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고속도로 주말 할증료가 부당한 까닭

김훤주 2015. 6. 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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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요일과 공휴일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빠져나오면 그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원래 통행료에 5%를 더 할증요금으로 물려서 받기 때문입니다.

 

평일 통행료가 1000원 미만이면 주말 할증료가 없지만 1000~2900원은 100원, 3000~4900원은 200원, 그리고 1만1000~1만2900원은 600원, 1만3000~1만4900원은 700원 더 받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 할증제'는 2011년 12월부터 실행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교통수요 분산을 통한 공공인프라의 효율적 이용'이라 합니다. 쉽게 풀자면 고속도로 주말 통행은 줄이고 대신 지방도나 국도 같은 도로로 분산시키자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냥 한 눈에 보기에도 이것은 어떻게 해서든 통행료를 조금이라도 더 걷어보려는 수작입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통행료를 5% 더 물린다 해도 주말이 아닌 평일에 볼일을 보러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타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왼편은 평일 영수증이고 오른편은 일요일 영수증입니다.

 

주말 할증제는 주말에 자동차로 볼일을 보더라도 고속도로 말고 다른 도로를 타고 달리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들을 타고 특정 목표 지점까지 가려면 대부분 거리도 멀고 시간도 더 걸리고 기름도 더 많이 듭니다.

 

5% 할증료를 더 물려도 고속도로 통행량이 줄어들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한국도로공사가 남 먼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통행료를 5% 더 내게 해도 고속도로에 차량이 줄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2014년 10월 국회에 제출된 한국도로공사 자료를 보면 이렇습니다.

 

주말·공휴일 하루 평균 통행량이 주말 할증제 시행 전 18개월(2010년 6월~2011년 11월)은 323만 1000대였고 시행 후 18개월(2011년 12월~2013년 5월)은 319만 3000대였습니다.

 

할증제를 시행한 뒤 통행량이 2.0% 줄었지만 이는 시행 후 통행량 집계에 여름휴가철이 한 차례 빠진 데서 오는 착시 현상이라고 합니다.

 

반면 이로 말미암은 순수익은 한 달에 27억 원, 한 해 300억 원 넘게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2013년까지 자료이니 지금은 더 많아졌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고속도로는 주말에도 크게 막히지는 않습니다. 204년 9월 9일 추석 다음날 남해고속도로 사진입니다. 경남도민일보.

물론 고속도로 통행료는 일부 고속도로 건설비는 물론 통행료 거두는 인건비도 충당해야 하고 평일 출퇴근 50% 할인 같은 여러 요인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아니라 주말·공휴일이나 돼야 고속도로를 통행할 수 있는 ‘일부’ 사람(대부분은 직장인=노동자)에게 많이 부담을 지우는 것이 마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완구 3000만 원설이나 홍준표의 1억 원설, 그리고 박근혜의 5억 원 넘는 대선자금설에 대해서는 말도 못하면서, 우리 주머니 100원에 대해 한 마디 해 봤습니다.

 

김수영 시인이 쓴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에 나오는 첫 구절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가 떠오르는 나날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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