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곽병찬은 박근혜와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김훤주 2015. 5. 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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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8일치 <한겨레> 1면에 실린 곽병찬 대기자의 칼럼 '재보선, 참사를 기억하라'를 5월 1일 뒤늦게 읽었습니다. 그 칼럼에서 곽병찬 대기자가 새정치민주연합을 감싸면서 천정배·정동영 등을 몰아쳤고, 그것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지었기에 더욱 적절하지 못하다는 얘기들이 많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읽으면서 곰곰 생각해 보니 곽병찬 대기자는 지금도 오로지 야권분열 때문에 야권이 이번 재·보선에서 졌다고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틀리지 않는 인식이겠지요. 그러나 원인이 그것뿐이었을까요?

 

그리고 그런 '분열'을 무릅쓰고 또 그에 따른 부담까지 무릅쓰면서 출마한 사람(세력)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곽병찬 대기자가 말하는 '야권 분열'말고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아울러 곽병찬 대기자의 글에서 또 다르게 틀린 대목을 보고는 이런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물고기 '꼬시래기'(문절망둑을 이르는 경상도 지역말)가 들어가야 맞는 자리에 '뽀시래기'(바스라기의 센 말로 널리 쓰임)라는 글자를 써 넣었더군요.

 

"저희들에게 배지를 안겨줄 것 같은 선거구에서 재보선이 열리게 되자 뽀시래기 제 살 뜯어먹듯이 저를 낳아준 곳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이 하나를 두고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명색 한겨레의 대기자가 꼬시래기와 뽀시래기 구분도 못해? 그러고도 대(大)기자야? 대기나 하라 그래!"

 

 

그러고 보니 경남 창녕에 있는 '성씨 옛집'을 두고 지난해 2월에 곽병찬 대기자가 쓴 '향원익청' 칼럼에도 틀린 대목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그런 따위가 본줄기가 아니라 곁가지다 싶어서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까지 좀 '거시기'하게 여겨집니다.

 

1. (성씨 옛집이 있는) 석동 앞으로 토평천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들판을 두고 '어묵리들'이라 했는데, 실은 '어물리들'이랍니다.(“토평천은 석리로 들어서면서 남으로 활처럼 크게 휘어져 어묵리들을 빚어내고,)”

 

2. 이어서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흘러들면서 정지들을 펼쳤다"고 적었는데 제대로 모르는 얘기입니다. '정지들'은 석동 마을에서 바로 북쪽으로 언덕배기 너머 소야마을 앞을 흐르는 대곡천이 토평천으로 흘러들면서 그 어름에 만들어낸 들판입니다.

 

그리고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흘러들면서’ 펼쳐낸 들판은 없습니다. 다만 토평천이 갑자기 확 넓어지면서 우포늪(소벌)으로 됐고 그 여러 둘레에 들판이 이뤄져 있을 따름입니다. 소벌(우포늪)은 쪽지벌을 지나면서 다시 좁아지는데요 이는 낙동강 합류 지점까지 그대로 이어집니다. 

 

성씨 옛집의 경근당. 변소가 건물 안에 있어 이채롭습니다.

 

3. 또 “입향조(마을에 들어와 처음 자리잡은 조상) 성규호 선생이 유원면 회룡에서 그곳(석문동)으로 옮긴 것은 1850년대.”라면서, ‘회룡’이라는 마을이 ‘유원면’ 소속이라 했습니다. 회룡 마을은 지금 '유어면'에 들어 있습니다. ‘유원’이라는 면(面)은 옛날에도 지금도 창녕군에 있지 않습니다.

 

이런 잘못들이 그 칼럼에 있다 할지라도, 곽병찬 대기자가 얘기한 창녕 성씨 옛집 곡절 많은 사연까지 잘못됐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창녕이 고향이라서 또는 창녕에 대해 나름 공부를 해서 좀 아는 사람한테는, "한 번이라도 와서 보고 이 칼럼을 썼을까?" 하는 생각을 자아내게 만들 것입니다.

 

또 땅이름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어물'을 '어묵'으로 만들어버린 이 '향원익청'의 잘못이 아주 작은 것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씨 옛집 뒤뜰의 대숲.


제가 이리 말씀드리는 요지는,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이를테면 야권 분열)을 가장 중요하게 보지만 너는 그것(별도 야권 세력 구축)을 더욱 중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다른 생각과 사람도 저마다 나름대로는 타당한 근거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할 줄 모르는(또는 인정하기 싫어하는) 대한민국 대표선수가 지금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박근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번 사안을 두고라면, 곽병찬 선수는 자기가 박근혜 선수하고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한 번 곰곰 생각해 봐야 맞지 않을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훤주



※ 5월 7일 페이스북에 같은 취지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일부 잘못이 있어서 바로잡고 다른 표현도 조금 보완해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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