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중앙일보 연출사진만 문제가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 2008. 7.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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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중동과 같은 '기회주의 신문'을 잘 보지 않는다. 가끔 식당에서 눈에 띄면 '또 어떤 황당한 논리를 펴나' 확인하는 차원에서 보는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꼬박꼬박 PDF로 둘러본다. 촛불정국에 관한 보도가 하도 가관이어서다.
※관련 포스트 : http://2kim.idomin.com/255

오늘은 중앙일보에서 좀 특이한 걸 발견했다. 2면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는 상자기사였다. 7월 5일자 신문에 나간 미국산 쇠고기 먹은 손님들 사진이 연출된 것이라는 걸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사실은 손님이 아니라 자기 회사 경제부문 기자와 업무시작 이틀밖에 안 되는 인턴기자였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앙일보 7월 8일자 2면 PDF.(크게 보시려면 클릭)


그러면서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놨는데, 정작 내 관심은 중앙일보가 '왜' 이 사과기사를 냈는가 하는 것이었다. 혹 누리꾼들이 먼저 의혹을 제기한 게 있나 싶어 검색을 해봤지만 찾지 못했다.

궁금증은 [미디어스]에 뜬 두 기사(
중앙일보의 조금 비겁한 정정보도, 중앙일보 기자 아니라더니... )를 보고 풀렸다. [미디어스] 기자가 연출의혹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니 어쩔 수 없어 고백하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7월 5일자에 나간 문제의 그 사진을 찾아봤다. 사진 아래에는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라는 제목과 함께 이런 사진설명이 붙어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가 정육점에 이어 일반 음식점에서도 4일 판매가 시작됐다.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미국산 쇠고기 값은 1인분(130g)에 생갈비살 6500원, 양지살 1700원이다. 국내산 돼지고기 생삼겹살의 시중가격은 1인분(200g)에 약 8000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앙일보 7월 5일자 9면 PDF. 인턴기자라는 분의 얼굴은 내가 모자이크 처리했다.(크게 보시려면 클릭)


우선 첫 문장에서 주격조사인 '가'를 중복해서 쓴 게 딱 걸린다. '미국산 쇠고기~판매 시작됐다"는 문장은 전형적인 비문이다. 이게 중앙일보 기자들의 문장 수준일까. 제대로 쓰려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시작됐다"로 쓰든지, 하다못해 "미국산 쇠고기가~판매되기 시작했다"라고 써야 한다.

사진제목에 해당하는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도 교묘한 사실왜곡이다. 사진에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주문해 굽고 있는 쇠고기는 양지살이 아니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갈비살이다. 그렇다면 갈비살 가격인 6500원(130g)을 제목으로 빼야 한다. 제목만 보면 사진 속의 갈비살이 1700원으로 오인하도록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이렇게 싸니까 많이 많이 사 먹으란 말인가?

또한
진보신당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00원이라는 양지살은 2003년 12월 광우병 발생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한 쇠고기 부위 중 하나다.(아래 표 참조) 굳이 그 양지살의 가격을 제목으로 뽑은 중앙일보의 왜곡의지가 뻔히 보인다.

수출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 : 8대 부위의 사례 (출처 진보신당)

부위

광우병 발생전

(2003.12.3-농무성)

광우병 발생후

(2004.4.8-농무성)

가격 손실액

(파운드 당)

생산량

(백만 파운드)

전체 손실액

(백만 달러)

양지

$1.80

$0.55

$1.25

818lb

$1,022.5

LA 갈비

2.37

1.20

1.17

129

82.5

4.25

0.80

3.45

100

340.5

내장

0.55

0.02

0.53

215

112.1

치마살

3.11

1.60

1.51

201

298.0

목심

1.66

1.45

0.21

545

112.5

0.35

0.21

0.14

316

43.4

0.99

0.45

0.54

215

114.2

$2,125.7


뿐만 아니다. 비교를 하려면 적어도 같은 단위로 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130g을 기준으로 하면서, 국내산 생삼겹살은 굳이 200g 기준으로 8000원이라고 썼다. 이것도 엄밀히 보면 왜곡이다.

8000원이라는 시중가격도 근거가 없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가는 단골 삼겹살 식당 가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이 식당에서도 생삼겹살을 팔고 있는 것 같다. 메뉴판에 '생삼겹살 3500원'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는 이 식당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서, 돼지고기는 엉뚱한 무게단위와 근거불명의 시중가격을 쓴 이유는 뭘까.

이 짧은 사진설명에서도 중앙일보의 왜곡의지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 연출만 문제가 아니다. 왜곡이 습관화해 있는 중앙일보 기자들의 기사작성법도 문제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참 한심하고도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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