함되는 부페를 먹었습니다. 돈까스가 들어가지 않은 부페는 6000원, 들어간 부페는 8000원을 받고 있었는데요, 저는 가격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층 농민부페레스토랑.


물론 농민들이 손수 만드는 때문인지 조금 센 듯한 느낌은 있었습니다. 열무 같은 재료도 좀 세고 간도 좀 세어서 맛이 약간 자극적이고 입에서 씹는 식감이 억세다고 할 수도 있지만 건강하게 기른 음식을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6000원짜리 부페.돈까스가 더해지면 8000원짜리.


게다가 돈까스 같은 경우는 양이 많아서 여자들은 대부분 혼자서 다 먹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조금 투박하기는 하지만 시골 넉넉한 인심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돈까스였다 하겠습니다. 


김재중 점장 사과 깎는 모습. 우리 일행한테 덤으로 주려고 말입니다.


2. 꽈배기 통삼겹은 물론 밑반찬과 양념도 좋은 부자돼지


이어서 저녁을 먹은 부자돼지는 이른바 '꽈배기 통삼겹 구이'를 하는 집이었습니다. 주인이 몸소 개발한 비법으로 양념을 하고 숙성을 시킨 삼겹살이 나왔습니다. 넙적한 녀석으로 가로세로 칼로 다진 흔적이 나 있었습니다. 

부자돼지 겉모습.부자돼지 안 모습.


주인은 이것을 손님들이 굽도록 하지 않고 손수 불판에 올려주고 또 때가 되면 뒤집어주기도 하고 알맞게 익게 되면 가위를 들고 다니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줍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요, 마늘이랑 콩나물 따위도 불판에 얹어 이리저리 뒤적여주기까지 합니다. 


꽈배기 통삼겹 구이 초기 화면.

꽈배기 통삼겹 구이 중기 화면.

최종 화면. 마늘이 올라가 있습니다.더 최종 화면.


그러면서 오른손을 보여주는데, 엄지손가락이 시작되는 부위에 굳은살이 동그랗게 박혀 있었습니다. '부자돼지'를 운영한지 올해가 8년째인데 6년째 되는 해에 이렇게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했습니다. 그동안 많이 애쓴 흔적이겠지요.



익은 고기가 입 안에서 촉촉하고 고슬고슬하니 부담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씹혀 좋았는데요, 이 집은 고기를 받혀 먹도록 곁들여 나오는 음식들도 아주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먼저 된장이 집된장이었습니다. 절인 깻잎도 나왔는데요 식초도 같이 썼다는데 그다지 시지는 않으면서 상큼했습니다.



또 소금을 집어넣은 기름장 대신 나오는 간장에는 잘게 썬 절인 고추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미 절였기 때문에 억세지 않았고 고추 톡 쏘는 매운 맛은 간장맛의 밋밋함을 잡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김치 묵은지는 전혀 늘어지지 않아서 씹는 느낌도 좋았고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시어서 좋았습니다. 


3. 편하게 들러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황강식당


이튿날 아침 일행은 해가 뜨기 전에 조용하면서도 단정한 정양늪을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밥을 먹었습니다. 황강식당은 그러니까 황강 물줄기가 낳은 합천 명물 정양늪 바로 옆에 있었는데요, 전날 밤 술을 마신 이들에게는 차분하고 부드럽게 속을 달래주고 다스려주는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블로거 김주완 선배 사진.


한 끼에 6000원으로 특별한 상차림은 아니었지만, 더불어 나온 시래기국이 그렇게 좋더라고 여러 아줌마들이 말해줬습니다. 차분하고 단정한 정양늪과 닮은 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합천 오셔서 전날 밤 술을 마셨다면 일부러 무슨 해장국 잘하는 식당 따로 찾을 필요 없이 여기 황강식당에 가면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하다 보면 쉽게 느끼는 점인데요, 이처럼 지역에 맛난 음식 먹어봐야지 작정하지 않고 편하게 들러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오히려 귀한 편입니다.  


4. 쪄서 나온 살점이 쫄깃하고 부드러운 북어마을


이어서 이날 점심은 북어찜으로 먹었는데요, 합천댐 둘레에는 북어 또는 황태를 요리해 파는 음식점이 꽤 여럿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더니 이랬습니다.(물론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합천댐이 생기고 나서 일대가 단체 손님이 많이 오는 관광지가 됐고 그래서 음식점도 여럿 생겨나게 됐을 것입니다. 그런데 돼지고기·소고기 음식점은 어디나 다 있기에 식상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합천댐에서 나는 붕어·잉어 요리는 사람에 따라 싫어하고 좋아하고가 뚜렷하기 나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두루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북어나 황태를 재료로 골라잡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잘 마른 상태니까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어쨌거나 이렇게 찾아간 북어마을은 합천댐 물가 바로 옆에 있는 북어찜만 하는 일품(一品) 음식점이었습니다. 


블로거 장복산 사진.블로거 장복산 사진.


먼저 쪄서 나온 북어살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좋았습니다. 함께 나온 두부(국산 콩으로 만들었는지 여부 확인은 못했습니다)도 젓가락을 댔을 때 탄력이 느껴지면서도 입에 들어가서는 부드러웠습니다. 그리고 다른 반찬들은 소박하고 간결하게 차려져 있어 북어찜에 집중하고 있음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다른 반찬들은 아주 간결하게 차려 내놓았습니다.


음식간은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았습니다. 버무려 놓은 고춧가루도 잘못하면 이리저리 엉겨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젓가락으로 훑어도 얼마 붙어 나오지 않을 만큼 괜찮았습니다. 밥은 씹는 느낌도 좋았고 맛도 괜찮았는데요, 찹쌀을 조금 섞어서 지은 것이었습니다. 


합천으로 여행가서 해인사(가야·야로면)나 영암사지(가회·삼가면) 말고 합천읍내 중심으로 머물 경우라면 적어도 한두 끼는 이 네 군데 맛집에서 먹으면 정말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고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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