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대운하 전도사' 자처하는 경남도지사

기록하는 사람 2008. 7. 10. 09:13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태호 경남도지사.

김태호. 그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선출된 경남도지사다.

경남도지사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거의 100% 당선된다.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 선거, 도의원 또는 시·군의원 선거의 경우, 간혹 지역 특성이나 유권자의 구성에 따라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남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지사 선거의 득표율은 정당지지율과 거의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한나라당 이외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에만 잘 보이면 OK

그래서일까. 요즘 김태호 지사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유권자인 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만 잘 보이려는 것 같다.

특히 국민들은 물론 경남도민들도 다수가 반대하는 운하사업을 끝까지 밀어부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는 정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하물며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사업도 포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호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직후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한다고 경남도가 덩달아 포기하면 이는 경남도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운하에 대한 그의 의지는 높고도 끈질기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경부운하의 전도사가 되겠다" "경남에서 먼저 대운하를 시범건설하고 싶다" "경남 단독으로라도 운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근 광역단체장들과 함께 '한반도 대운하가 안 되더라도 낙동강 운하는 꼭 해야 한다'는 결의문까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래도 운하에 대한 국민의 반대가 줄어들지 않은데다, 대통령까지 포기 뜻을 밝히자 '워터웨이'라는 신종 단어까지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대운하 TF팀'을 해체하지 않고 있다. 가히 '경남의 불도저'라 부를만 하다.

이쯤 되면 '대운하'든, '경부운하'든, '낙동강운하'든, '워터웨이'든, 그게 경남을 부흥시킬 획기적 묘약이라는 확신이라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운하가 경남에 어떤 이익을 얼마나 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제대로 내놓은 적은 없다. 고작 내놓은 거라고는 '홍수 방지'와 '관광 효과'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서인지 "일례로 오스트리아 도나휴는 매년 홍수 위험으로 큰 걱정을 샀던 곳인데, 운하를 정비한 후에는 10년 동안 홍수 피해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운하가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심지어 경남도 산하기관인 경남발전연구원 김영규 연구위원은 "대운하가 건설되면 필수적으로 홍수위가 상승해 대형 홍수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낙동강 하류에 있는 경남·부산지역은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정반대의 보고서를 내놨다.

김태호 지사가 운하에 경남의 모든 미래가 걸려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떠오르는 게 있다. '마산 준혁신도시'와 '신항' 명칭을 놓고 노무현 정부와 힘대결을 벌였던 게 그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진해신항쟁취 범도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신항’명칭 무효 경남도민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도민들이 화형식을 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


그는 심지어 '신항' 이름에 '진해'를 넣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동설한에 5만 명의 노인과 부녀자들을 모아놓고 '참여정부 화형식'까지 벌였다. 그 때 그는 신항 이름을 부산에 빼앗기면 경남이 곧 망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 그러나 신항 이름은 결국 되찾지 못했고, 경남은 아무 이상없이 돌아가고 있다.

촛불이 경남도청으로 모일 지도

마산 준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정부의 지침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놓고,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며 몽니를 부렸다. 그러더니 결국 도민에게는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준혁신도시를 포기했다. 그 대신 마산에 로봇랜드를 유치해주겠노라고 장담했다.

그가 장담했던 로봇랜드가 이 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고 있다. 진주 혁신도시 역시 무산 또는 축소 위기에 처했다. 김해로 이전하기로 돼 있던 해양경찰청도 정부가 바뀌더니 돌연 부산으로 다시 간다고 한다.

'신항'이나 '준혁신도시' 때 김태호 지사가 보여준 행동대로라면 '이명박 정부 화형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산과 진주·김해시민 5만 명을 모아놓고 '로봇랜드·혁신도시·해양경찰청 사수를 위한 촛불집회'라도 열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는 '낙동강운하 사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도지사 3선에 도전하든, 중앙정치로 진출하든, 경남의 유권자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잘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직무유기는 정작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간 창원 정우상가 앞과 마산 창동 사거리, 진주 차없는 거리, 김해 거북공원의 촛불이 경남도청으로 모일지도 모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